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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를 걷다보면 메꽃이 핀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나팔꽃이 더 흔했던 것 같은데 요즈음은 나팔꽃인가 싶어 들여다보면 영락없이 메꽃이다. 
 
나팔꽃 / 메꽃
 나팔꽃 / 메꽃
ⓒ 기증저작물(좌) / 윤소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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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과 나팔꽃은 모두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메꽃과에 속하는 덩굴식물이다. 다만 메꽃은 여러해살이인데 반해, 나팔꽃은 한해살이인 차이가 있다. 메꽃의 잎은 폭보다 길이가 길어 뾰족하고, 꽃은 옅은 홍색이다. 나팔꽃의 잎 모양은 보통 심장과 닮았다고 하는데, 메꽃의 잎에 비해 넙적하다. 나팔꽃하면 푸른색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붉은색, 재색, 흰색 등 그 색깔이 다양하다. 

나팔꽃은 'Morning Glory(모닝 글로리)'라는 영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새벽에 피었다가 오전에 일찍 시든다. 이런 특성 덕분에 부지런함의 대명사로 알려졌지만, 한편으로는 정절과 지조가 없는 바람둥이꽃이라고 한다. 반면 메꽃은 나팔꽃보다 늦게 피어 한낮에 볼 수 있다. 
 
김홍도, 비단에 담채, 81.7 x 42.2 cm, 간송미술관
▲ 화조도-죽서화금(부분) 김홍도, 비단에 담채, 81.7 x 42.2 cm, 간송미술관
ⓒ 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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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가 그린 사계절을 담은 화조도 8폭 병풍 중 하나로, <죽서화금>은 여름이 배경이다. 꽃과 나무 그리고 새의 종류를 통해 어떤 계절인지 유추가 가능하다. 이 그림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메꽃과 대나무를 주변으로 새들이 모여 있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잎의 모양이나 꽃 색깔은 나팔꽃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신사임당, 종이에 채색, 34×28.3cm
▲ 산차조기와 사마귀(초충도8곡병) 신사임당, 종이에 채색, 34×28.3cm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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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벌레를 그린 신사임당의 초충도이다. 빨간 꽃이 핀 것이 산차조기, 파란 꽃의 덩굴식물이 나팔꽃이다. 그림 속 식물에 대해 산차조기가 아니라 여뀌, 나팔꽃이 아닌 메꽃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는 화가가 직접 꽃을 보고 그리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화풍으로 해석하여 그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의 모습과는 차이가 나게 그릴 때가 있는데, 이에 대해 후세 사람들의 해석이 엇갈릴 때가 더러 있다.

메꽃은 한국, 중국, 일본에 분포하는 토종 야생화인 반면, 나팔꽃은 원산지가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곳인 귀화식물이다. 나팔꽃 씨는 조선 초기에 이미 약재로 이용했기 때문에, 나팔꽃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도 꽤 오랜 역사를 가졌다. 다만 15세기 문헌에는 나팔꽃의 씨를 한자 이름인 견우자로 기재했고, 나팔꽃이라는 이름은 20세기에 들어서야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팔꽃은 견우 혹은 견우화라고 부르는데, '소를 끈다'는 뜻의 견우라는 이름은 '옛날에 나팔꽃 씨앗을 소 한 마리와 바꾸어 끌고 왔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이때 주체가 나팔꽃 씨앗을 가진 사람인지 소 한 마리를 가진 사람인지에 따라 의미가 조금 다르게 전달되기도 한다(자료마다 해석이 약간씩 다르다).

첫 번째 경우라면 나팔꽃 씨로 소 한 마리를 얻어서 뿌듯하다는 의미겠고, 두 번째라면 소 한 마리와 바꿀 정도로 약재(나팔꽃 씨앗)가 시급하게 필요했다는 의미일 터. 이 약재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고, 약효도 뛰어났음을 알 수 있는 말이라 하겠다.

메꽃과 나팔꽃의 효능, 효과

메꽃은 전체를 모두 약용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주로 뿌리와 어린순은 식용으로 하며, 꽃과 뿌리는 약용으로 쓰인다. 메꽃은 선화라 하는데, 동의보감에서는 기운을 보하고 얼굴빛을 좋게 하며 주근깨를 없애준다고 설명한다.

메꽃의 뿌리는 선화근, 선복근으로 부르며, 뱃속이 찼다 더웠다 하는 것을 치료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선화근은 외용약으로도 쓰였는데, 쇠붙이에 상한 것을 아물게 하고 힘줄이 끊어졌을 때 뿌리를 짓찧어 상처에 바르면 힘줄이 곧 이어진다고 한다. 

메꽃은 맛이 달고, 오래 먹으면 배고프지 않아 예전에는 찌거나 구워서 구황식물로 먹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에는 건강식품으로 인식될 때가 더 많다. 즉, 약용보다는 식용으로 먹는 게 더 익숙하다. 

나팔꽃은 씨를 한약재로 활용한다. 현재까지도 한의원에서 사용할 정도로 약효가 좋다. 한약재명은 조선시대와 마찬가지로 견우자 그대로 부른다. 맛이 쓰고, 성질이 차며, 독이 있다. 기운을 아래로 내리고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몸이 붓거나 복수가 찼을 때도 사용한다. 살충 작용이 있어 기생충을 없애는 기능도 한다.

하지만 직접 채취해서 먹는 건 피해야 한다. 유독한 성분이 있어서 장을 자극하고 설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원에서는 적당한 가공 처리(법제)를 해서 독성을 줄이거나, 다른 약재와 배합하여 성질을 완화시켜서 사용한다.

견우자는 동의보감에 총 7번이나 언급된 약재이다. <탕액편-풀>에서 약재를 총괄적으로 이야기한 것을 제외하고도 6가지 병증의 치료약으로 소개했다.

처음으로 <내경편-기(氣)>에서 '일체의 기운이 막힌 증상을 내려준다'고 하고, 이어서 <내경편-소변>에서 '소변이 통하지 않는 것을 치료하여 요도를 순조롭게 해준다'고 했다. <외형편-허리>에서 '허리가 아프고, 대변에 찬 고름이 나오는 것을 치료한다'고, <외형편-다리>에서는 '각기병으로 다리가 퉁퉁 붓는 것을 치료한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잡병편>의 적취(뱃속에 덩어리가 생겨 아픈 병증)와 부종에도 효과가 있음을 알려준다. 

이른 새벽 알람을 울리듯 나팔 모양으로 꽃피우는 부지런한 나팔꽃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메꽃. 닮은 듯 다른 이 두 꽃이 우리 조상들에게 있어서는 굶주림을 해소하는 음식이자 여러 질병에 도움이 준 중요한 약재였다는 것이 흥미롭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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