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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종은 5년 동안 강화도에 살면서 강화도령이란 호칭으로 불리며 외가와 용흥궁을 왕래했다고 전해진다.
▲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잠저로 알려진 용흥궁 철종은 5년 동안 강화도에 살면서 강화도령이란 호칭으로 불리며 외가와 용흥궁을 왕래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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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읍 일대는 읍내를 걸으며 옛 도심의 매력을 두루 살필 수 있기에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도 좋은 여행지가 될 수 있다. 강화는 소위 잘 알려진 관광지뿐만 아니라 골목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와 명소들이 잠들어 있어 잠재력이 무척 큰 역사도시다. 허나 그런 잠재력을 간과한 채 몇몇 유명 카페들만 주목받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성공회 강화성당을 내려와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한 사람도 겨우 지나갈만한 골목길이 나오고, 한옥 처마의 곡선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 골목 사이를 지나다 보면 어느새 기와집이 보이면서 그 다음 목적지인 용흥궁에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전통가옥 같지만 궁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어, 아마 특별한 유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성공회성당에서 용흥궁쪽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골목길이 계속 이어진다. 오래된 역사 만큼이나마 강화골목길은 많은 역사를 머금고 있다.
▲ 성공회성당에서 용흥궁으로 들어가는 골목길 성공회성당에서 용흥궁쪽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골목길이 계속 이어진다. 오래된 역사 만큼이나마 강화골목길은 많은 역사를 머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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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선의 25대 왕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강화도로 유배를 와서 살던 잠저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과 조금 다르다. 철종이 강화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의 조부인 은언군부터다. 은언군이 홍국영에 의해 모함을 당한 사건으로 일가족 모두 강화로 유배되었다. 은언군은 결국 사사되었고, 은언군의 차남인 전계군만 홀로 강화에 살고 있었다. 그 전계군이 철종의 아버지고, 철종의 어머니 용담 염 씨는 강화 출신이다.

후에 전계군은 잠시 방면되어 도성에 거주하면서 철종은 이곳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또다시 역모사건에 몰려 철종과 그의 형제들은 다시 강화로 유배되는 것이다. 이 5년의 유배기간 동안 철종은 강화에 머물렸던 것이다. 이 용흥궁은 철종의 아버지인 전계군이 살았던 집이고 정작 철종은 그의 어머니의 외가에 주로 머물렀으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 다른 점이 많다.

더구나 원래는 초가집이었다가 왕위에 오른 후 기와집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실제로 철종이 살던 집이 아니라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용흥궁을 비롯해 주변의 한옥 건물이 제법 고풍스럽다. 철종은 재위 기간도 그리 길지 않았고, 즉위 내내 안동 김 씨의 세도정치 속에서 희생된 안타까운 왕이라 여겨지는데 아마 왕으로 살지 않고,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용흥궁은 그래도 다른 한옥들과 달리 강화읍 중심부에 자리 잡아 오가는 나그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다행인가 싶다가도 다른 한옥들과 큰 차별성이 보이지 않아 오래 붙잡고 있기엔 뭔가 아쉽다. 용흥궁 마당을 이용한 철종 관련 연극이라든가 강화도령과 관련된 콘텐츠가 조금은 있었으면 좋겠다.      

용흥궁을 나오면 조금 큰 골목길이 나오는데 골목길을 쭉 따라 늘어서 있는 식당들과 가게의 연륜들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다른 관광지에 있는 식당들과 달리 수십 년 전부터 강화읍에 살던 현지인들이 자주 찾고 이용하던 가게라 더욱 정감이 간다. 슬슬 배가 조금 고파지는 터라 강화도의 명물 젓국갈비를 먹어보기 위해 이 골목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일억조 식당으로 찾아간다.     
 
강화를 대표하는 수많은 음식 중 젓국갈비는 단언 첫 손에 꼽힌다.
▲ 강화의 명물 젓국갈비 강화를 대표하는 수많은 음식 중 젓국갈비는 단언 첫 손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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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젓국갈비라는 명칭이 주는 어감 때문에 도전하기 쉽진 않았다. 새우젓국에 담근 갈비라 젓갈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날 듯했기 때문이다. 짠맛만 매우 강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는 돼지갈비가 들어간 고깃국에 새우젓을 넣어서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고려시대부터 전래된 음식인데 강화도로 피난 온 왕이 먹을 것이 없어서 강화도에서 많이 나는 새우젓을 이용해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옛날부터 운영해 왔던 곳답게 식당 내부의 화장실 타일이나 오래된 나무판자 등에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강화도의 특산물인 순무김치와 밴댕이 젓갈과 더불어 큰 냄비에 올려진 젓국갈비가 나왔다. 맛을 보는데 생각보다 심심했다. 슴슴한 고기 맛에 새우젓갈이 주는 감칠맛이 조금 감돌긴 했지만 특별한 맛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의 즐거움은 이런 향토음식을 맛본 뒤 나중에 그 여행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는 것 아닐까?

강화읍의 골목은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피맛골을 비롯하여 최근 재개발로 인해 없어진 수많은 골목길에 대한 아쉬움 탓에 그리운 길이된 듯하다. 그래서 어떤 골목에선 길을 막아놓고 영화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그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골목을 나와 파리바게트가 있는 삼거리에 서면, 강화도를 대표하는 시장 중 하나인 중앙시장 상가들이 눈에 띈다. 

여태까지 다녔던 경기도의 도시들은 아무래도 새로 개발된 신도시들이 많은 편이라 상설시장은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강화읍은 고려시대부터 도시의 명맥을 그래도 이어왔고, 아직까지 대형마트가 들어오지 않아 재래시장이 설 자리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는 중앙시장이 상가건물 안에 입점해 있어, 정작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장은 강화읍에서 약간 외각 쪽에 있는 풍물시장이라고 한다.

강화대로를 사이에 두고 A동과 B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특히 B동에는 청년몰과 강화 관광플랫폼이라는 관광안내소 겸 강화여행 홍보관이 들어서 있어 강화읍에 도착한 여행객들의 출발지로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한때 이 건물에 자리한 청년몰은 강화의 특산물을 활용한 아이템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점차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줄면서 점포 20곳 중 에그타르트 전문점인 강화 까까만 남기고 모두 철수했다.

급기야 올해 초 강화 까까도 불은면으로 이전하고 강화 청년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애초에 강화 자체가 전주, 경주처럼 뚜벅이 여행지로 활성화된 고장도 아니고 접근성이 썩 훌륭하지도 않았다. 강화읍내도 경주의 황리단길이나 전주의 한옥마을처럼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만큼 가능성을 열고 두루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강화 중앙시장의 뒤편에 자리한 서문김밥집은 눈에 띄는 위치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찾는 40년 전통의 김밥집이다.
▲ 강화에서 가장 인기 많은 김밥집,서문김밥 강화 중앙시장의 뒤편에 자리한 서문김밥집은 눈에 띄는 위치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찾는 40년 전통의 김밥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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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강화도의 명소들을 다시금 살펴보니 생소한 장소도 정말 많았고, 아직 가야 할 곳도 많이 남아 있었다. 중앙시장을 나와 옆의 골목길로 살짝 들어가 보면 전국적으로 이름난 집인 서문 김밥이 나온다. 평소 김밥을 좋아했기에, 끼니를 이미 해결했음에도 그냥 지나치긴 아쉬워 간단하게 한 줄을 사서 먹어봤다. 뭐 특별할 게 있을까 싶었지만 당근을 잘게 썰어 밥과 버무려 싼 게 신의 한 수였던 듯하다. 먹으면 먹을수록 김밥 자체에서 감칠맛이 나서 결국 그 자리에서 한 줄을 다 먹고 말았다. 40년 이상 장사를 하면서 노하우를 만든 훌륭한 노포라 생각한다. 강화의 매력에 계속해서 빠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1권(경기별곡 1편)이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 절찬리 판매 중 입니다. 경기도 각 도시의 여행, 문화, 역사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권은 4월 중순 출판 예정입니다. 강연, 기고 문의 ugz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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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저자. kbs 경인 <시사인사이드> 경인방송 <책과 사람들>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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