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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유순자씨와 남편 백청길씨가 손가락 하트를 그리고 있다.
▲ 백청길씨 유순자씨 부부 아내 유순자씨와 남편 백청길씨가 손가락 하트를 그리고 있다.
ⓒ 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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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시골 마을마다 특산물로 담배를 심었다. 담배밭, 밭두렁마다 수북이 쌓여있는 폐비닐을 보고 모아서 팔면 돈이 될 것 같아 고물상을 시작했다는 백청길(82)씨. 그렇게 시작한 고물상 일이 올해로 48년째를 맞았다.

경상남도 고성이 고향인 백청길씨는 남원이 고향인 아내 유순자(74)씨를 만나 남원에서 고물상을 시작해 계남면에 터를 잡고 올해로 48년째 고물상을 운영 중이다.

백청길씨는 "무슨 일을 해야 처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주변에 밭을 돌아다니다 밭두렁에 폐비닐이 군데군데 쌓여 있는걸 보고 수거해 팔면 돈이 될 것 같아 고물상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장수읍에서 고물상을 운영 중인 사람은 10명쯤 있었고, 장계, 계북, 계남면에서는 일곱 명쯤 고물상을 운영 중이었다. 백 대표는 "그때는 직업을 선택해서 들어갈 만큼 직장이 없었고,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살았던 때다"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경운기를 타고 장수, 장계, 계북 등을 돌아다니며 논밭에 버려진 빈 농약병이나 쓰레기, 폐비닐 등을 치우고 고물을 팔아 돈을 벌어 논을 매입했다. 매입한 논에 흙을 채우고 집을 짓고 고물상을 운영한다. 고물상 자리는 예전에는 논이었다는 것.

아내 유순자씨는 "하루에 고물을 싣고 들어오는 차는 50대 정도 돼요. 지금은 집집마다 자동차가 없는 집이 없잖아요. 장수, 진안, 함양, 서상 등 주변에서 본인들 차에 고물을 싣고 여기 고물상으로 들어와요. 전부 50년 가까이 된 단골손님들이에요"라며 "예전에는 고물을 가져오면 엿이나 비누로 바꿔주었는데, 손님이 너무 많았을 때는 비누가 한 박스에 50장이 들어있는데 그걸 5박스씩 쓰고 들어올 때도 있었어요"라며 장사가 잘되었다고 말했다. 그때 고물을 비누로 바꿔 간 손님들이 지금도 고물을 가지고 온다는 것.
 
백청길 대표가 집게차로 주변 고물들을 정리하고 있다.
▲ 백청길 대표 백청길 대표가 집게차로 주변 고물들을 정리하고 있다.
ⓒ 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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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죽을 고비 넘기기도

아내 유순자씨는 "한밤중에 남편이랑 같이 트럭에 고물을 가득 싣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남편이 나를 보고 내리라고 빨리 내려야 한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에 나도 모르게 달리는 차에서 뛰어 내렸어요. 뛰어내리는 순간 트럭이 거꾸로 내려가더라고요"라며  "이제 남편은 죽었다라고 생각하고 밑으로 뛰어 내려가 보니 트럭이 거꾸로 서있었어요"라고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말했다. 트럭에 고물을 가득 실어 무거워서 오르막을 못 올라가고 언덕에서 거꾸로 내려간 것이었다는 것.

"단 한 번도 고물상을 하면서 후회한 적 없다"는 백청길 씨. 고물상을 하면서 지금까지 처자식들과 잘 살아 왔다. 고물상은 천직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 백청길씨는 노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82세의 나이에 고물을 실을 수 있는 집게차를 운전하며 고물들을 정리한다.

백씨는 아내 유순자씨에게 "그동안 힘들었지. 고생 많았어"라며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아내에게 전했다.
아내 유순자 씨는 남편의 그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맙다라며 손가락 하트를 남편에게 보여주었다.
대표 백청길 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고물상을 운영할 것이며, 고물상을 없애지 않을 것이다. 자식들 중 누군가가 물려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물들을 정리하고 있는 백청길 씨.
▲ 계남고물상 백청길씨 고물들을 정리하고 있는 백청길 씨.
ⓒ 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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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운동하는 마음으로

이 부부는 고물상을 하는 것에 대해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쓰레기와 폐비닐, 냇가에 버려진 농약병들을 주우면서 환경오염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내 유순자씨는 "농약병, 폐비닐은 우리 고물상에서만 받아요. 농약병만 담을 수 있는 포대자루를 구입해서 논밭 냇가로 돌아다니며 주워와요"라며 "폐비닐, 스티로폼, 폐타이어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장수군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서 도입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쓰레기 매립장에는 많은 양이 아닌 얼마 안 되는 쓰레기를 가지고 가기에는 번거롭고 멀어요"라고 말했다.

환경부 장관상을 받은 이력도 있는 백청길씨. 지금도 환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고물상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자부심으로 고물상을 운영하는 백청길·유순자 부부는 정말 귀한 직업을 가졌다.
 
백청길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계남고물상은 올해로 48년째 운영 중이다.
▲ 계남고물상 백청길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계남고물상은 올해로 48년째 운영 중이다.
ⓒ 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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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출처 : 장수 신문(http://www.jangsunews.co.kr)


태그:#계남고물상, #장수군소식, #인물탐방, #전북 장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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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지역에서 직접 찾아다니며 발로 뛰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고재영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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