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종양 제거 수술을 이틀 앞둔 권 대표가 택배노동자 고 김태완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유족과 인사하는 권영길 종양 제거 수술을 이틀 앞둔 권 대표가 택배노동자 고 김태완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강승혁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17일 오후 4시 권영길 대표(민주노동당 초대 대표)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택배 노동자 고 김태완 동지의 빈소가 마련된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예고 없이 이뤄진 권 대표의 문상에 장례식장의 유족과 택배 노동자들은 고마워했다. 더구나 권 대표가 다음 날(7월 18일) 설암 제거 수술을 위해 입원한다는 사실을 밝히자 놀라워했다.    권영길 대표의 투병 생활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14년 새해 민주노총을 침탈한 공권력에 맞서 민주노총 지도위원들과 함께 8일간 단식을 했는데 이것이 발병의 시초였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같은 해 5월 수도권과 경남 지역을 순회하며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구 민주노동당 출신 후보들의 유세장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지지를 호소했다. 지지 호소는 선거 전날인 6월 3일까지 이어졌는데 항상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고 한다. 권영길 대표는 이때 "죽을힘을 다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6월 4일 치러진 선거 결과는 참패였고, 이 결과와 함께 6월 5일부터 권영길의 몸에는 하나둘 물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방선거 참패 후 몸에 생긴 변화

6월 말 온몸에 생겨난 물집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입 안까지 돋아난 물집으로 식사도 하지 못하던 권영길은 삼성의료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5일간 입원했는데 가족과 지인 몇몇 외에는 누구에게도 입원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퇴원 후에도 한동안 가글 진통제로 입안을 마취하고 식사했다. 점차 좋아지는 것으로 보였으나 여름을 지나며 병세가 점점 나빠졌다.

권영길은 온몸의 물집으로 밤새 잠을 잘 수 없었는데, 옆으로 누우면 옆구리가 아팠고 똑바로 누우면 등과 허리가 아팠으며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아팠다. 또한 일어서면 다리가 아팠다.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서 있을 수도, 걸을 수도 없었던 거다. 여름 3개월 밤을 꼬박 지새우던 권영길은 가을의 문턱 9월 하순에야 서울대병원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지 3일째부터 잠을 자기도 하며 한결 편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즈음부터 병상에서 동지들을 만나겠다고 해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투병 소식을 알렸다. 많은 이들이 문병을 다녀갔고 병세가 점점 좋아져 입원한 지 18일 만에 퇴원했다.

그는 2015년 한 차례 더 입원해 투병 생활을 이어갔는데, 이때는 온몸의 물집 증상 외에도 콩팥 기능 저하와 폐렴으로 치료받았다.

이후 안정적인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권 대표는 3년 뒤 설암 1기로 의심된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2018년 2월 6일 설암 제거를 위해 3일간 입원해 수술받았다. 이후 주기적으로 병원 외래진료를 다니며 지속적인 관찰과 검사를 받았으나 더 이상 종양은 발견되지 않았다. 
   
권영길 대표는 민주노총 아산지부 강연에서 "위기의 민주노총을 살리고 노동자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부흥사(전도사)'가 될 것을 자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 2022년 11월 23일 오후 3시 강연
▲ 열강 중인 권영길 권영길 대표는 민주노총 아산지부 강연에서 "위기의 민주노총을 살리고 노동자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부흥사(전도사)'가 될 것을 자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 2022년 11월 23일 오후 3시 강연
ⓒ 강승혁

관련사진보기

 
잠시 멈춘 그의 열강

권 대표는 2023년 들어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도사'를 자임하며 민주노총 산하 노조를 대상으로 강연에 나서고 있다. 7월까지 강연 횟수가 30여 회에 이른다. 90분 강연에 중간 휴식 10분이 주어진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그의 강연은 많은 노동자로부터 '가슴에 와닿는다'라는 반응과 함께 '왜 이제야 이런 강연을 들을 수 있는가?'라는 청강 소감을 듣는다.

이런 그의 열강이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설암 제거와 복원 이식수술을 위해 재입원했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지난달 19일 종양을 제거하는 1차 수술을 받았으며, 31일 1차 수술에 따른 불편한 부분을 정리하는 간단한 2차 수술을 마쳤다. 그는 8월 3일 퇴원해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권 대표는 현재 혀 수술로 인해 말하기 불편하며 죽으로만 식사하고 아침과 오후에 가벼운 산책으로 몸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자가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찾았던 권 대표의 병동 휴게실에서 권 대표의 아내인 강지연 여사로부터 유머러스한 병실 생활을 전해 들었다. 강 여사는 감기를 앓으면서도 권 대표와 함께 입원해 병간호를 했다.

강 여사는 "늙으면 뭐 있냐? 즐겁게 사는 거"라며"이 양반(권영길)이 혀를 수술해 말을 못 하잖나. 내가 농으로 '나한테 사랑한다고 지금 말해줘! 아니면 가버릴 거야' 했더니 내 등짝에다가 손가락으로 '여보 사랑해요'라고 써줬다"고 웃으며 말했다.
 
기자는 지난 7월 26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인 권영길 대표와 병간호중인 강지연 여사를 만나 병실 생활에 대해 들었다.
▲ 권영길-강지연 부부 기자는 지난 7월 26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인 권영길 대표와 병간호중인 강지연 여사를 만나 병실 생활에 대해 들었다.
ⓒ 강승혁

관련사진보기

 
설암 수술로 말하기 어려웠던 권영길 대표는 메모를 적어 보여줬다. 나느 메모를 보고 말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사진은 권영길 대표가 하고 싶은 말을 써서 보여준 메모지다.
▲ 권영길의 필담 설암 수술로 말하기 어려웠던 권영길 대표는 메모를 적어 보여줬다. 나느 메모를 보고 말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사진은 권영길 대표가 하고 싶은 말을 써서 보여준 메모지다.
ⓒ 강승혁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피아>에도 실립니다.


태그:#권영길, #권영길 설암 투병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화통일활동가로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터넷 매체에 노동·통일 관련 기사를 올리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