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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이라는 이름을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최근 몇 달 사이 그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5선의 국회의원, 인천시장, 당 대표까지... 정치인으로서 많은 것을 이뤘지만,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거나 수많은 팬덤을 거느린 인물은 아니었다.

황소라는 송영길의 별명처럼 묵묵하고 뚝심 있게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해내고자 하는 바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은 있었지만, 대중들에게 강력한 한방을 보여주지는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실 프랑스에서 소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터졌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이제 송영길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후에 보인 송영길의 행보는 그야말로 여타의 정치인과 달랐다. 주위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자신을 소환하라며 두 번이나 검찰청에 스스로 출석했고, 이제는 앉아서 압수수색 당하지 않겠다며 아예 검찰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죄지은 사람이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며 감옥이나 가라고 비난하는 이들에게 "감옥에 가고 싶어도 검찰에서 소환을 안 해주니 갈 수가 없다"라며 일갈하고, 정권이 아니라 나라를 빼앗겼으니 이제 제2의 독립투쟁을 외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송영길이 새롭게 보여주는 '투사의 얼굴' 앞에 윤석열 정권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열광했다. 

최근 출간한 <송영길의 선전포고>는 그런 투쟁의 기록이자, '검찰 독재 정권'과 왜 싸워야 하는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검찰 개혁은 어떻게 이뤄내야 할지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그런 한편 지금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책임에 대해서도 회피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만들어 낸 유산"임을 고백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 원인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 부동산, 경제 정책 등을 냉정하게 평가할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통렬한 반성도 빼놓지 않았다.

다만 지금 이런 대목들이 대다수 언론에 자극적인 표현과 함께 보도되면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문 정부에 돌렸다거나 자신의 정치적 향배를 위한 행보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이런 말과 말들 속에서 송영길의 진짜 생각은 무엇일까? 27일 검찰청 앞 농성장에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다. 

"검찰 범죄 카르텔 전체주의 세력과 싸우는 법"



 
프랑스에 있을 당시 송영길
 프랑스에 있을 당시 송영길
ⓒ 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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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부터 계속 검찰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왜 하는 것이고 어떤 의미인가?   
"지난 9월 27일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다. 정작 소환도 못 하면서 자택을 두 번이나 압수수색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때 딸의 컴퓨터가 망가지고 집안이 난리가 났다. 내가 아니라도 모든 개인에게 집이란 곧 성(城)과 같다. 나는 마치 내 성이 침략당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검찰청 농성은 첫 번째로 이제 두 번 다시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고, 두 번째로 나는 당당하고, 내가 여기 있을 테니 언제든 소환하라는 의미이며, 마지막으로 한동훈, 손준성, 엄희준 이 세 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기 위함이다.(관련 링크)" 

- 최근 <송영길의 선전포고>를 출간했다. 어떤 책인지 저자가 직접 소개한다면?  
"이 책의 핵심은 윤석열 정권, 검찰 범죄 카르텔 전체주의 세력과 왜 싸워야 하는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무기로 싸워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동시에 이런 유례없는 정권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살피고 있다. 또 우리가 이 투쟁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그게 전부가 아니다. 유능한 정부가 들어와 지금과는 다른 좋은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 아닌가. 이를 위해 검찰 개혁은 어떻게 이뤄내야 할지를 비롯해 외교·경제·주거·기후·농업 등 지금 우리나라에 산적한 문제에 관한 나만의 철학과 해결책을 함께 담았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을 둘러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비전을 모두 다루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송영길의 선전포고> 표지 이미지
 <송영길의 선전포고> 표지 이미지
ⓒ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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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런 취지와 달리 지금 언론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만을 부각하는 모양새다.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구를 비난할 의도도 없고, 전 정권을 탓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가 윤석열 정권과 싸우려면 왜, 어떤 연유로 이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런 분석과 평가 없이 어떻게 이 정권을 넘어설 수 있겠나. 이 정도의 이야기도 못 하면서 우리가 국민의힘을 두고 윤비어천가만 부른다고 말할 수 있겠나.

또 하나, 나는 정치란 진영 논리를 넘어 실체적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옳은 건 옳고, 그른 건 그르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책에 박정희, 노태우 대통령에 대해서도 잘한 것은 잘했다고 평가했다. 이를테면 나는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못됐지만 포항제철을 만든 것은 위대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송영길의 선전포고>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은 비판했지만 해운 산업을 부흥시킨 것은 매우 큰 업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많은 언론에서 그런 내용들은 다루지 않는다. 물론 언론 생리상 이해하는 측면도 있고 <송영길의 선전포고> 자체가 논쟁적인 지점들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사람들이 기사 한 줄만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말고 비판하더라도 책을 읽고 전체적인 내용과 흐름을 파악한 뒤에 했으면 좋겠다." 

-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 당 대표를 지낸 만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말도 있다.   
"<송영길의 선전포고>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것 중의 하나는 자기 반성이다. 코로나 백신 피해자들에 제대로 보상하지 못한 부분, 언론 개혁 해내지 못한 것, 무엇보다 대통령 선거 패배의 책임 등 다양한 지점들을 담았다. 이런 부분들을 가감 없이 책에 쓴 것도 앞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면서 나 자신이 빠질 수 없다. 그런 반성을 전제해야 우리는 앞으로 나갈 수 있다." 

- 앞에서 실체적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는데 변희재 대표의 '태블릿 pc' 조작 주장에 동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변희재 대표의 책을 읽어보면 태블릿 pc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에 딱히 반박할 여지가 없다. 그러니 나는 논리적으로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 말 자체만으로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듣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정말 그 사람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면 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민주 시민이라면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들이 하는 말이라곤  '변희재랑 어울리지 마라'는 수준이다. 이 말에는 어떤 논리도 없지 않나. 

전 정부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나는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한 경제 정책이었다고 생각하고, 내 나름대로의 이유와 근거를 들어 책에 썼다. 나를 비판하려거든 소득주도성장이 왜 좋은 정책이었는지 논리와 사실 관계를 통해 반박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모두 그런 얘기는 없고, 송영길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는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다."

"민주당 '쫄지' 말고 한동훈 장관 탄핵해야"
 
검찰청 앞 농성장. 지지자에게 책 사인 중인 송영길
 검찰청 앞 농성장. 지지자에게 책 사인 중인 송영길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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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 얘기를 좀 해보자. 인사부터 시작해서 외교,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그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검찰이라는 조직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행정을 통해 국정의 밑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없다. 그 무엇도 생산하거나 창조하지 않는 조직이다. 국회의원만 해도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법을 제정한다. 행정쪽에 있다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거나 지역을 위한 행사를 유치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한다. 하지만 검사는 일이 끝난 다음 지금 시점에서 예전의 일을 판단해 죄의 유무를 가리는 일만 한다.  

물론 검사가 하는 일도 중요하고 상황에 따라 사안에 따라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가 대부분의 요직에 검사가 들어앉으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자리의 성격에 맞게 그 일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뛰어난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런 생각 자체가 없다. 결국 무능한 대통령과 무능한 인사가 만나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외교를 마치 검찰 수사하듯 하고 있다. 이를테면 러시아는 피의자고, 우크라이나는 피해자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쪽을 현명하게 오가면서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다. 비단 러시아,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북한이나 중국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이런 태도가 우리나라를 더욱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검찰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주요하게 외치는 메시지가 한동훈 장관에 대한 탄핵이다. 관련해서 좀 설명해 준다면? 
"한동훈 장관은 자신은 물론 처가, 딸 등과 관련해서 수많은 범죄 의혹에 휩싸여 있다.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장관이 된 후로 국무위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노골적으로 위반하였을 뿐 아니라 피의사실공표 등을 자행했다.

법무부 장관은 개별 사건에 대한 지휘 감독의 권한이 없다. 법무부 장관은 오로지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지휘할 수 있다. 하지만 한동훈 장관은 직접적으로 사건에 개입했다는 수많은 정황이 있으며, 무죄 추정의 원칙을 수시로 위반하고 있으므로 국무위원의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동훈 장관을 탄핵소추하게 되면 한동훈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2024년에 있을 총선에 출마할 수 없고, 개입할 수 없으며, 검찰권 행사를 통해 국민의힘을 편들 수도 없다. 공정한 총선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한동훈 장관 탄핵소추는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검사들 사이에서도 한동훈·윤석열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이들은 2500명의 검사 전체를 공정하게 관리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패거리들, 윤핵관들, 특수부 검사들만 밀어주고 끌어주고 챙겨주면서 이들로 거의 모든 국가 요직을 채우고 있다. 이런 행위가 마치 암세포처럼 검찰의 정상적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검사들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는 만큼 한동훈 장관을 탄핵소추 하면 수많은 검사들의 지지와 응원이 함께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쫄지' 말고 11월 중에 반드시 한동훈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길 바란다."

- 책 출간을 비롯해 이런 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 자중하라는 말도 있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실 알게 모르게 나의 이런 행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언론에서 부정적인 기사만 내니까 마치 그게 민주당 전체의 의견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 같은 사람이 밖에서 싸워줘야 당도 개혁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또 하나 지금 검찰이 온갖 언론 플레이를 일삼으며 피의사실 공표를 자행하고 있는데 법정에서만 싸우는 건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게임과 다름없다. 정치적으로도 싸우고, 법정에서도 싸우고, 법정 밖에서도 싸워야 한다. 만약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여전히 사람들은 송영길이 죄지어서 끌려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부당한지 알릴 수 없었을 것이다. 검찰과 부딪치니까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찍이 세월호에서 배웠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자중하라는 말, 가만히 있으라는 말, 법정에서나 싸우라는 말이야말로 무기력이고 순응이고 패배주의이며 투항주의일 뿐이다."   

- 현재 농성은 10월 말까지다. 앞으로의 계획은?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북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11월 9일 오후 7시에 조계사 지하 1층 공연장에서 첫 출판 기념회가 있다. 곧 내 유튜브 채널에서 신청을 받을 예정이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니 많이들 와주시면 좋겠다. 추후 전국 일정도 유튜브 채널과 개인 페이스북 채널 등을 통해 알릴 예정이다. 내가 전하고자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 장소를 검찰청 앞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대했다고 보면 되겠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송영길의 선전포고> 표지에 있는 표현, "나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피하지 않을 것이며. 그리하여 끝내 이길 것입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실 여기엔 중요한 한 가지 전제가 있다. '더 많은 국민들이 함께한다면' 이다. 이 문제에 공감하고, 분노하고, 행동한다면 우리는 분명 승리할 수 있다."
 
송영길
 송영길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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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송영길, #송영길의선전포고, #검찰,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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