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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근 제너시스BBQ대표이사 회장과 <매일경제>의 인터뷰.
 윤홍근 제너시스BBQ대표이사 회장과 <매일경제>의 인터뷰.
ⓒ 온라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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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당수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가맹점에 대한 원부자재 납품가를 대폭 인상했다. 이는 가뜩이나 배달앱 수수료, 배달대행비 등 경비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에 힘겨워하던 가맹점주들에게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하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양새다.

치킨 업계는 특히나 소란스럽다. 점주들은 재료비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불만을 표했고, 소비자들은 치킨 가격이 심리적 한계치라 여겼던 2만 원대를 돌파하자 치킨 불매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여기에 대형 마트들은 거꾸로 저가 치킨을 출시하며 이번 이슈를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 우리나라 치킨 프랜차이즈의 대표 기업인 BBQ의 윤홍근 회장은 <매일경제>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한 인터뷰를 했다. 여기서 그는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이 고사 직전에 몰려 있는데 정부가 지원은 못 해줄망정 과도한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사 직전? 본사가 아니라 가맹점주

'거리두기·가격인상' 특수 누린 치킨업계, 너도나도 최대 실적
코로나에도 실적 호조... 백종원 더본코리아 내년 상장 '청신호'
'불황에 강했다'…커피 프랜차이즈, 외형·수익 모두 잡았다


기업의 지난해 살림살이 보고가 끝나는 3월이 지나자 경제 전문지들은 앞다퉈 기업 실적을 쏟아 냈다. 그중 프랜차이즈 산업계의 실적은 위 기사와 같이 지난 코로나19 기간 중 특수를 제대로 누렸음을 전했다. 단적인 예로 윤홍근 회장의 BBQ는 지난해 16.8%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작년 도소매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3%였다).

위 기사 중 백종원씨의 '더본코리아' 실적 호조 기사도 뜻밖이었다. '더본코리아'의 주력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접객 전문 외식업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해 프랜차이즈 기업 실적은 고사 직전이란 주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윤 회장은 요즘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는 월 30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지만, 가맹점주들은 부부가 함께 나와 일해도 월 600만 원도 채 벌기 힘들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산자 물가가 인상됐음에도 최종 단계에 있는 외식 물가만 통제하려 하는 국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윤홍근 회장의 '고사 직전'은 정황상 본사가 아닌 가맹점을 말한 듯하다. 그러니까 본사는 높은 수익에 콧노래를 부르고 점주는 노동자보다 못한 수익에 괴로워하는 이 부조리한 상황 모두가 '국가 탓'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재료비 인상에 한탄하는 점주들
 재료비 인상에 한탄하는 점주들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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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서두에 밝혔지만, 올해 프랜차이즈 기업 대부분이 원부자재를 인상했다. 원부자재 가격은 안 그래도 프랜차이즈 점주들에겐 큰 부담인데,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것이다. 실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6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치킨 가격은 고정해놓고 원재료 공급가만 과도하게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당치킨' 등 마트표 초저가 치킨 열풍이 불면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답답한 속마음을 토로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점주에게는 이러한 문제 등에 대한 어떤 협상권도 없다는 사실이다. 광고판촉비 또한 다르지 않다. 그동안 상당수 프랜차이즈 본사는 일방적으로 광고판촉비를 정하고 징수했다. 하다못해 가맹점은 적자를 봐도 광고비는 내야 했다.

거액의 비용이 드는 유명인 모델 광고, 피자 업계가 유독 경쟁적으로 실시하는 상시 할인(1+1 또는 30~40% 할인), 수시로 시행하는 배달 앱 할인 등, 이제 소비자들 사이에 제값을 내고 먹으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이런 광고판촉비의 상당액은 본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가맹점주는 무조건 따라야 했다.

여기서 더 문제는 이 광고비가 별다른 효과도 없는 곳에 사용되거나 아예 엉뚱한 비용으로 전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광고판촉비 문제가 줄곧 분쟁의 원인이 되자 관련 법인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7월부터 광고판촉비는 반드시 가맹점주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개정되었다. 그런데 윤홍근 회장은 이 또한 전도유망한 기업의 발목을 잡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가맹점의 수익 악화의 본질은 가맹점 이익보다는 본사의 이익에 더 큰 비중을 둔 본사의 일방적 정책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본사는 왜 이렇게 이기적으로 됐을까? 경영자의 경영 철학 수준이 제일 문제이겠지만 프랜차이즈 시장의 과포화가 촉발한 과열경쟁도 한몫했다고 본다.
  
외식업종 브랜드 수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외식업종 브랜드 수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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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공정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대폭 증가했다. 이처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우리나라 본사는 그 부담을 너무 쉽게 가맹점에 떠넘긴다. 이게 가능한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에 지나치게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주의 왜곡된 현실 인식이 불통을 부추겼다. 대형기업을 일군 능력자라는 기업주의 우월 의식은 가맹점주를 자신보다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주가 가맹점주를 동등한 대화 상대 또는 동업자로 인식할 리 없다.

소통이 없는 대한민국 가맹사업

이처럼 우리나라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의 현재는 물론 미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정책에 수천, 수억 원의 투자금을 낸 점주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본사의 지시에 복종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가맹점은 자영업자보다는 근로자에 가깝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의무는 근로자에 버금가는데 그 권리는 근로자보다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십수 년간의 현장 경험 결과, 이런 부조리를 알고 있는 창업 희망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저 동네에서 본 예쁜 프랜차이즈 가게와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만난 친절하고 상냥한 본사만 기억한다. 그래서 쉽게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창업한다. 그러다 보니 가맹점주 대부분은 사업 시작 후 직면하는 부조리에 괴리감을 느끼고 당황해한다. 문제는 그때가 되면 이미 엎어진 물이라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오월동주가 된다.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는 어느 자영업자가 고객과의 소통이 싫다고 고민하면, 누구나 장사를 그만두라고 조언할 것이다. 반대로 성공한 자영업자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애정 어린 단골을 확보한 사람들일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 또한 그러하다고 본다. 가맹점주와의 소통이 불편하다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의 성공담에는 가맹점주와의 소통 과정이 반드시 들어가 있다. 1970년대 초반, 미국의 던킨도너츠는 딱 지금 우리 같은 상황 즉, 재료비 폭등에 진짜(?) 프랜차이즈 사업이 고사 위기에 놓이자 과감히 본사가 점주들이 참여하는 공동구매를 제안했다 이 실험이 성공하자 그 뒤 다수의 프랜차이즈 기업이 뒤를 따랐다.

KFC, 버거킹, 맥도날드 등 지금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프랜차이즈 기업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국내에 진출한 사업체와는 별개다). 이처럼 앞서 숲을 통과한 자들이 남겨 둔 표식은 뒤늦게 숲에 들어온 이들에게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현재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계 수준은 여전히 프랜차이즈 본고장 미국의 1970, 198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것은 좁은 안목, 편견, 부족한 경영 철학을 인정하지 않고 눈앞에 표식을 무시하는 오만으로 숲을 헤매다 계속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을 넘어 이제 공식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도 이제는 그만 후진형에서 벗어나 선진형이 돼야 하는 것 아닐까? 2018년 기준 15조 매출을 올린 스페인의 세계적 협동조합형 기업 '몬드라곤'의 창업자 호세 마리아 신부는 이런 말을 남겼다.

"관용이라는 인간의 소질 없이, 이기적인 욕망의 절제 없이, 위대한 업적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이게 우리 프랜차이즈 기업주들에게는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 듯하다.

태그:#프랜차이즈, #당당치킨, #가맹사업, #물가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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