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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만들기를 모토로 하는 자유학교는 올해 봄에 이어서 가을에 두 번째 덴마크 인생학교(아래 폴케호이스콜레)에 와 있다. 덴마크 인생학교 2기 참여자들과는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에 머물고 있으며, 다른 폴케호이스콜레를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말]
자유학교는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의 교육 철학에 영향을 받아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때 니콜라이 그룬트비(1783–1872, 덴마크의 신학자이자 저술가)의 교육 철학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룬트비에게 있어서 가르침의 출발점은 권위에 의하여 미리 결정지어진 교과서의 죽은 언어가 아니라, 상상력과 이해를 자극하는 '살아있는 말(Living word)'로 소통하는 대화다. 두 세기가 지난 지금도 비형식 교육으로 대화를 강조하는 교육 실천은 이어져 오고 있다. 

덴마크의 교육철학을 한국에서 실천하기 위해서 자유학교에서는 '대화의 식탁'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화의 식탁은 대화를 통해서 소통과 연결을 촉진하는 시간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대화를 통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대화의 식탁에는 음식을 대신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준비해 두고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질문, 삶을 돌아보고 또 내다볼 수 있는 질문을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의 순서로 내어놓는다. 스스로가 공유하는 말속에서 자신을 더 분명히 할 수 있고,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까워질 수 있고,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 대화의 식탁은 더욱 풍성해진다. 

오늘은 덴마크 인생학교(이하 폴케호이스콜레)에 마리아를 자유학교에 대화의 식탁으로 초대해 보았다.
 
마리아가 가든룸 앞 잔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리아가 가든룸 앞 잔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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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누구인가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마리아입니다. 김나지움(아래 고등학교)을 졸업하고 폴케호이스콜레에 왔는데,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5년에 시간이 걸렸어요. 몸에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서 휴식이 많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한동안은 불면증과 우울증 때문에 학교를 잠시 쉬어야만 했어요.

이곳에 온 이유는 제 친구들도 다양한 폴케호이스콜레에 다녀왔었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이야기 들을 기회가 많았어요. 총 세 곳을 둘러봤는데, 자연에 둘러싸인 모습이나 반겨주는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좋아서 이곳으로 결정하게 되었어요.

이번 가을학기를 마치고 나면 일을 해서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오고 싶어요. 이곳에 오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일본인, 한국인 그리고 저랑은 또 다른 덴마크인들까지요. 그리고 한국어와 일본어를 더 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한국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13년 전에 케이팝을 접하게 되면서부터예요. 케이팝이 좋은 이유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는데 노래와 랩이 정말 조합이 된 것 같아요. 춤도 너무 잘 춰요. 저도 자라는 동안 계속 춤을 췄는데 케이팝 그룹의 춤은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뮤직비디오도 빼놓을 수 없죠.

음악 작업을 하는 동안 정말 큰 노력을 하는 것 같고, 궁금한 사생활도 많이 공유해 주는 것 같아요.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아티스트와 더 연결된 느낌이 들어요. 케이팝 콘서트도 정말 많이 간 것 같아요. 케이팝 콘서트에 정말 많은 돈을 쓴 것 같아요.

대학에서 더 공부하고 싶은 주제는 아직 모르겠어요.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크루즈 같은 곳에서 일 하고 싶어요. 다양한 곳을 여행하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을 하면서 일을 같이할 수 있잖아요. 저는 다양한 문화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요. 저랑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세상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랑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다른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많은 것을 하고 싶어요. 적당한 때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있을 것 같아서 그게 가장 걱정이에요.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요? 개인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에 행복한 국가라고 하는 게 아닐까요? 학교 시스템도 그런 것 같아요. 무엇을 하든지 개인의 선택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자유로움 때문인 것 같아요."
 
대화의 식탁에 서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는 마리아.
 대화의 식탁에 서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는 마리아.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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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의 식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 애피타이저 질문부터 시작해 볼게요. 자신에 대해 좋아하는 점 세 가지를 말해줄래요?
"저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외향적이에요. 좋은 점일 수도 있고 나쁜 점이 될 수도 있지만 항상 무언가를 시작할 때 확인하는 완벽주의적인 면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매우 낙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 내가 자주 하는 척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요?
"가끔은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행복하지 않은데도 행복한 척을 하기도 해요. 좀 전에 말했듯이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가끔 슬플 때면 혼자서 힘들어하기도 하죠. 그래요. 조금씩 마리아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 같아요."

- 이제 메인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최근 나에게 칭찬하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가요?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모든 사람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점을 칭찬해 주고 싶어요.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에 스스로 매우 가혹했던 몇 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극복하고 있고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저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고 있어요."

- 언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나요?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때 좋아요. 사람들이 좋아해 주면 제가 하는 일에 자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요. 이곳에서도 많은 이벤트를 만들고 진행하는데 사람들이 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벤트를 좋아해 줬을 때 좋은 기분이 들어요.

당신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마법의 앨범에 저장할 수 있는데요. 이 앨범에 저장하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재생되어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어떤 순간을 저장하고 싶어요?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온 가족이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인 것 같아요. 온 가족이 다 모인 것은 처음이었고 어디에서도 다투지 않고 행복해 보였기 때문에 정말 좋은 추억이었던 것 같아요."
 
주말 파티에 드레스를 차려입은 마리아
 주말 파티에 드레스를 차려입은 마리아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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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이제는 대화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디저트 질문입니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통해서 발견한 나의 모습은 어떤가요?
"오!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대화하면서 제가 제 삶에 만족하고 행복해하고 있는 걸 알았어요. 평소에 잘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내용들을 질문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마리아의 대화 식탁은 한국인 친구와 한 번 더 차려졌다. 이제는 마리아가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 되었는데, 질문을 통한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는데 거울이 되어 주는 살아있는 언어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오늘 저녁 누군가를 위한 '대화의 식탁'을 준비하고 정성스럽게 초대해서 질문의 만찬을 즐겨보는 것은 어때요? 우리의 거실에서부터 대화의 식탁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떤가요?

태그:#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 #대화의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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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만들기 수업을 거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입니다. IT/인터넷 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했고, 코워킹 스페이스를 창업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삶을 위한 자유학교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 자유학교 https://www.jayusko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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