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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레흐트 시청에는 나무로 만든 시내 모형도가 구비되어 있다. 2월 27일 오후에 시청 앞에서 만난 Herbert Tiemens(도시개발과 선임 정책 자문관)씨는 이 모형도 앞에서 20여 분간 위트레흐트 시의 도시계획의 변천사에 관해 설명하였다. 구 도심과 새롭게 요구되는 개발 수요 사이의 조화를 고민하고 진행되어온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 위트레흐트 모형도 위트레흐트 시청에는 나무로 만든 시내 모형도가 구비되어 있다. 2월 27일 오후에 시청 앞에서 만난 Herbert Tiemens(도시개발과 선임 정책 자문관)씨는 이 모형도 앞에서 20여 분간 위트레흐트 시의 도시계획의 변천사에 관해 설명하였다. 구 도심과 새롭게 요구되는 개발 수요 사이의 조화를 고민하고 진행되어온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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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차는 관공서 등이 근무하지 않는 토요일. 온 김에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 터. 공식적인 일정이 아니지만 움직이는 내내 원정대원들의 시선은 본래의 목적으로 귀결된다. 파리의 성곽이었던 외곽 순환도로 바로 밖에 위치한 포르테 테 팡텐역(Porte de Pantin)에서 지하철을 타고 1차례 환승하며 시청에 도착했다.

우리가 보기엔 장애인의 이동편의를 전혀 고려치 않은 지하철 내의 동선. 125년 전인 1898년 처음으로 지어진 구조상, 새롭게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고 한다. 전날 가이드로부터 '파리의 지하철은 문을 수동으로 열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시청 주변의 역에서 직접 그런 일을 겪게 될지는 꿈에도 꾸지 못했다.

파리는 전체적으로 5층짜리 건물 일색이다. 모든 건축물들은 중세 때부터의 외관을 그대로 유지한다. 심지어 파리의 상징일 수 있는 시청 청사 역시 파리 코뮌 때의 대화재로 전소됐고, 1882년 원형대로 복원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파리 사람들은 창틀과 내부를 고쳐가면서 오래된 건물을 쓰지, 허물고 다시 짓는 방식을 택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허옥희 원정대원은 파리시청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도시들이 시청사를 새로 지으면서 크고 거대한 건물을 올리는 데 반해, 파리 사람들이 시청을 쓰는 것만 보고도 여러 가지가 생각됩니다. 위압적이지 않고 친근하고 아름답지 않습니까?" 

물론 외관상의 모습일 뿐이다. 파리 시청이 시민이나 외부인들에게 위압적으로 여겨지는지 친근하게 여겨지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파리시청과 몇 년 전 화재로 천장이 무너진 노트르담 대성당, 그리고 몽마르트르까지 오가는 동안 파리지앵들의 모습과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여러 가지를 유추해 본다. 우크라이나와 연대하기 위해 노란색과 파란색 조명으로 밝히는 에펠탑의 야경을 음미하면서 그렇게 파리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갔다.    
 
자전거를 탄 일행이 파리 시청을 찾은 것은 2월 24일 오후였다. 파리시청은 파리 코뮌때의 대화재로 인해 소실되었고 1882년에 이전의 형태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 파리시청 앞에서 자전거 원정대 자전거를 탄 일행이 파리 시청을 찾은 것은 2월 24일 오후였다. 파리시청은 파리 코뮌때의 대화재로 인해 소실되었고 1882년에 이전의 형태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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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전거의 나라 네덜란드로

2월 26일은 특별한 일정이다. 아침은 파리에서 점심은 브뤼셀에서 저녁은 위트레흐트에서 먹게 되는 날이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3개 국가에서 각기의 끼니를 먹게 되는 날.

이번 여행에는 특이하게도 방문하는 도시마다 우리를 환영해 주는 현지 한국인이 존재했다. 경유지인 브뤼셀에서도 우리를 맞이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EU본부가 있어 여러 국제기구가 활동 근거지로 삼고 있다고 한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 본부에서 근무하는 엄형식씨가 우리를 맞아 주었다. '네덜란드에는 못 미치지만 브뤼셀에서도 자전거를 도시의 미래로 여기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파리나 네덜란드와는 달리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브뤼셀. 시청광장 인근을 둘러보는데 유로 벨로라 불리는 자전거 도로의 표지판도 관찰된다.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라인강과 도나우강까지 이어진다는 유로 벨로가 브뤼셀 시내를 통과하는 것이다.
  
선대 왕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조카인 다음대의 왕이 짓기 시작하여 3대째 왕에 이르러 완성되었다는 왕궁공원 인근에서 발견한 자전거 관련 시설들. 좌측 사진에서는 도보로 몇 분, 자전거로 몇 분이 걸리는지 방향과 함께 표시되어 있어서 인상적이다. 가운데 사진은 고급 자전거를 위한 보안이 강화된 주차 시설이다. 우측 사진은 교차로에서 자전거가 차 앞에 대기하는 시스템으로 요즘은 여러 도시에서 도입하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 인근하는 네덜란드에 비할 바 못 되지만 자전거 도시를 향해 열심히 노력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브뤼셀에서 관찰된 자전거 시설들 선대 왕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조카인 다음대의 왕이 짓기 시작하여 3대째 왕에 이르러 완성되었다는 왕궁공원 인근에서 발견한 자전거 관련 시설들. 좌측 사진에서는 도보로 몇 분, 자전거로 몇 분이 걸리는지 방향과 함께 표시되어 있어서 인상적이다. 가운데 사진은 고급 자전거를 위한 보안이 강화된 주차 시설이다. 우측 사진은 교차로에서 자전거가 차 앞에 대기하는 시스템으로 요즘은 여러 도시에서 도입하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 인근하는 네덜란드에 비할 바 못 되지만 자전거 도시를 향해 열심히 노력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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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여 짧은 만남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북쪽으로 향한다.

저녁 6시 무렵 다시 요란하게 문자 메시지가 울려댄다. 현지 공관과 통신사 등에서 위급상황시의 도움을 요청할 방법 등을 안내하는 문자들이다. 이미 파리공항에 도착할 때 받았고 벨기에 국경을 넘어서면서 울렸다. 그리고 네덜란드로 들어 선 것을 확인해 주는 문자 메시지가 우리의 월경을 확인해 주는 셈이다.

일요일 저녁 어둑한 시각에 도착한 위트레흐트, 버스 안에서도 이곳이 네덜란드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자전거가 붐빈다.

이전에도 소개했지만 자전거의 나라 네덜란드의 도시 안에서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우리 일행의 버스가 움직이는데 도시를 몇 번 배회해야 했고 숙소 앞에 도착해서도 내리지 못하고 10여 분간 방황해야 했다. 프랑스 밖으로의 운전 경험이 적었다는 버스 기사는 의도치 않게 우리들에게 버스를 통한 시티투어를 해준 셈이다.

브뤼셀에선지 우회전하다가 폭이 좁은 도로 탓에 버스 하부를 긁혔는데 이날 입은 기사의 손해가 걱정되었다. 일행들은 그런 마음을 헤아려 정말 수고했고 애썼다고 박수를 보내며 힘을 주고자 했다.

그리고 맞이한 위트레흐트의 첫 아침

두 개의 일정이 있어 분주한 아침이다. 오전에는 '네덜란드 자전거 대사관'이라는 이름의 민간단체 DCE(Dutch Cycling Embassy)와의 간담회 일정이다. 오후에는 위트레흐트 시청과의 일정이 잡혀있다.

유럽에서의 세 번째 아침을 맞이한 원정대원들이 하루하루 현지의 시간에 적응해 간다. 첫날엔 새벽 2시쯤 일어나고 그 다음날은 3시쯤 일어난다. 그렇게 적응해 가면서 기상한 시각이 5시쯤으로 기억된다. 새벽 6시 무렵 조금 일찍 동이 텄지만 아직도 어둑한 시간이다. 호텔 밖을 내려다보니 벌써 움직이는 사람들이 관찰된다. 일찍 일어나 활동하고 일찌감치 잠든다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창문 밖으로 그대로 관찰된다.

다음날 아침엔 눈이 내렸지만 이날은 쌀쌀한 날씨의 맑은 날이었다.

위트레흐트의 한 복판이라 할 Vredenburg가에 위치한 숙소의 앞이다.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는 이곳에 매우 관심이 컸던지 일행들은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하나둘 나와 사람들을 관찰한다.

신호가 바뀌면 여러 방향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질서 정연하게 각자의 길을 간다. 가만히 서 있어도 상당히 쌀쌀한 날씨다. 누군가는 장갑을 꼈고 누군가는 목도리를 두르기도 한다. 복장도 다 다르다. 다만 우리처럼 쫄쫄이(?)를 차려입은 경우는 못 본다. 출근해서 근무할 때 입을 복장으로 움직인다.

이날 오전에 만난 Shelley Bontje(DCE)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설명을 하다가 스커트 차림의 자신의 복장을 '출근할 때 입었던 옷이며 외투를 걸쳤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자전거는 평범했으며 헬멧을 쓴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다.
 
프리젠테이션중 셀리 본체씨는 아침에 출근한 복장이며 여기에 외투를 걸쳤다고 설명하였다.
▲ Shelley Bontje(DCE) 매니저가 설명하는 "네덜란드의 자전거" 프리젠테이션중 셀리 본체씨는 아침에 출근한 복장이며 여기에 외투를 걸쳤다고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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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라운 풍경을 함께 목격하던 일행들이 하나둘씩 의견을 모아간다. '이것이 이곳 사람들의 모습인가 보다'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감춘 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자전거가 만들어내는 러시아워를 직접 목격하면서 함께 한 김광훈 광주 에코바이크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오랜 시간 동안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적응되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신호가 바뀌면 일제히 수십 대의 자전거가 움직이지만 엉키지 않습니다. 수신호를 비롯해 도로를 현명하게 쓰고 평화롭게 이용하는 방법이 몸에 밴 결과가 아닐까요?"

이 광경에 대해 가장 와 닿은 이야기는 최윤영(국회 이용빈 의원실 비서관) 원정대원의 말 같다. "이곳은 마치 이런 것도 가능하다고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세트장 같아요."

이런 궁금증은 이날 이후의 두 일정, 그리고 암스테르담과 하우턴까지 내내 이어질, 그러나 각기 다른... '자전거 도시'의 다양한 길에 대한 설명을 통해 해소되었다.

(*네덜란드 이야기는 이번 편을 포함해 세 개의 편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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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전거 원정대, #위트레흐트 자전거, #네덜란드 자전거, #자전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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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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