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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시한우
 광시한우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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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식감에 한 번,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풍미에 또 한 번 놀라는 광시한우. 선홍빛 고기를 불판 위에 올리면 맛있는 냄새가 가득 퍼진다.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고소한 육즙은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한다. 깨소금을 살짝 찍어먹는 것만으로도 훌륭하지만, 취향에 따라 얇게 썰어 간장양념을 뿌린 양파나 기름장을 곁들이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정육점이 직영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신선한 생간과 천엽, 육사시미 등 생고기를 함께 상에 올리기도 한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소재지로 진입하면 600여미터 구간에 정육점과 한우식당 30여개가 줄지어 있다.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광시한우거리'다. 직영농장에서 직접 키운 소나 예산, 홍성, 청양 등지의 우시장에서 사온 소를 부위별로 해체해 판매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모임이 적어지며 찾는 사람이 줄었지만, 휴일이면 주차장에 차를 대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곳이다. 해마다 명절에는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온 선물세트 제작에 활기를 띤다.

광시한우는 거세소를 취급하는 '횡성한우' 등과 달리 암소만을 쓴다. 군내 하나로마트나 한우식당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암소고기는 근섬유조직이 가늘고 섬세한 데다, 근섬유 사이에 지방침착(마블링)이 잘 돼 부드럽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거세소는 질기고 특유의 누린내가 나는 수소의 단점을 보완해 잡내가 없고 육질이 연하지만, 암소에 비해 풍미가 적다고 한다. 
 
눈으로도 맛이 느껴지는 소고기를 숯불에 구워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가 일품이다. 신선한 생간과 육회 등도 함께 맛볼 수 있다.
 눈으로도 맛이 느껴지는 소고기를 숯불에 구워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가 일품이다. 신선한 생간과 육회 등도 함께 맛볼 수 있다.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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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사용하는 암소는 두 번 정도 출산한 40~50개월 미만이다. 너무 어려도, 나이가 많아도 좋지 않다. 새끼를 한 번도 낳지 않은 30개월 미만의 미경산우는 부드럽지만 깊은 맛이 덜하다. 활동량이 많은 어린 소들은 근육 마블링이 상대적으로 적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또 50개월이 넘으면 뼈에서 국물이 잘 우러나지 않아 사골을 함께 판매하는 정육점 입장에서 가치가 떨어지고, 60개월 이상 되면 질겨져 육질이 좋지 않다. 여러 고기를 먹어보며 비교연구해 찾은 결과다. 

직영농장들은 엄격한 사양관리를 거친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성장단계에 따라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필요한 영양분을 제때 공급하고, 우수한 혈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우량품종으로 인공수정하고 있다.

광시한우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매일한우타운'은 지난 1981년 광시대흥파출소 옆 버스정류장 차부자리에 정육점 문을 열었다. 김만식(65) 대표는 "원래 폐업한 정육점이 있었어요. 장사가 잘 될 땐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고기를 사갈 정도였죠. 자리가 좋아 인수해 영업을 시작했어요. 그 뒤를 이어 정육점이 하나둘씩 들어섰고요. 근처 하장대리에 도축장이 있어 신선한 고기를 조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지금과 같은 정육식당 형태는 1991년 '양지정육점'을 낸 유우식 대표가 1999년 처음으로 '양지암소정육식당'을 개업해 하나 둘 규모를 확장해나갔다고 한다. 외식산업이 활발해진 2000년대 들어 서울 등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정육점에서 구입한 고기를 상차림비용만 지불하고 구워먹을 수 있는 정육식당이 유행하기 시작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고기에 붙은 지방을 깨끗이 제거하고 있다. 이른 아침 정육점에 들어온 암소를 발골하는 모습. 한 마리를 해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고기에 붙은 지방을 깨끗이 제거하고 있다. 이른 아침 정육점에 들어온 암소를 발골하는 모습. 한 마리를 해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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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비문화가 변화하며 방식도 달라졌다. 김 대표는 "지금은 30% 정도만 정육식당을 하고 있어요. 고기를 사와 구워먹으면 저렴하긴 하지만 반찬이 김치랑 양파, 마늘 정도만 나오니 점차 선호도가 떨어지게 됐어요. 차라리 '집에 가서 구워먹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 식당에서 주문하면 좀 더 비싸긴 해도 생고기까지 서비스로 주니까 그걸 택하는 거에요. 또 한우는 대접을 하거나 격식있는 모임을 할 때 많이 먹잖아요. 그럼 반찬이 제대로 나오는 걸 먹죠. 게다가 상차림비용이 1명당 6000~7000원까지 오르다보니, 금액을 따져보면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오는 거나 식당에서 먹는 게 큰 차이가 없게 됐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행정은 광시한우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방문객이 늘자 2006년 '광시한우마을테마공원'을 조성했다. 2015년에는 첫 주민주도형 '광시한우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김 대표는 "황새축제와 연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축제를 즐기며 광시한우거리에서 식사하고, 광시리와 하장대리 주민들이 재배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게 프로그램과 시설을 구성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킬 수 있을 거에요"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소고기는 값이 비싸 아무 때나 먹기 어려운 음식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던가. 특별한 날, 몇 번 씹으면 혀에 녹아들 듯 부드럽게 넘어가는 광시한우와 함께한다면 더 특별한 한 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광시한우, #한우, #예산8미, #한우거리,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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