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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는 여행 안가요?"

올해로 중학생이 된 A(14)양은 최근 투정이 늘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양은 "애들은 다 일본, 동남아, 아니면 제주도라도 가는데 나는 그런 곳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며 "친구들끼리 이런 일로 서로 비교를 할 때 참 힘들다"고 하소연까지 했다.

이런 에피소드는 초등학교에서도 유사하게 등장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활동하는 한 맘카페에서는 최근 '개근거지'라는 말로 게시판이 떠들썩했다. 개근거지란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등장한 신조어로 학교를 빠지지 않고 개근하는 아이들에 대한 일종의 혐오 표현이다. 현장 체험이나 여행을 갈 형편이 안 되니 학교를 꼬박 나왔다는 비아냥거리는 표현인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B(38)씨는 "학교를 빠지지 않고 개근하는 아이들을 좋게 보는 것이 아니라 개근거지라 부른다니 충격"이라며 "우리 애도 그런 소리를 듣고 올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아이들끼리 비교하고 위아래를 나누는 말을 쓰는 게 오로지 아이들의 문제일까를 생각해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며 "요즘 커뮤니티에서 선생님들도 애들이 입고 온 옷이나 신발 브랜드를 보고 차별한다는 얘기가 있더라. 그런 걸 보면 어른들이 만든 일종의 '레벨 의식'이 한창 커가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빈부에 따라 차별이 있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동심들은 이 사회를 실제로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18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 3명 중 1명(30.1%)은 "우리나라는 빈부에 따라 차별이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과 성에 따른 차별도 30%대의 어린이들이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긍정 반응은 67.5%, '우리나라는 성차별이 없다'는 질문에는 64.7%가 '그렇다'고 답했고 나머지 30%대의 어린이들이 장애인 차별, 성차별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빈부격차에 따른 차별, 장애인 차별, 성차별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그에 대한 인식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개근거지, 빌거지(빌라 사는), 월거지, 전거지와 같은 비아냥들이 동심을 오염시키는 일들은 어른들이 방관하고 있을 일은 아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고윤주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어린이, #차별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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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는 한림대 미디어스쿨 <한림미디어랩>의 뉴스룸입니다.학생기자들의 취재 기사가 기자 출신 교수들의 데스킹을 거쳐 출고됩니다. 자체 사이트(http://www.hallymmedialab.com)에서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을 실험하는 대학생 기자들의 신선한 "지향"을 만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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