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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후면 22대 총선입니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던 21대 총선, 0.7%p 차로 갈린 20대 대선,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2022년 지방선거까지. 지난 4년, 민심은 끊임없이 요동쳤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스윙보터'이자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각 지역구를 가로지르는 이슈와 인물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22대 총선을 앞둔 경기도 여주시·양평군을 관통하는 핵심쟁점은 이른바 '건희로드 논란'이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고속도로의 종점을 급하게 바꿨다는 의혹. 이는 지난 7월 초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의 '백지화 선언' 후 급격하게 여야 대치 주전선으로 부각돼 지금까지도 야권의 국정조사 및 특검 실시 요구를 받고 있다.  

논란의 주전장이 된 양평군민도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다. 논란 당시 양서면(원안 종점) 주민들은 두물머리 부근 교통 정체 해소를 주장하며 원안 추진을 요구했고, 강상면(변경안) 주민들은 교각 설치에 따른 부작용 등을 주장하며 변경안을 주장했다. 총선을 약 6개월여 앞둔 현재 지역민들의 의견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또 총선 표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지난 18일 양평군을 찾았다.

"원안" vs. "변경안" 양서-강상, 여전한 분열 양상
 
지난 18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 위치한 한 교차로에 걸려있던 현수막.
 지난 18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 위치한 한 교차로에 걸려있던 현수막.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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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변경안'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알 거예요. 2조 원에 가까운 세금을 들여 교각을 놓고 마을을 나누는 데 환경까지 파괴하고. 게다가 양평 사람들에게 별로 도움도 안 된다고요."

강상면에서 만난 건축업자 하아무개(67)씨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과 관련해 "강상면으로 오는 변경안이 정상적인 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 특혜 문제와는 상관 없이 (변경안이) 예산은 더 들어도 환경 파괴가 덜하다는 점과 양평 사람들이 보는 혜택, 서울로의 접근성을 생각하면 더 낫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이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우리가 바라는 건 고속도로 사업의 정상화"라며 "빨리 사업이 진척되려면 국회의원도 군수도 국민의힘 쪽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서면 주민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양서면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창우(60)씨는 이번 논란에 따른 지역 민심 변화를 묻자 고개를 저으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에요. 근데 고속도로 이슈가 있고 나니까 갑자기 원안은 안 된다고, 바꾼 안으로 가자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양평군의회) 의장일 때 (원안 확정안에 대해) 의사봉 두드리고 했던 사람이...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봐요. 원안을 정했으면 원안대로 가야지 왜 이제 와서 바꾸려고 하는 거예요?"

그는 오랜 보수 지지자다. 직접 전진선 군수의 선거 운동까지 도울 만큼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고속도로 논란이 터지고 난 후 오히려 '중도층'이 됐다. 그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했다.

전통적인 보수 초강세 지역, 흔들리는 표심 
 
서울-양평 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요약문 상 자료. 지도상 빨간색인 '대안1'의 종점 부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 지도상 검은색인 '대안2'는 2021년 4월 예타 통과 당시의 노선이다.
 서울-양평 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요약문 상 자료. 지도상 빨간색인 '대안1'의 종점 부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 지도상 검은색인 '대안2'는 2021년 4월 예타 통과 당시의 노선이다.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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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김씨와 같은 양서면 주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양평군은 전통적인 보수 초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인 정병국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16대부터 20대까지 5선을 했고,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이 54.97%의 득표율로 최재관 민주당 후보(40.17%)를 꺾고 당선됐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1.9% 득표율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43.8%)를 앞섰고, 6월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전진선 군수(54.66%)가 민주당 후보로 나선 정동균 전 군수(45.33%)보다 높은 득표율로 당선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선택'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 양서면 주민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스스로를 '양평 토박이'라고 소개한 양서면 소재 편의점주 이아무개씨(60대)는 출마 이야기가 나오는 원희룡 장관을 거명하며 "양평으로 나오면 안 된다. (백지화 선언) 한마디로 완전히 우리를 무시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 처가가 양평군청 공무원들로부터 특혜를 받아 수백억 원대의 개발이익을 얻고도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른바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이씨는 "(김건희 여사) 오빠가 양평군 아파트마저 해먹었지 않나. 내 직감으로는 대통령 때문에 (양평군에서도) 이렇다 할 대처를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직 상실했던 김선교, 국힘 공천 받을까
 
지난 18일 경기 양평군 양서면 부근에 걸려 있던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의 현수막.
 지난 18일 경기 양평군 양서면 부근에 걸려 있던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의 현수막.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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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선거캠프 회계책임자의 유죄 확정으로 직을 상실한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평가도 또 하나의 변수다. 양평군수 출신이기도 한 김 전 의원은 현재 여주·양평 당협위원장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앞서 만난 편의점주 이씨는 내년 총선 때 여당 후보로 김 전 의원이 나선다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표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양평은 여전히 보수(성향)가 세지만, (김 전 의원은) 논란이 많은 인물"이라며 "회계부정 사건 이후로 별로 좋지 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상면 일각의 여론도 비슷하다. 앞서 '여당 승리'를 희망했던 건축업자 하씨도 "(김 전 의원이) 나와도 압승은 못하고 엎치락뒤치락 할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관권선거' 현수막을 써붙였던 것도 주민들 마음을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강상면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홍아무개(70대)씨 역시 본인을 여당 지지자라고 밝히면서도 "김선교는 구설수 때문에 조금 그렇다. 차라리 원희룡 장관이 오면 압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왼쪽부터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 정동균 전 양평군수.
 왼쪽부터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 정동균 전 양평군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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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특혜 논란만 아니라 이 점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 총선 당시 김 전 의원과 맞붙었고 22대 총선에서 리턴매치를 준비 중인 최재관 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이 본인의 의원직 상실 사실을 알리는 민주당 현수막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은 무죄라는 취지의 대응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뗐다"면서 "아마 자신의 도덕성 논란이 묻히길 바라는 모양"이라고 짚었다.

그는 "김 전 의원이 이런 도덕성 논란에도 여당 최종 후보가 될지 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면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국민의힘의 공천 결정에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대법원 유죄 확정 3개월 만에 대통령 사면으로 다시 선거에 나선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패한다면, 중앙당에서 총선에 나갈 후보의 도덕성 논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힌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도 "현장에서 (김 전 의원에 대한) '심판론'도 적지 않게 나온다"면서 "여당 쪽에서 또 다른 후보가 나오고 (공천 불복 및 무소속 출마로) 다자구도를 형성한다면 우리가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선교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본인의 공천을 자신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 무조건 출마한다"며 "저는 언론사 기자(출신)도 아니고 판·검사를 하지도 않았다. 오직 현장에서 경험한 노하우로 양평군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3선 양평군수'라는 강점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선교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원희룡 국토부장관,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왼쪽부터 김선교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원희룡 국토부장관,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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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등판설은 호사가들 이야기일 것"... 정병국·이태규 출마 가능성도

하지만 지역 일각에서는 정병국 전 의원, 원희룡 장관 등이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중이다.

이에 대해 정병국 전 의원은 "이미 나는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본다. 아수라판에 들어가 이전투구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도 "당이 쓰임새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요구를 해올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희룡 장관과 절친으로 알려진 그는 '원희룡 등판설'에 대해 "(원 장관과) 출마 관련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호사가들이 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고향이 양평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의 출마 가능성도 있다. 이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직 출마를 결정하진 않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권유받고 있는 정도"라며 "국정감사가 끝나고 공식적으로 의사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태그:#여주양평, #총선, #서울양평고속도로, #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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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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