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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강정고령보에 발생한 심각한 녹조. 낙동강이 완전히 짙은 녹색 강으로 변했다. 저 보로 강을 완전히 막은 탓이다.
 18일 강정고령보에 발생한 심각한 녹조. 낙동강이 완전히 짙은 녹색 강으로 변했다. 저 보로 강을 완전히 막은 탓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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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이 심상찮다. 녹조가 심각하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불과 6월 중순인데  낙동강 녹조는 예년 8월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가 갈수록 녹조가 심해지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지만, 올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만 같다.

기후위기와 함께 심각한 국가적 재난인 '녹조 대발생' 사태가 곧 닥칠 것만 같아 두렵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둘러본 낙동강의 상황은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서 창궐한 낙동강 녹조는 상류로, 또 상류로 이동해서 칠곡보까지 번져가고 있었다. 짙은 녹색의 녹조띠가 선명하게 나타난 낙동강의 모습이 칠곡보에서까지 목격된 것이다.
 
18일 낙동강 중상류 칠곡보에 들어찬 녹조라떼. 칠곡보까지 녹조로 점령당했다.
 18일 낙동강 중상류 칠곡보에 들어찬 녹조라떼. 칠곡보까지 녹조로 점령당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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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드론을 띄워 살펴봤다. 하류 창녕함안보는 물론 합천창녕보, 달성보, 강정고령보, 화원유원지, 칠곡보까지 짙은 녹색의 녹조띠가 목격됐다. 19일엔 그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런 심각한 녹조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원인 진단이 제대로 돼야 정확한 해법도 찾을 수 있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이기에 이런 심각한 녹조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정부가 힘주어 말하는 것처럼 축산분뇨 탓인가? 축산분뇨 문제만 해결하면 녹조 대란 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인가?

대구지방환경청이 낙동강 녹조 상태를 확인하고 간 19일 오후, 경북 고령의 한 농민은 고령군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문자를 받았다. 
 
"고령군 환경과에서 안내드립니다.  2023년 7월부터 하천제방 등 국공유지에 가축분뇨 퇴비를 야적 보관할 경우 행정처분 및 고발대상에 해당됨을 알려드립니다.

따라서 국공유지에 야적퇴비를 보관중이시면 6월 중 사유지로 전량 이동 조치하시어 비닐 등으로 덮개 조치하도록 널리 홍보하여 주시길 바라면 환경부 및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상시 현장 점검 중임을 알려드립니다."

그런데 과연 방치된 가축분뇨만 처리하면 녹조는 저절로 사라질까? 가축분뇨에 들어있는 인과 질소가 녹조의 원인 물질의 하나임은 맞다. 그런데 인과 질소가 가축분뇨에만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을 모두 제거할 수도 없는 문제다.
 
18일 녹조가 심각히 발생한 낙동강 화원유원지에서 대구 달성군이 운영하는 유람선이 녹조를 휘젖고 다니고 있다. 녹조가 창궐할 땐 녹조 독이 에어로졸로 날린다 하는데 유람선을 탄 승객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18일 녹조가 심각히 발생한 낙동강 화원유원지에서 대구 달성군이 운영하는 유람선이 녹조를 휘젖고 다니고 있다. 녹조가 창궐할 땐 녹조 독이 에어로졸로 날린다 하는데 유람선을 탄 승객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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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정 계곡수 수준으로 낙동강을 관리해야 한다. 어떠한 오염원도 낙동강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정말로 녹조를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이 가능한가? 낙동강 주변을 따라 축산농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논과 밭이 있고, 200여 개나 되는 크고작은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아무튼 무수히 많은 축사와 논과 밭 그리고 난립한 산업단지, 이 모든 걸 다 제거한다면 녹조는 막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한 해법인가? 하지만 그것은 가능한 해법이 아니다. 

녹조의 원인은 이 한 장의 비교사진으로부터
 
19일로 같은 날 비슷한 시각의 낙동강과 금호강의 모습이다. 막힌 강과 흐르는는 강의 차이는 이와 같다. 녹조라떼 낙동강과 강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맑은 금호강의 모습이 극명히 대비된다.
 19일로 같은 날 비슷한 시각의 낙동강과 금호강의 모습이다. 막힌 강과 흐르는는 강의 차이는 이와 같다. 녹조라떼 낙동강과 강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맑은 금호강의 모습이 극명히 대비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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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진단이 잘못된 것이다. 여기 이 한 장의 비교 사진을 보시라. 19일 같은 날 거의 비슷한 시간에 찍은 두 강의 모습이다. 낙동강과 금호강의 모습을 나란히 비교해놓았다.

왼쪽 낙동강은 녹조가 극심하지만 오른쪽 금호강은 강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흘러가고 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낙동강엔 녹조가 발생했는데, 왜 대구 금호강은 그렇지 않을까?

낙동강보다 금호강이 맑은 강이라서? 전혀 그렇지 않다. 금호강을 따라서도 무수히 많은 축사가 있고, 논과 밭이 있고,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두 강 주변의 물리적 조건은 비슷하다. 따라서 수질도 비슷하거나 금호강이 조금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호강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강의 근본적인 차이에 기반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막힌 강 낙동강. 19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 모습이다.
 막힌 강 낙동강. 19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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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흐르는 강 금호강의 모습이다, 강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19일 흐르는 강 금호강의 모습이다, 강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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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막힌 강이고 나머지 하나는 흐르는 강이기 때문이다. 낙동강은 8개의 보로 강이 막혀 흐름이 거세당한 곳이고, 금호강은 펄펄 살아 흐르는 강이다. 물론 금호강에도 보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 보들은 농사용으로 지어진, 규모가 1미터 내외의 진짜 보 일부가 있을 뿐이다. 낙동강처럼 10m가 넘는 거대한 댐과 같은 보는 없다.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는 바로 10m가 넘는 거대한 보로 막힌 낙동강의 물리적 상황에서 오는 것이지 애먼 축산농가들 때문이 아니다. 정부는 제대로 된 진단부터 해야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축산농가를 상대로 정부가 내린 조치는 정답이 아니다. 물론 축산분뇨을 줄이면 녹조가 조금은 줄어들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임계점을 넘은 녹조 창궐을 일부 축산분뇨를 처리한다고 해서 막을 수는 없다.
 
정부는 애먼 축산농가 탓 그만하고 제대로 된 원인 진단으로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애먼 축산농가 탓 그만하고 제대로 된 원인 진단으로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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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유역의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 1일 정부의 녹조 종합관리대책이 나왔을 때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서 녹조의 최고 치료제는 수문 개방이라고 강조했다. 강의 자연성을 되살려 주는 것이라 진단한 것이다.

그렇다. 낙동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호강처럼 낙동강도 흐르는 강으로만 만들어주면 녹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성을 되찾은 '흐르는 강'은 비록 일부 오염원이 존재한다 하다라도 자정작용을 발휘해 녹조 창궐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흐르는 금호강은 이렇게 맑은 강물이 흐르고 있다. 지난 17일의 금호강 모습이다.
 흐르는 금호강은 이렇게 맑은 강물이 흐르고 있다. 지난 17일의 금호강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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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 낙동강에서부터 중상류 낙동강까지 녹색의 강으로 변했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반복할 것인가? 하루빨리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낙동강의 자연성을 되찾아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 대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다.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시작한 취양수장 개선 사업부터 서둘러야 한다. 수문을 열었을 때 취양수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취수구를 더 아래로 내리는 작업을 서둘러 해놓아야 수문을 맘대로 열 수 있다. 그러니 취양수장 구조개선사업부터 서둘러야 한다.

끝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마디만 하고 싶다. 낙동강의 이 심각한 녹조 사태를 보시고도 4대강 보 활용 운운할 수 있는지 정말 묻고 싶다. 4대강 보를 활용하겠단 이야기는 보의 수문을 굳게 닫아걸고서 그 물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19일 확인한 이방양수장의 모습. 저 녹조 가득한 물이 농업용수로 쓰이고 있다. 앞에 있는 하얀 건물이 이방양수장이다. 저 물을 끌어다 지금 한창 모내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 낙동강 물로 농사지은 쌀에서 녹조 독이 검출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19일 확인한 이방양수장의 모습. 저 녹조 가득한 물이 농업용수로 쓰이고 있다. 앞에 있는 하얀 건물이 이방양수장이다. 저 물을 끌어다 지금 한창 모내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 낙동강 물로 농사지은 쌀에서 녹조 독이 검출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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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연 녹조 창궐해서 녹조 독이 가득 든 물을 어디다 이용하겠다는 것인가? 저 물이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작금의 상황을 알고 있기나 한 것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이 나서서 4대강 보 활용 운운을 외치니 일선 공무원들이 녹조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눈감고 있는 것이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그 진실에 애써 눈감고 있는 것이 작금의 환경부를 위시한 공무원 사회다. 그러니 제발 금호강의 모습을 보고 실시구시적 자세로 낙동강을 바라보시라고 충언하고 싶다. 그러면 4대강 보 활용 운운이라는 소리는 더 이상 하실 수 없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두 강의 비교사진을 꼭 봐주실 것을 이 지면을 빌려 부탁드린다. 꼭, 반드시. 
 
19일 막힌 강 낙동강과 흐르는 강 금호강의 이 극명한 차이를 보시라. 하루빨리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19일 막힌 강 낙동강과 흐르는 강 금호강의 이 극명한 차이를 보시라. 하루빨리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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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의 변화상을 기록하고 살펴보며 낙동강 녹조의 원인과 해법을 제시한다.


태그:#낙동강 녹조, #녹조 독, #금호강, #축산농가, #대구 달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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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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