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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만 가는 책들
 쌓여만 가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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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때론 위험한 물건이다. 고요한 글씨가 빼곡히 나열된 종이 따위로 무슨 일을 하겠냐고 말하겠지만. 책 모서리에 맞아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아픔을 알 길이 없다. 쌓아 둔 책이 한 권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 우수수 무너지면 크게 다칠 수 있고 극단적이지만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일본의 극작가 '이노우에 하사시'가 거주하던 2층 목조주택의 바닥이 장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책 때문에 집이 붕괴된 자의 억울함을 누구에게 탓하겠나. 더 모으고 싶은 호더(hoarder)의 악취미를 탓할 수밖에.

쌓이는 먼지와 곰팡이도 무척 위험하다. 조금만 청소를 게을리해도 서재는 병균 배양의 온실로 전락하고야 만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더니 완벽한 밀실 살인의 본거지였던 거다. 취미 생활을 넘어선 소장 욕구가 집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번 여름은 얼마나 더울까
   
꼭 무언가를 사야만 폭우와 폭염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진은 장마철 거리의 시민들.
 꼭 무언가를 사야만 폭우와 폭염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진은 장마철 거리의 시민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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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왔지만 지금부터 하고 싶은 말은 '물건의 탐닉과 더위'다. 갖고 싶은 욕심은 더 많은 물건을 사도록 부추기고 그 물건은 점차 모여 지구를 잠식하고 있다. 물건을 만들기 위해 공장을 돌리고 그로 인한 탄소발자국이 발생한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이러다가 다 같이 폭망할 것 같다.

올해 여름은 비도 많이 오고 덥다는 예보를 듣자마자 전투 의지가 끓어오른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전기요금도 올라 마음 놓고 에어컨을 틀 수도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작년 겨울의 충격이 떠올랐다. 춥게 살았는데도 난방비 폭탄에 울었던 2인 가족은 올여름이 두렵기만 하다.

본격 장마철, 어느 때보다 비가 많이 온다니 제습 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제습기, 방수커버, 레인부츠, 레인코트 등등 마케팅 업계는 폭염과 폭우에 대비하라며 홍보에 열 올린다. 하지만 무언가를 사지 않는 방법을 택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여름마다 꾸준히 실천해 온 나만의 더위 피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로. 각자 사정이 있고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강요하는 게 아니다. 그저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취지로 봐주길 당부드린다. 다소 무모한 행동같이 보일지라도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최소한의 보탬이라 생각한다.

태양을 피하는 세 가지 방법
  
루틴대로 움직여 과로하지 말자
 루틴대로 움직여 과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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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건강 챙기기가 우선이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온열 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즉 컨디션 조절을 잘하란 소리. 루틴이 있다면 평소대로 하면 된다.

필자는 평소 6시쯤 눈 떠 물 마신 후 스트레칭과 요가로 10분 정도 잠을 깨운다. 취침 시간은 밤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 할머니냐고 주변에서 핀잔을 듣지만 되도록 12시를 넘기지 않으려고 다짐한다. 일이 생겨 더 깨어 있으려고 안간힘을 써봐도 정확한 생체 리듬은 무거워진 눈꺼풀을 일으켜 세울 힘이 부족하다. 늘 잠에 지고야 만다.

해가 지면 자고 싶고 해가 뜨면 일어나고 싶다. 열대야가 계속되면 불면증도 생기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겠지만 일단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해 하루의 긴장감과 노폐물을 씻어 내는 게 좋다.

둘째, 에어컨 사용에도 규칙이 있다. 결혼 10년 만에 재작년 에어컨을 들여놓았다. 이 악물고 버티고 버텼는데 폭염에 장사 없더라. 운 좋게 부모님의 이사로 업어 온 에어컨이 우리 집 보물 1호가 되었다. 에어컨이 작동하자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되었다. 에어컨이 있는 집은 파라다이스였다. 집순이의 애착 시간이 더 늘어났고, 에어컨을 발명한 캐리어가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음날 고지서를 받으면 갈등을 반복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하루 7시간 내외로 사용하기'. 한여름에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30년 넘은 아파트의 냉기 잡는 법을 터득한 결과'라고 답하고 싶다. 우리 집은 남향에 단열이 잘 되는 편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전날 밤에 틀었던 냉기가 운 좋으면 다음 날 오후까지 유지된다. 사람마다 더위에 취약한 정도가 다르지만 요란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냉기와 제습이 오래가 버틸 만하다.

마지막은 공공 도서관이나 복합문화공간 적극 이용하라는 거다. 장서의 괴로움을 견디던 필자에게 도서 대출은 신의 한 수였다. 책의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감으로 팔고 나누고 버렸지만 질량 보존의 법칙이 성립했고, 꾸준히 없애는 만큼 눈 깜짝할 새 늘어나 고민이었다. 생각 끝에 빌려보기로 마음먹었더니 OTT 구독처럼 신간도 금방 손안에 들어왔다.

복잡한 도시는 낮에 받은 열을 그대로 품고 있어 밤에도 활활 탄다. 누적된 더위는 식지 않고 열대야로 이어진다. 하루 종일 푹푹 찌는 가마솥 열기가 계속되면 신속 정확히 집을 탈출해야만 한다. 어디로 가야 하냐고 망설이지 말고 공공 도서관을 이용해 보자.

따끈따끈한 신작을 보고 싶다면 도서관에 신청하면 된다. 기다리는 게 싫다면 당장 빌려 볼 수 있다. 필자가 사는 지역은 동네 서점과 연계해 한 달에 2번 가까운 동네 서점에서 신간을 3주간 무료로 빌려 볼 수 있다. 손가락 몇 번만 두드리면 몇 시간 만에 내 손 안에서 읽힌다. 천국도 이런 천국이 없다.

아늑한 분위기는 물론 시원하고 쾌적하며 영화도 무료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잡지나 신문, 옛 문서를 찾아보기에도 딱이다. 도서관이 내 것인 양 풍족한 기분뿐만 아니라 언제나 꺼내 볼 수 있기에 자주 방문하는 제3의 공간이 되었다.

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기
   
사기 전에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 보자
 사기 전에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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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무언가를 사야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매년 '최악'의 '200년 만의' 더위, 추위, 폭우, 폭설이 갱신되고 있지만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편리함이 주는 쾌감에 중독되기보다 약간의 불편함을 즐겨보라 제안한다. 찢어질 때까지 입다가 어쩔 수 없이 버린 옷과 가방에 뿌듯함을 느껴보자. 중독성에 매료된다.

몇 년 전부터 구매욕과 소비욕이 줄어들었다. 대량 생산과 소비 장려가 버거워졌던 이유도 컸다. 자고 일어나면 새 물건이 생기는 게 서서히 부담스러워졌다. 인간은 평균 1만 개의 물건을 소유한다고 한다. 계절이 바뀌면 옷장을 열어보고 한숨부터 쉰다. 입을 옷이 없다. 작년에 대체 뭘 입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곧바로 인터넷 쇼핑몰 창을 켠다. 1시간을 쇼핑하지만 결국 옷장에 있는 비슷한 취향의 옷을 구매한다.

후회가 밀려온다. 어떨 때는 이 물건을 언제 왜 샀는지도 모른다. 아예 뜯지도 않은 물건도 있고, 없는 줄 알고 또 산 물건도 있다. 이 과정을 매년 반복한다. 물건이 차지하던 자리를 비우면 훨씬 넓은 공간에서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데 바보처럼 불필요한 물건을 사고 있었다. 그런 내가 차츰 변해가고 있어 신기하다.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 스틸컷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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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소유욕을 줄이기 힘들었지만 그런대로 애쓰고 있는 중이다.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를 보면 과잉생산, 소비주의에 미니멀리즘이란 처방을 내린다. 손가락만 톡톡 쳐도 원하는 물건을 당장 얻을 수 있는 현대인에게 미니멀리즘은 절실히 필요하다.

욕심내지 않고 필요한 물건만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일, 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미덕, 물건보다 사람을 곁에 두는 시간을 좀 더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무언가를 사지 않고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현명한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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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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