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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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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정권퇴진운동, 납득할 수 없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집회의 배후로 민주당을 지목했다. 7일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그는 기자들 앞에서 "(윤 대통령 퇴진 요구는) 한 표 한 표 소중하게 행사해서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최소한의 국가 이성마저 망각한 작태"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민주당은 당장 정권 퇴진 캠페인을 중단하시기 바란다"라며 "추모를 빙자한 정권퇴진운동, 국민 누구도 동의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이처럼 거친 반응을 보인 것은 <조선일보>의 보도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정권 퇴진 촛불 문화제'를 이어온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를 열었다(관련 기사: "윤석열 퇴진이 이태원 추모" 참사 후 첫 촛불집회).

그런데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윤 퇴진 촛불집회, 민주당 조직도 전국서 참가자 동원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민주당 조직도 전국적으로 버스를 대절해가며 이 집회에 참가자를 동원해온 정황이 드러났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단체가 주최한 집회에 민주당 조직이 지속적으로 결합해 왔는데, 지난 5일에도 민주당 조직이 버스까지 대절해가며 동원됐다는 요지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따져 물으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등을 여권에 요구해왔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조선일보> 보도를 근거로 민주당에 '되치기' 하는 모양새다. 이른바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민주당, 국민을 바보 취급... 정권퇴진운동 전문 정당인가?"

7일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 역시 민주당 성토장과 다름 없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이 원하는 것은 진정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인가?"라며 "민주당은 정권퇴진운동 전문 정당인가? 당 조직을 동원해 제대로 출범도 못한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무더기 버스 동원에 나선 민주당, 국민께 사과하시라"라고 요구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끔찍한 사건·사고가 이어졌다"라며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부터 2021년 광주 학동 건물 붕괴사고 등을 차례로 나열했다. "국민의힘이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 때 문재인 정권퇴진운동을 벌인 적 있느냐?"라며 "큰 사건·사고가 나면, 때 만난 듯이 정권퇴진운동 벌이는 민주당, 대체 집권하고 있을 때 재발방지 위해 무슨 일을 했느냐?"라고도 재차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국민들이 소중한 한 표, 한 표로 선택한 대통령을 임기 5개월 만에 끌어내리겠다는 민주당,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정당 아닌가? 이러고도 민주정당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에 경고한다"라며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르고 그걸 방패막이 삼아 정권퇴진운동을 벌이는 치졸한 정치, 당장 그만두시라"라고도 꼬집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촛불추모집회에서는 온갖 정치구호가 난무했고, 민(주)노총도 추모집회를 명분으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라며 "민주당에서는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등 갈등과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은 "도대체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근거가 뭐냐?"라며 "솔직히 말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선거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으니, 윤석열 대통령 물러나라는 '대선 불복' 아니냐?"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대통령 탄핵 외치는 세력들 뒤 숨어서 사실상 이들을 조종하고 있는 게 혹시 민주당 아니냐? 그것이 이재명 대표의 마음인가?"라며 "사회적 참사가 터질 때마다 희생자의 죽음을 정치화하고 국민을 선동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반헌법적 세력이 우리사회에 분명히 존재한다"라며 "이런 세력에 대한 민주당 입장은 뭔지, 이재명 대표가 분명히 밝혀달라"라고 요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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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도 집회했는데... 윤석열 퇴진 집회에 기동대 모두 투입?

특히 이날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태원 사고가 발생한 10월 29일 저녁, 광화문에서 정권 퇴진 촉구대회가 열렸다"라며 "서울시내 모든 경찰 기동대가 이 집회의 질서유지에 투입됐고, 그날 밤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졌다"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해당 집회와 그 집회에 대거 참석한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다.

김행 비상대책위원도 "같은 날 29일 저녁, 저는 집 앞에서 삼각지역으로 향하는 시위대를 목도했다"라며 "'윤석열 퇴진' '사퇴가 사죄다'라고 외치는 그들의 규모와 적의에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느꼈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일 서울 시내 모든 경찰 기동대가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이 집회에는 민주당 조직이 전국적으로 버스를 대절해가며 참가자들을 동원해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서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청은 지난 3일,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고 당일 서울 용산경찰서 관할인 삼각지(삼각지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를 포함해 서울 지역에서 개최된 모든 집회는 오후 8시 30분경 종료됐다"라고 설명했다. 사고가 일어난 그 시각, 기동대 인력이 집회에 대비하느라 이태원을 통제하지 못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또한 10월 29일 서울에는 촛불행동의 집회만이 아니라 다양한 집회가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중에는 자유통일당과 같은 보수단체 회원들의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 기동대가 해당 촛불집회에 모두 투입됐다는 국민의힘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관련 지적이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도 나오자, 정 비대위원장은 "글쎄, 보수단체도 집회 신고를 냈었는데, 안전문제를 이유로 보수단체 집회 신고를 한동안은 또 허가를 안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더라"라고 답했다. 이어 "그 당일 날은 일부 보수단체가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저도 들었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질문 취지와 맞지 않는 답을 내놓은 그는 이후 자리를 떴다.

태그:#이태원참사, #대통령퇴진, #촛불집회,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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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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