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생활공간에는 많은 구성원이 있다. 이웃이라 불리는 이들 중에는 시인도 있으며 또 옷 수선을 말끔히 하는 이도 있다. 자신의 생활공간을 도서관을 꾸며 오가는 사람을 위해 개방하는 이웃도 있다.

그들 이야기를 도란도란 모여 듣고 또박또박 글로 남긴 이웃도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이웃은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영상 제작에 나선 이도 있다. 이웃으로 시작해 이웃으로 끝난, 말 그대로 우리 삶의 기록이 담긴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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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열린 책 출간 기념식에 참석한 이야기 속 주인공과 시민 에디터들이 제작과정에 있었던 이야기를 주제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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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유림동 마평동 그리고 역북동을 무대로 꾸며진 <우리동네-우리동네 사람들이 말하는 나의 애장품>과 <도시탐사 용인-생활실험실 공간>이 그것이다.

책 <우리동네>에는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이웃이 소중히 여기는 애장품과 관련한 이야기가 담겼다. 만인제분소를 운영하는 한길상씨는 곡식 껍질을 걸러내는 데 사용하는 '키'를 환상의 짝꿍으로 뽑았다.

정원상회 오미정씨는 어머님 대자를 위대한 유산으로, 도장집 남일당을 운영하는 장태엽 씨는 기계보다 정교하게 실력을 받쳐주는 고정대를 애장품으로 소개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홍금자씨는 깨절구, 강정집을 운영하는 황순경씨는 언제나 정도를 지키게 해주는 틀과 자를 자랑했다.

자기 생활공간이 아파트를 도서관으로 꾸며 이웃에게 개방한 지구별도서관 김영욱 관장이 꺼낸 애장품은 그을린 편지 상자다. 결혼 이듬해 발생한 화재로 살림 대부분이 소실됐지만 그을린 흔적이 그대로 있는 편지 상자는 간신히 건질 수 있었다.

김 관장은 이웃과 인터뷰를 통해 "편지 상자에 담긴 편지 대부분은 8년간 긴 세월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고 지금은 한집에서 살게 된 나의 짝꿍이 보낸 것"이라며 "이 편지들은 짝꿍과 가끔 싸워서 속상할 때나를 위로해 주고 행복을 생각나게 해주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들 이야기를 듣고 글로 표현한 이들은 우동살롱(우리동네 살롱)에서 활동하는 이웃이다. 시민 에디터로 활동한 강은주씨는 "우리 동네 사람들과 만나는 설레는 시간이었다. 그들 애장품에서 진한 삶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책 속 사진 대부분을 담당한 김영욱 시민 에디터는 "사진 촬영을 하며 바라본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라며 "짧은 시간 많은 인생을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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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 이야기와 주변 공간 매력을 담은 책 두권이 출간돼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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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살롱이 만든 또 다른 책 <생활실험실 공간>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거쳐 가는 공간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담겼다.

노란빛으로 둘러싸인 동굴 느낌의 노란별빛 책방과 함께 나누고 싶어 책방을 차린 이세연씨의 빈칸놀이터 사연도 볼거리다. 책방은 놀이터라고 강조하는 365북스 최성욱씨가 만든 공간도 소개돼 있다. 나무 이야기에 귀담을 기회를 제공하는 목공방 나무모아도, 디자이너 부부를 위한 햇살이 머무는 가죽 공방 써틴에 대해서도 알뜰하게 담겼다.

경기지역 양조장 맥을 잇는 백암막걸리 김동하 대표와 아내 권혜숙씨 이야기도 담겼다. 이내 용인을 대표하는 또 다른 상품인 처인성막걸리 이완재 대표도 전통에 입혀진 독특한 풍미를 이웃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김영환 장인 망치 소리가 가득한 용인 마지막 대장간 이야기에서는 50년 세월을 고스란히 느끼기에 충분하다.

용인탐사 에디터로 활동한 하제희씨는 "용인에서 살지만 용인 곳곳을 탐사하는 일은 없었다. 어쩌면 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도 느끼지 않았던 것같다'라며 "우연한 기회에 마주하게 된 용인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고 사려 깊은 도시였다. 이곳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업은 경기도와 용인시가 지원하고 느티나무 재단이 주관하는 '2022 경기도 문화가치 활성화 사업' 중 생활실험실탐사대 프로젝트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