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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영권의 부인 가재분 어르신
 고 이영권의 부인 가재분 어르신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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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원유유출사고 15년을 앞두고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에 사시는 가재분(76세) 어르신에게 지난 5일 전화를 드렸다.

잠시라도 어르신이 따스하게 모시고 싶은 마음에 달려가 만난 가재분 어르신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지난 2007년 12월 7일, 애지중지하던 굴 밭이 검은 기름으로 뒤덮고 이를 치우다 크게 낙심해 어르신의 남편, 고 이영권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어르신은 "태안군유류총연합회나 허베이조합(태안군지부)은 별로 도움이 안됐다. 조합에서 한 거라고는 대학생인 큰 외손주에게 지난해 100만 원 장학금을 준 게 전부"라면서 서운함을 드러냈다.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은 태안원유유출사고가 국가적 문제로 커지는데 도화선이 된 고인의 죽음 이후 태안군유류피해총연합회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곳이다. 

현재 어르신의 유일한 수입원은 의항리 곳곳의 갯벌을 돌아다니면서 굴을 주어와 집에서 까 지인들에게 김장철을 앞두고 파는 것이다. 
 
깨끗해진 만리포 해변
 깨끗해진 만리포 해변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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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검은 기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깨끗해진 만리포 해변을 보며, 태안유류피해극복기념관을 방문했다.

하지만 기념관 전시실 어디에도 고 이영권 어르신을 비롯한 사고 당시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들에 대한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기념관 입구 도로변에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를 축하하는 허베이조합 태안군지부의 펼침막을 보면서 가재분 어르신의 하소연이 떠올랐다. 

15년여가 흘렀지만, 이제라도 태안군이 나서서 유족들과 협의를 통해 이곳에 이들에 대한 추모와 기억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태안원유유출사고,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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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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