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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자유공원을 만국평화공원으로 고쳐 부르고 맥아더 동상을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으로 이전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3일 오전 10시 인천시 중구에 있는 자유공원에서 열렸다.

'정전70년한반도평화인천행동'이 주최하고 인천자주평화연대가 주관한 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맥아더 동상 앞에서 '자유공원을 만국평화공원으로' '맥아더 동상을 전쟁기념관으로'라는 손팻말을 들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친 후 광장으로 이동하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유공원을 만국평화공원으로 고쳐 부를 것을 주장하는 참가자들
 자유공원을 만국평화공원으로 고쳐 부를 것을 주장하는 참가자들
ⓒ 지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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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 동상 이전을 촉구하는 참가자들
 맥아더 동상 이전을 촉구하는 참가자들
ⓒ 지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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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하여 자유공원의 원래 이름이 만국공원으로 1884년 개항 직후 여러 나라의 조계지가 공존하던 공간이었음을 언급하면서 이승만 대통령 시절 맥아더 동상이 설치되고 명칭도 자유공원으로 변경되어 이념 대결의 공간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한 시대를 대표했던 맥아더 동상과 자유공원은 이제 과거로 돌리고 인천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전쟁을 숭앙하고 전쟁광을 추앙할 것이 아니라 평화를 기원하고 미래 발전을 위해' 자유공원을 만국평화공원으로 고쳐 부르는 정명(正名) 운동과 맥아더 동상에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주는 정치(正置) 운동을 함께 실천해 나갈 것을 호소했다.

자유공원의 명칭을 변경하고 맥아더 동상을 이전해야 한다는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021년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참가자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참가자들
ⓒ 지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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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70년 한반도평화 인천행동' 주최 / 인천자주평화연대 기자회견문]
전쟁은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기억'해야 하는 겁니다

인천상륙작전 73년입니다. 73년 전 오늘, 바로 가까이 보이는 월미도 앞바다에 미군을 중심으로 연합군 함정 261척이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함포사격이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수많은 함포에서 동시에 불을 품어내는 함포사격으로 월미도와 인천시가지는 며칠 동안 포연에 휩싸였으며, 쏟아지는 포탄에 수많은 건물이 파괴되고 민간인들이 죽어 나갔습니다. 당시 인천상륙작전에 함께한 프랑스 종군기자 앙리 드 튀렌은 이 광경을 "야만적인 공포와 장엄함"으로 묘사하면서 "밤이 되자 눈앞의 광경은 정녕 '단테가 그린 지옥'이었다"고 그때의 모습을 그가 쓴 르포기사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포탄을 쏟아냈는가 하면 낙동강전선을 지킨 월튼 워커 미8군 사령관은 "월미도와 인천에 있는 애송이들을 상대하느라 우리보다 더 많은 탄환을 썼다. 우리는 적의 지상 병력 90%를 감당하면서도 그만한 지원을 못 받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인천상륙작전 직전 월미도와 인천 일대 폭격은 초토화 목적의 '전략 폭격'이었으며, 상륙작전의 불확실성을 모조리 제거하기 위한 '절멸작전'이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민간인 피해는 '전쟁 승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부수적 희생'에 불과했습니다. 연합군은 인민군 치하에 있던 인천의 모든 주민을 사실상 적으로 간주했습니다. 1945년 해방 직후부터 1949년 철수 전까지 월미도에 주둔했던 미군은 월미도와 인천항 주변과 시가지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폭격 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경고 방송과 삐라 살포 등이 인천에서는 없었던 것입니다. '민간인은 전쟁 중 공격의 대상이 돼선 안된다'는 헤이그협약 등 국제규범을 위반한 것입니다.

이 참혹한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지금 이 시간에 인천 전역에서 시민의 혈세 30억 가까운 돈을 쏟아부으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연행사에 함정 25척, 항공기 15대, 장갑차 9대 등이 동원되는 사실상 군사 퍼레이드나 마찬가지입니다. '평화도시 인천'에서 전쟁을 숭앙하는 이러한 행사가 진행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전쟁 숭앙 행사는 인천의 발전과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상륙작전을 재연한다는 미명 아래 미 해군 7함대 소속 최신형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이 참가합니다. 아메리카함은 상륙함이지만, 수직 이착륙 기능을 갖춘 스텔스 전투기인 F-35B를 20대가량 실을 수 있어 사실상 중형 항공모함입니다. 미군 항모급 함정이 서해에 진출하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으로, 서해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에서 '미국의 지정학적 이익을 위한 긴장 조성 행위'로 "노골적인 무력시위"라며 규탄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전승행사라는 반증입니다.

인천시는 매년 이러한 전승 행사를 치르면서 어김없이 맥아더 동상 앞에 헌화를 합니다.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이라며 그를 추앙합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맥아더에 대한 평가는 냉정합니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을 세 번씩이나 뛰어든 정치군인' '전쟁 승리를 위해 한반도와 만주 지역에 핵폭탄 투하를 요구한 전쟁광' 그리고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제국주의 수괴인 일본 천황을 비롯해 1급 전범들을 사면시킨 극우 반공주의자'라고 말입니다.

인천을 상징하는 이곳 '만국평화공원'에 미국 내에서조차 존경받지 못하고 있는 군인을 세워두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치입니다. 삼선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시작했지만 정권 기반은 취약해진 이승만 정권이 한 짓 중에 하나가 반공몰이 도구로 느닷없이 맥아더 동상을 만들어 이곳 '만국공원'을 개칭한 '자유공원'에 세운 것이었습니다. 국민들이자 인천 시민들의 뜻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인천연구원에서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이전을 제안한 바가 있습니다. 유정복시장은 지난 민선6기 때도 기념관 이전을 추진했던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 주민 반발과 특혜성 시비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기념관 이전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는 않겠습니다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맥아더 동상을 차제에 인천상륙작전기념관 내로 옮길 것을 제안합니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과 맥아더 동상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 자체가 맞지 않습니다.

아울러 이곳 '자유공원'도 이전 이름이었던 '만국공원'으로 다시 돌려놔야 합니다. 개항도시 인천은 1884년 개항 직후 일본을 위시해서 중국, 미국 등을 위해 각국 공동 조계가 설정되면서 그 한가운데 공원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각국공원'으로도 불렸던 '만국공원'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때는 '서공원'으로 불렸지만 해방 직후 곧바로 '만국공원'으로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그랬던 '만국공원'을 이승만이 1957년 맥아더 동상을 국무회의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곳에 세우면서 이름도 '자유공원'으로 바꿔버린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다시 본래의 이름이었던 만국공원, 차제에 '평화도시 인천'에 걸맞게 '만국평화공원'으로 다시 돌려놓을 것을 제안합니다.

한 시대를 대표했던 맥아더동상과 자유공원은 이제 과거로 돌리고 인천은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인천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전쟁을 숭앙하고 전쟁광을 추앙할 것이 아니라 평화를 기원하고 미래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맥아더동상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정치(正置), 자유공원엔 만국평화공원으로 이름을 돌려주는 정명(正名)운동은 인천이 과거로부터 벗어나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들이 힘을 합쳐 해야 할 실천입니다.

2023년 9월13일
월미도 앞바다가 바라보이는 만국평화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서

인천자주평화연대

태그:#인천자주평화연대, #맥아더, #만국평화공원, #자유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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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학박사, 번역가. 충남 청양 출생. 시집 <<송전탑>>(2010). 번역서 <<명상으로 얻는 깨달음>>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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