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코칭을 할 때 필요한 아이템을 묻는다. 내가 먼저 제안하기도 하지만 옷장에 채워야 하는 아이템은 협의 후 결정한다. 그런데 쇼핑 리스트를 물어봐도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있다. 직장에서, 편함 모임에서, 일상에서 입을 장소와 역할이 명확하다면 구분이 쉬울 수도 있을 텐데, 보통은 구분 없이 편하게 입을 때 무엇을 사야 할지 어려워한다.
그래서 여름에 갖고 있으면 좋을 아이템을 뽑아 보려고 한다. 늘 이야기하듯이 옷 걱정 없이 입고 싶다면 필요한 옷을 그때그때 사는 것이 아닌 계절이 시작하기 전에 옷장 분석을 하고 빈틈을 채우는 방식으로 쇼핑을 한다. 그것이 바로 한 계절을 잘 나기 위한 옷장 구성이며 계획적 쇼핑을 통한 나답게 잘 입는 법이다. 이름하여 옷장 플래닝이다!
1. 반바지 2~3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아이템은 아닐뿐더러 일반적인 기준을 갖고 추천하는 것이므로 내가 입는 아이템인지, 잘 안 입는 아이템인지 생각해서 개수를 조절하면 된다. 여름에 반바지를 따라올 아이템이 있으랴. 티셔츠와 쌍벽으로 더운 여름을 잘 나게 도와주는 아이템이다. 청바지, 면바지도 좋고 조금 더 단정한 느낌의 린넨 바지도 괜찮다.
2. 시원한 긴 바지 1~2벌
30도를 웃도는 요즘이라도 긴 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은 꽤 된다. 시원한 소재는 아니지만 활동성이 좋은 와이드 저지 바지도 좋고, 린넨 소재의 바지도 좋다. 코끼리 바지(냉장고 바지라고도 한다)라고 불리는 레이온 소재의 바지도 추천하는데 고무줄 바지로 제작되므로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휘뚜루마뚜루 편하게 입기 좋다.
3. 원피스/스커트 1~2벌
원피스나 스커트는 계절별 1~2벌 정도를 추천한다. 아주 타이트하지만 않다면 시원하게 입기 좋고 바지랑은 다르게 분위기 내기도 좋다.
4. 셔츠/블라우스 1~2벌
티셔츠보다는 단정한 느낌을 주는 셔츠/블라우스는 옷을 좀 갖춰 입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5. 티셔츠 3~4벌
셔츠보다 티셔츠를 더 많이 추천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빨래에 대한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다림질을 해야 하고, 세탁기에 막 돌리기 어려운 셔츠/블라우스보다는 하루 입고 빨 수 있는 티셔츠가 더 실속 있어 보인다. 단, 자주 빨아야 하는 티셔츠도 빨래망에 넣어서 빨면 조금 더 오랜 기간 잘 입을 수 있다.
6. 신발 2~3켤레
장마철에 신을 튼튼한 슬리퍼/샌들과 격식 있는 자리에서 신을 단정하고 세련된 샌들 2~3켤레면 끝이다. 쇼핑 리스트를 정할 때 반드시 들어가는 게 신발인데 의외로 신발을 다양하게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슬리퍼 1켤레, 스포츠(튼튼한) 샌들 1켤레, 세련된 샌들 1켤레 이렇게만 갖고 있어도 옷장 속 여름옷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
7. 가방 2~3개
가방 역시 신발과 같은 역할이다. 편하게 드는 가방 1개(보통 에코백이나 쇼퍼백이 많다), 놀러 갈 때 혹은 장 보러 갈 때 가볍게 드는 미니백(핸드폰이랑 지갑 정도만 들어갈 정도가 좋다) 1개, 갖춰 입었을 때 드는 가방 1개(가방은 4계절 용으로 하나만 있어도 된다). 이렇게만 있으면 여름옷과의 코디가 완성된다.
8. 모자 1~2개
모자를 잘 쓰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여름에는 자외선 차단이 필수이므로 나에게 어울리는 모자 1~2개쯤 알아 놓으면 좋다. 볼캡(야구 모자)이나 버킷햇(벙거지 모자)뿐 아니라 왕골(라탄/밀짚) 모자도 다양한 디자인으로 예쁘게 잘 나오므로 내 스타일에 맞게 구비해놓으면 색다른 느낌으로 입을 수 있다.
이렇게 여름에 채워 놓으면 좋을 아이템을 알아봤다. 내 여름 옷장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알고 싶다면 이걸 기준으로 살펴보길 바란다. 사람에 따라 품목과 개수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옷장 플래닝은 한 계절 옷장을 잘 채워 나답게 잘 입는 법이다. 여름은 시작되었지만 스타일에 아쉬움이 있는 당신이라면, 이 리스트를 바탕으로 내 옷장을 다시 한번 살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