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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의 한 거주 지역에 가스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는 모습.
 안양시의 한 거주 지역에 가스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는 모습.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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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이 날아들었네."

지난 1월, 퇴근하고 들어온 신랑이 식탁 위에 관리비 고지서를 올려놨다. 나보다 알뜰함이 몸에 밴 사람이라 또 아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려나보다 했다. 고지서를 내려놓고 겨울 점퍼를 벗는 남편은 10년도 넘은 패딩을 옷걸이에 걸고 있다. 짠한 마음에 남편이 잔소리해도 오늘은 참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오늘은 별일 없었어?" 하며 잠시 딴청을 부렸다.

겨울이니까 난방비가 많이 나와 관리비를 전월보다 10만 원 정도 더 낼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던 터였다. 나는 하던 집안 정리를 마치고 과일을 깎아서 아이들의 책상 앞에 그리고 TV를 보는 남편 앞에 각각 놓아뒀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식탁에 잠시 앉아서 고지서를 본 나는 화들짝 놀라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동안 뉴스에서 흘려들었던 모든 말들이 뇌리를 빠르게 스쳤다. 이게 도대체 우리 집 고지서 맞나? 나는 동호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우리 집 관리비 고지서가 맞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다고 할 때도 먼 나라 얘기라 생각했었다. 물가 상승이 예고된다고 할 때도 코로나로 여러 악재가 겹치니 그런가 보다 했었다. 하지만 막상 고지서를 받아보고 월말에 결재할 금액을 확인하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세대내 배달된 관리비 고지서.
 세대내 배달된 관리비 고지서.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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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다시 고지서를 살펴봤다. 전월 대비 난방비와 온수비, 전기요금이 올랐다. 10대의 혈기왕성한 아들만 둘 있는 우리 집은 겨울철에도 그렇게 오랫동안 난방을 하지는 않는다. 한겨울에도 20만 원 초반대였던 관리비가 30만 원 후반대를 육박하고 있었다. 정확한 내용은 다음날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일단 휴대전화로 난방비를 검색해봤다. 뒤따라오는 연관 검색어는 '폭탄'이었다.

다음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인상 항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난방비와 온수비, 전기요금이 인상됐는데 난방비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단가가 41% 인상됐고, 온수비는 14%, 전기요금은 18% 인상됐다고 설명해줬다. 전체 관리비를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니 50% 정도 올랐다. '삶의 비용'이 오르는 건 비단 관리비뿐만 아니었다. 외식업계도, 서비스업종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서민의 시름도 하루가 다르게 깊어져 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난 10일 최대호 안양시장이 "안양시 거주자 1인당 5만원"의 난방비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집은 4인 가구이니 지원금을 20만원 받게 된다. 앞서 안양시는 취약계층에 이미 세대 당 10만 원을 지급했었다. 여기에 시민 1인당 5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지급대상은 2월 9일 24시 기준으로 안양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내국인과 결혼이민자, 영주권자이며 신청 기간은 오는 3월 6일부터 5월 31일까지라고 한다. 전국 지자체 중 개인을 기준으로 난방비를 정액 지급하는 곳은 안양시가 처음이란다. 무겁기만 한 난방비 인상분을 상쇄할 순 없지만, 조금이나마 가계 상황에 숨통을 틔워줄 것 같다. 

추운 겨울에 서민은 더 위축되기 십상인데 난방비 폭탄까지 터져 버렸다. 난감한 서민에게 '5만원'은 따뜻한 온정과 같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절약법
 
과도하게 설정온도를 높이지 말고 외출시에 끄기 보다는 현재 온도에서 1~2도 낮게 설정하고 높일 때에도 설정온도를 현재 온도에서 1~2도 높게 설정한다.
▲ 세대내 보일러 설정온도 과도하게 설정온도를 높이지 말고 외출시에 끄기 보다는 현재 온도에서 1~2도 낮게 설정하고 높일 때에도 설정온도를 현재 온도에서 1~2도 높게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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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물가는 계속 뛸 것 같다. 세대 내에서도 고물가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절약'하는 게 마치 구시대의 주문처럼 들릴 수 있지만 최근에 세계적으로 물가인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을 외면하고 살 수만은 없다.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 보자. 주변에 거론되는 유용한 정보를 한번 모아봤다. 
 
① 외출시 개별난방은 보일러 전원을 끄는 대신 외출모드로 하는 것이 유리하고, 지역난방은 외출모드는 가급적 쓰지말고 원하는 온도보다 설정온도를 1~2℃ 낮춰 설정하고 외출하는 것이 좋다.
② 대류현상에 의해서 보일러를 틀지 않는 방이 있다면 그곳에서 열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트는 것이 유리하다.
③ 요즘은 창문을 크게 내는 경향이 있어 열손실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 암막커튼이나 두꺼운 커튼, 블라인드로 공기를 차단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④ 온수매트나 카본매트, 카펫 등을 침대나 방안에 깔아서 보온을 해주면 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⑤ 겨울철에는 항상 창문에 '뽁뽁이(에어캡)'를 붙여 단열하는 것은 유리창을 통해 빠져나가는 열손실을 잡는 데 효과적이다.
⑥ 수면양말, 히트텍, 보온내의, 가벼운 경량패딩 등을 입어서 집안에서 생활하면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

"용기는 절망에서 생긴다"는 소설가 펄벅의 말이 있다. 정치권이 됐든, 행정부가 됐든 서로 잘못을 따져가며 다투기보다는 지혜롭게 고물가 시대를 헤쳐나가는 대안을 마련하면 좋겠다. 아직은 겨울 날씨지만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한 온기로 녹여 내며 꽃피는 봄이 오길. '안양시 난방비 지원금' 신청도 한편으로 기다린다.
 
2월10일 최대호 안양시장이 난방비 개인당 5만원 지급한다고 기자회견을 하였고 시내 곳곳에 지급확정되었다고 현수막이 걸려있다.
▲ 안양시내에 난방비 5만원 지급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월10일 최대호 안양시장이 난방비 개인당 5만원 지급한다고 기자회견을 하였고 시내 곳곳에 지급확정되었다고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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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난방비인상, #안양시 재난지원금, #안양시 5만원지급, #가스비 인상, #난방비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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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아름답고 재미난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고가며 마주치는 풍경들을 사진에 담으며 꽃화분처럼 바라보는 작가이자 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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