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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껍질을 잔뜩 까고 나면 손 끝이 아리다. 아침에 일어나 가을 볕이 좋아 창 앞에 밤을 널고 앉아 밤 껍질을 까기 시작했을 때의 실내 온도는 22도, 연노랑 밤의 속살이 그릇에 가득 쌓인 뒤 온도를 확인하자 어느새 해는 중천에 올라 실내 온도는 25도다.

포동포동 살이 오른 가을의 햇밤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지만 몇 년 전 우연히 들른 밤 농장에서 산 밤 자루에서 나온 벌레들이 주방을 점거한 사건 이후 한동안은 충격으로 밤을 사지 못했다. 밤을 잔뜩 사고 껍질을 까는 그 지루한 과정, 부담스러움에 미루다 보면 어느새 밤의 속살보다 더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밤벌레들이 창궐하고 마니까.

하지만 요즘 삶의 모토, '매일 매일 아주 조금씩만 나아지자'를 외다 보니 밤 껍질 까는 일도 부담스럽지 않다. 깨끗하게 씻은 밤 한 소쿠리를 부엌에 두고 지나다니다 생각이 날 때, 심심할 때 몇 개씩 까다 보면 이삼일이면 다 깔 수 있다. '두 세 개만 까야지'라고 생각하다가 오늘처럼 한자리에 앉아 끝까지 까게 되기도 한다.

집안일도 마찬가지다. '대대적인 청소로 집을 몰라보게 탈바꿈시켜야지'라는 생각은 그 자체로 부담스럽기에 '그냥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집을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애매하게 남은, 이제는 쓰지 않지만 아까워 방치해둔 로션 통을 버린다. 이걸로 오늘의 나아짐은 끝이다. 이렇게 조금씩 티도 안 나게 나아지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져버릴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지만 가만히 있다 보면 조금씩 더 나빠질 뿐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즐거운 오늘의 식탁에 오른 것은 밤찰밥, 차르르 윤기가 나는 미색의 투명한 찰밥을 입에 넣으면 쫀득하고 짭짤하고 씹을수록 감칠맛이 돈다. 거기에 달콤한 밤이 악센트가 되어 밥 한 공기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삭아삭한 식감의 태추단감을 잘라 들기름을 베이스로 만든 드레싱에 가볍게 섞어 곁들이면 가을 하늘처럼 기분도 맑아진다. 조금 시간을 들인 가을의 밥상 덕에 어제보다 조금 더 행복한 오늘이다.
  
밤찰밥
 밤찰밥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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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찰밥

재료


찹쌀 2컵, 물 2컵, 소금 2작은술, 밤 10개

1. 찹쌀은 물에 서너 시간 충분히 불린다.
2. 물 2컵에 소금 2작은 술을 넣고 녹인다.
3. 밤은 속껍질까지 깨끗하게 제거한 뒤 2등분 혹은 4등분한다.
4. 찜통에 물을 붓고 끓어오르면 찜기에 면보를 깐 뒤 불린 찹쌀을 얹어 뚜껑을 닫고 10분가량 찐다.
5. 만들어 둔 소금물의 반 분량, 1컵을 찹쌀에 고루 붓고 밤을 올린 뒤 다시 뚜껑을 닫고 10분가량 찐다. 10분이 지나면 나머지 소금물을 부어 20분가량 더 찐 뒤 불을 끄고 10분가량 뜸을 들인 뒤 먹는다.
   
밤찰밥과 태추단감 샐러드
 밤찰밥과 태추단감 샐러드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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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추단감 감태 샐러드

재료

태추단감 1개, 감태 약간, 통들깨 약간(생략 가능)

샐러드 드레싱

들기름 1큰술, 액상조미료 1작은술(간장으로 대체 가능), 식초 1작은술

1. 드레싱 재료를 잘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2. 태추단감은 껍질을 벗겨 얇게 채썬다.
3. 단감을 드레싱에 버무린 뒤 그릇에 담고 감태와 통들깨를 보기 좋게 올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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