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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다양성재단의 연구원들이 팔현습지 왕버들숲에 들어 기념좔영했다.
 생명다양성재단의 연구원들이 팔현습지 왕버들숲에 들어 기념좔영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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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야생동물 연구자로 명성이 드높은 생물학자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이화여대 교수)이 최근 재단의 유튜브에 두 번이나 출연해서 '야생동물의 보고' 금호강 팔현습지에 불고 있는 환경부발 '삽질'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 또한 엉터리로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도 실랄하게 비판했다(관련 영상 보러 가기).

수달, 삵, 수리부엉이에다가 담비까지 목격되는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삽질'이 도대체 웬말이냐는 것으로, 최 이사장은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강변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던지 그는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들을 직접 팔현습지로 보내 영상으로 기록하게 한 뒤 재단의 유튜브에 올리려고 한다. 팔현습지에서 행해지려는 '삽질'을 더욱 널리 알려 이 사업을 막아내고자 한 것이다. 

필자는 지난 11일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두 명과 수리부엉이 연구자로 유명한 정다미 꾸룩새연구소장 그리고 민물고기 조사 연구자인 성무성 물들이연구소장 등과 함께 팔현습지를 둘러봤다.
  
수리부엉이 서식지인 하식애를 둘러보고 있는 연구원들
 수리부엉이 서식지인 하식애를 둘러보고 있는 연구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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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식애와 왕버들술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는 연구원들
 하식애와 왕버들술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는 연구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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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들은 필자의 안내로 세 시간 가까이 금호강 팔현습지의 속살을 고스란히 들여다봤다. 답사가 낮시간에 이뤄진 터라, 팔현습지 하식애에서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된 수리부엉이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하천숲과 하식애 그리고 왕버들숲까지 눈에 담았다. 팔현습지의 가치를 오롯이 느껴보고 그것을 영상으로 담아가는 시간이었다.

이날 성무성 소장이 진행한 어류조사 과정에서 팔현습지의 또다른 상징적 존재이자 팔현습지의 깃대종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를 똑똑이 목격했다.  물가 자갈돌 틈에서 유영하는 녀석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것을 수중카메라로 담는 데까지 성공한 것이다. 팔현습지가 얼룩새코미꾸리의 안방임이 다시 한 번 각인된 시간이었다. 
 
금호강 자갈돌틈에서 목격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의 모습
 금호강 자갈돌틈에서 목격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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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강 안으로 들어가 강바닥에서 두 개체의 민물조개를 답사 참가자들에게 들어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강 안으로 들어가 강바닥에서 두 개체의 민물조개를 답사 참가자들에게 들어 보여주고 있다.
ⓒ 정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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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금호강의 건강성을 증명해주는 강물 속 저서생물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강바닥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조개와 다슬기가 많이 눈에 띄었다. 답사에 나선 이들은 특히 대칭이라 불리는, 어른 손바닥만한 큰 조개가 민물에 산다는 것에 많이 놀라워했다.  

이어 기존의 잘 정비된 제방을 폭 7m의 슈퍼제방으로 만들려는 공사 현장인 제방도로까지 둘러봤다. 이후 그 안쪽 깊은 하천숲까지 마저 둘러보는 것으로 이날의 조사는 마무리됐다. 문제의 슈퍼제방공사를 진행하려면 기존 제방 사면에 자리잡은 수백 그루의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는 등 대대적인 토건공사를 벌여야 하는 터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금호강 하천숲의 전현적인 모습. 버드나무군락이 들어서 있고, 그 뿌리가 다발로 강물 속으로 들어와 전형적인 습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호강 하천숲의 전현적인 모습. 버드나무군락이 들어서 있고, 그 뿌리가 다발로 강물 속으로 들어와 전형적인 습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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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답사와 설명을 끝으로 이날 팔현습지 탐방은 마무리됐다. 영천댐이 들어서고 난 다음의 지금의 현실에서 전형적인 금호강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주는 이곳 팔현습지를 통해 금호강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

산책로가 아니라 수리부엉이 산교육장으로

이날 공동조사자로 함께 참여한 정다미 꾸룩새연구소 소장(이화여대 생물학과 박사)은 소감을 묻자, 수리부엉이 전문 연구자답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리부엉이가 서식하고 번식하는 바위산과 바로 인접해있는 습지가 인상적이었다. 오늘 잠깐 조사를 했는데도 흰뺨검둥오리가 정말 많이 있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수리부엉이가 번식 성공도를 높이는 데 습지가 중요해 이곳이 중요한 서식지일 수밖에 없고 여기에 찾아오는 오리류는 주요 먹이라고 알려져 있다.

꼭 멸종위기 야생생물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다. 고라니, 왕버들, 무당개구리 이 모두는 우리 땅에 우리들처럼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생명들이다. 이 아름다운 습지에 꼭 산책로를 놓아야 하는가?

바위산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서식지가 아니다. 수리부엉이는 바위산에서 살아가면서 번식과 휴식을 취하는 정주성 맹금류다. 절벽 바로 아래에 산책로가 생긴다면, 수리부엉이가 이곳에서 번식을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이곳은 이미 제트기 소음과 파크골프장과 호텔의 소음 그리고 제방공사로 수리부엉이가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이곳에 산책로를 만들 게 아니라 수리부엉이의 서식지라는 안내팻말을 만들어서 우리가 모두 보호해야 하는 생물임을 인지시켜야 한다. 수리부엉이의 산 교육장이 돼야 한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리부엉이의 서식지를 원형 그대로 지켜달라."

   
팔현습지 하식애에 서식하고 있는 수리부엉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꾸룩새연구소 정다미 소장.
 팔현습지 하식애에 서식하고 있는 수리부엉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꾸룩새연구소 정다미 소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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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는 우리의 미래다"

박지연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눈에 담기조차 아깝게 느껴졌던 습지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담비가 고개를 내밀었던 제봉의 절벽, 그 아래에 왕버들숲이 있었다"라며 "100년 넘은 왕버들나무는 아무 데나 앉아서 쉬지도 않는다는 수리부엉이가 사냥하고 휴식을 취하는 곳이라 했다. 왕버들은 새들에게만 자신을 내어주지 않았다. 금호강으로 뻗은 나무뿌리는 수서생물들의 서식지로도 품을 내어주었다. 팔현습지의 생명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를 지탱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낮시간임에도 팔현습지를 찾은 고라니가 목격됐다.
 낮시간임에도 팔현습지를 찾은 고라니가 목격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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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하지만 팔현습지에서 등을 돌리자마자 이곳이 벼랑 끝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파크골프장, 자전거도로, 산책로가 이 생태계를 쪼개고 또 쪼개놓았던 것이다"라며 "대도시 대구 속 한 줌의 숨은서식처에 모인 다양한 생물들은 어쩌면 이곳에 내몰려져 있던 걸지도 모른다. 이곳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있을까? 팔현습지는 지켜져야 한다. 팔현습지는 우리의 미래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금호강 팔현습지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삽질이 예고돼 있는 시점에서 이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어서 이곳을 다녀갈 일이다.
 
곳곳에 꼽혀 있는 공사를 예고하는 깃발
 곳곳에 꼽혀 있는 공사를 예고하는 깃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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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연유로 줄줄이 팔현습지 답사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 이렇게 직접 와서 두 눈으로 현장을 살펴보고 온몸으로 이 습지를 느껴봐야 한다. 그러면 이곳에서 벌어지려 하는 작금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고, 팔현습지 보도교 반대의 목소리가 널리널리 펴저나가게 될 것이다.

천혜의 자연습지 금호강 팔현습지 답사는 언제나 열려있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대위(010-2802-0776)나 대구환경운동연합(053-426-3557)로 연락을 취하면 된다.
 
팔현습지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는 연구원들
 팔현습지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는 연구원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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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생명다양성재단, #최재천 교수, #꾸룩새연구소,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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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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