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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9월 KTX, SRT 등 열차 객실에 배포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자료집 내용에 대해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반박 인터뷰
▲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논쟁... 정부 vs. 환경단체 우리 정부가 9월 KTX, SRT 등 열차 객실에 배포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자료집 내용에 대해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반박 인터뷰
ⓒ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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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시민단체를 '오염수 괴담 유포자'라고 공격하고, 오염수 불안에 떠는 시민을 괴담에 휘둘리는 미욱한 사람들이라고, '1+1=100'이라고 믿는 사람이라고 주권자를 모욕하는 발언도 서슴없이 하는데, 그런 괴담이 만들어지는 건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을 공격하고 괴담 유포자라고 모는 건 옳지 않죠."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지난 8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정부가 배포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선전물에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발표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자료는 이미 신뢰성을 잃었어요. 태평양도서국포럼(PIF) 과학자들도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 부실 등) 문제를 지적했고, 일본 정부는 과거 후쿠시마 원전의 멜트다운(노심용융) 사실을 숨기는 등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어요. 제3자 검증 없이 제공하는 정보를 그냥 믿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정부는 선전물을 통해 아래 10가지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으로 규정했다.

1) 문 정부는 방류 반대했는데 윤 정부는 찬성한다? 
2) 방류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이다? 
3) 방류 오염수가 3개월 뒤 우리 바다덮친다? 
4) 방류 이후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할 것이다? 
5) 후쿠시마 서식 우럭이 우리 바다까지 헤엄쳐온다? 
6) 다른 방법도 있는데 돈 아끼려 바다에 방류한다? 
7) 국제원자력기구는 일본을 편들고 있다? 
8) 우리나라는 IAEA만 믿고 검증도 하지 않는다? 
9) 삼중수소는 어류에 농축돼 생태계를 파괴한다? 
10) 오염수 방류하면 우리 소금 오염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6번부터 10번까지를 팩트체크했다. 

⑥ "비용 아끼려는 일 정부 비판이 선동?" → "일 정부만 이득 보는 건 사실"
 
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 계단에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주최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방류 용인 윤석열 정권 규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 계단에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주최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방류 용인 윤석열 정권 규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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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삼중수소를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는 건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처리 방식"이라면서 "물론 방류가 매립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이 비용 부분만 부풀려 과장하는 건 정치적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최경숙 활동가는 "(일본 정부가 다른 방법이 있는데 돈 아끼려 바다에 방류한다는 건) 괴담도, 가짜 뉴스도 아니고 명백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로 경제적 이익을 보고, 피해는 후쿠시마 어민부터 태평양 생태계 160여만 종의 해양 물살이들과 우리 어민을 포함한 태평양 어민들이 본다"면서 "왜 우리 정부가 비용이 적게 들어서 방류할 수밖에 없다고 일본 정부 대신 변명해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고 방류가 돈이 덜 드는 것도 아니다"면서 "후쿠시마 어민 보상금과 방류를 하기 위해서 만든 시설물, 앞으로 30년간 희석하고 처리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고, 예상 비용도 34억 엔에서 1200억 엔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구성한 전문가 위원회는 2016년 해양 방류시 34억 엔(약 306억 원), 대기 방출시 349억 엔(약 3100억 원), 지하 매설 시 2431억 엔(약 2조 1880억 원)이 든다고 추정했다. 해양 방류보다 대기 방출시 10배, 지하 매설 시 70배 이상 비용이 더 드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현지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해저터널 건설비 등을 포함 2021~2025년 해양 방류 비용으로 590억 엔(약 5300억 원)을 책정했고, 여기에 후쿠시마현 어민 배상금 300억 엔, 전국 어업인 지원 기금 500억 엔까지 포함하면 이미 1200억 엔이 넘는다.

⑦ "IAEA가 일본 편 든다는 건 억측" → "최종보고서, 일본 이익에 부합"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을 편들고 있다"는 건 '억측'이라면서 "일각에서 일본이 IAEA에 내는 분담금이 많다는 이유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분담금 순위는 미국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중국, 그 다음이 일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 활동가는 "IAEA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본 편을 들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IAEA는 원자력의 부흥, 원자력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라면서 "앞으로 원전 사고가 발생해 일본 정부가 했던 그대로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낮춰서 바다에 버리겠다고 하면 말릴 명분도 없애버렸다"고 지적했다.

IAEA가 7월 4일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그는 "일본 정부의 용역 보고서라고 생각한다"면서 "오염수 방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올해 말에 나올 예정인데, 환경과 사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론을 실었다는 것 자체가 믿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탈핵의사회·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도 8월 24일 <후쿠시마 핵오염수와 한국정부 괴담 10문 10답>에서 "(IAEA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추인하고 정당화했을 뿐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다"면서 "이것은 과학적 결정이 아니라 국제 핵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치적 결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⑧ "우리 정부도 직접 검증?" → "일본과 IAEA 의존, 독자적 검증 아냐"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월 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IAEA의 종합보고서를 함께 들고 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월 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IAEA의 종합보고서를 함께 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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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리나라는 IAEA만 믿고 검증도 하지 않는다"는 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정부가 시찰단을 구성해 오염수 관련 시설도 시찰했고, IAEA 검증팀에 참여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와 연해 어류, 해저퇴적물을 확보해 직접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시찰단은 당시 ALPS 장비 등을 직접 조사하지 못했고 일본에서 제공한 자료를 받아왔다. 또 KINS가 확보한 오염수 등 시료도 우리가 직접 채취한 게 아니라, 일본이 채취한 것을 IAEA를 통해 들여온 것이라,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분석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 활동가는 "일본 도쿄전력이 시료를 채취해서 IAEA에게 준 걸 다시 우리에게 주는 데다, 1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에너지가 줄어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면서 "정부는 직접 검증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독자적으로 제대로 된 검증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국책연구기관이 지난해 9월 발간한 비공개 보고서에도 "한국은 IAEA의 논리에 의존하지 말고 일본의 오염수 처리 공정이 신뢰할 수 있는지, 오염수가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독자적인 검토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돼있다.

⑨ "삼중수소는 생태계 농축 안 된다?" → "DNA 영향, 농축 가능성 배제 못해"

정부는 "물 형태로 존재하는 삼중수소는 사람과 물고기 등 생태계에 농축되지 않는다"면서 "삼중수소가 어류에 농축돼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주장은 '비과학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최 활동가는 "삼중수소가 생태계에 농축된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많이 나와 있다"고 반박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삼중수소 음용수 기준은 물 1리터당 1만 베크렐인데, 일본은 ALPS가 거르지 못하는 삼중수소를 리터당 1500베크렐 이하로 희석해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방사성 물질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삼중수소의 물리적 반감기는 12년 정도다. 다만 몸속에서는 물처럼 배출되기 때문에 생물학적 반감기는 10일 정도이고, 유기물과 결합한 삼중수소는 37일 정도로 알려졌다.

이에 최 활동가는 "원자력계 학자들은 방사성 물질이 신체에 들어오면 농축되지 않고 생물학적 반감기에 따라 모두 배출된다고 주장하지만, 한 번만 먹는 게 아니라 오염된 환경에 있는 물고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도 7월 5일 <오마이뉴스>에 쓴 '정부가 말하는 괴담... 실체는 이렇습니다'에서 "유기물과 결합하는 삼중수소는 그냥 삼중수소수보다 그 영향도 더 심각하고, 더 오래 체내에 머물면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생물농축의 가능성이 문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탈핵의사회·인의협도 "생물 축적 및 농축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기준치의 180배가 되는 '세슘우럭'이나 '방사능 쥐노래미'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히는 것을 설명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2023년 8월 24일 후쿠시마현 나미에의 우케도 어항에서 바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시설(뒷면)의 전경.
 2023년 8월 24일 후쿠시마현 나미에의 우케도 어항에서 바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시설(뒷면)의 전경.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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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소금 오염 가능성 없다?" → "판단 유보"

오염수 방류 이후 '소금 사재기' 논란과 관련, 정부는 "삼중수소는 물과 성질이 같아 마르면 함께 증발한다"면서 "서해에서 생산되는 소금이 이 삼중수소에 오염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최 활동가도 "오염수를 저농도로 버리기 때문에 삼중수소 때문에 소금이 오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검사해 보기 전까지 오염 여부를 알 수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인류는 이렇게 오염 물질을 일부러 물로 희석해 버려본 경험이 없어요. 정말 과학적인 태도는 아직 경험이 없으니까 위험을 알 수 없다고 얘기해야죠. 그게 과학적인 거죠. 안전하다고만 주장할 게 아니라..,"

*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①~ ⑤ 검증은 1편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omn.kr/25m40

태그:#오염수괴담, #후쿠시마오염수, #환경운동연합, #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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