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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점퍼
 등산점퍼
ⓒ Unsplash의Matthew Cab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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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의 단어 창조 기술은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 고프코어 룩, 올드머니 룩. 언제부턴가 유행은 '특정 이름'을 달고 퍼지기 시작했는데 이름만 새롭다 뿐이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예전에 있던 룩을 약간 비틀어 새로운 유행으로 만든 것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산업은 먹고 살아야 돌아가는 법이. '진보한 디자인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당한다'고 했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차세대 TOP 디자이너를 선발하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무려 2009년작)의 이소라의 말처럼 진부해 보이지 않기 위해 계속 새로운 네이밍으로 거듭나려는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바꿔 내보이는 패션은 '상술'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바,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셀럽들의 패션에 '올드머니 룩'이니 '고프코어 룩'이니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이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 왜냐하면 예전에 유행했던 '놈코어 룩'이나 '미니멀 룩'을 갖다 붙여도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방송인의 말처럼 '나도 유행을 인지하고 있다' 정도의 룩을 선보이고 싶다면 갖고 있는 옷으로 고프코어 룩과 올드머니 룩을 만들 수 있다. 그들의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으면서 유행을 즐기고 싶은 자들을 위해 실용적으로 유행에 동참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고프코어 룩 따라잡는 3가지 아이템]

1)    바람막이 점퍼
환절기나 간절기 필수 아이템이 바로 바람막이 점퍼다. 조금 두꺼운 점퍼도 가능하다. 그냥 일상복에 바람막이 점퍼 하나만 걸쳐도 고프코어 룩이라고 할 수 있다. 고프코어는 좋은 오래된 건포도와 땅콩(Good Ol' Raisins and Peanuts)과 CORE의 합성어로 등산이나 캠핑 활동에서 자주 먹는 간식에서 차용되었다. 그러므로 아웃도어 활동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라면 모두 고프코어 룩으로의 치환이 가능한 것이다.
 
등산모자
 등산모자
ⓒ Unsplash의Ezra Jeffr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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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등산 모자
친구들과의 모임에 끈 달린 버킷햇을 쓰고 나갔더니 친구들이 '왜 등산 모자를 쓰고 나왔냐?'고 물었다. '이거, 고프코어 룩이야!'라고 응수했다. 실상은 버킷햇이 어울리지 않아 그 대용으로 끈 달린 모자를 샀을 뿐이고,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날의 모임에 액세서리로 착용한 것인데 '패션템'이 아닌 정말 등산 모자같았던 것이다. 그럼 어떠랴.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알고보면 7~8년 전쯤 핫?했던 중장년들의 등산복 패션이 고프코어 룩의 시초는 아니었을까.

3)    운동화
고프코어 룩의 핵심은 아웃도어 활동에 있다. 그래서 무조건 기능성이고 몸이 편해야 한다. 그래서 점퍼는 가급적 방수가 되는 옷이어야 하고 운동화도 투박할수록 아우도어 용처럼 보인다. 고프코어 룩이 되기 위해서는 스니커즈는 가급적 피하자. 밑창이 얇은 스니커즈보다는 밑창이 두껍고 튼튼해 보이는 운동화일수록 등산화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므로 고프코어 룩이라고 우기려면 최대한 기능성에 가까워 보여야 한다.

[올드머니 룩 따라잡는 3가지 아이템]

1)    트위드 재킷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예전에 유행했던 놈코어 룩을 갖다 놔도, 미니멀 룩을 갖다 놔도 올드머니 룩이라 해도 된다. 올드머니 룩의 의미를 한글로 바꾸면 '조용한 고급스러움' 정도 될 것이다.

결국 '부유하지만 티는 내지 않겠다. 하지만 알 사람은 알겠지'의 샤이 명품 같은 느낌일까. 그러니 일단 클래식 룩이라면 대부분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캐주얼하게 많이 변형된 트위드 재킷으로 올드머니 룩을 구현할 수 있다. 청바지나 스커트, 슬랙스 등 휘뚜루마뚜루 어울리기 때문에 고급스러워 보이면서도 실용적이다.
 
니트
 니트
ⓒ Unsplash의Yuliia Barab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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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캐시미어 니트
좋은 소재의 니트면 된다. 캐시미어 함량이 높을수록 부드럽고 좋은 소재이겠지만 택을 까보지 않는 이상 내가 입은 옷의 소재를 남들이 어떻게 정확히 알겠는가(패션 업계 종사자나 눈썰미 좋은 사람 제외). 그러므로 좋은 소재의 니트는 부를 과시하고 싶지 않아도 그저 그들이 일상적으로 입는 옷일 확률이 높으므로 올드머니 룩이라 할 수 있다.

3)    미니멀 드레스
고급스러움은 과하지 않다. 디자인이 많이 들어갈수록 올드머니 룩과 거리가 멀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집에 미니멀한 디자인의 원피스가 있다면 올드머니 룩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여기에 클래식한 디자인이 더해진다면 전통적으로 부를 쌓아온 그들의 이미지와 더 부합한다.

앞서 언급한 새로운 네이밍으로 패션을 선도하는 업계의 전략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네이밍의 패션이 나오면 세럽들은 너도나도 그 이름에 걸맞는 옷을 선보이며 대중들의 시선을 잡고 또 대중들은 유행을 즐기기 위해 지갑을 연다.

다음에는 또 어떤 네이밍이 나올지 궁금하다. 네이밍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면 똑똑하게 소비하고 적당히 즐기면서 유행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되었습니다.


태그:#고프코어룩, #올드머니룩, #유행따라잡기, #패션따라잡기, #패션업계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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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악순환 줄이는 옷경영 코치. 건강한 멋과 삶, 옷장/쇼핑/코디 코치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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