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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사랑 기업 파타고니아가 국내에서 지원하고 있는 환경단체 현황
 지구 사랑 기업 파타고니아가 국내에서 지원하고 있는 환경단체 현황
ⓒ 파타고니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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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아웃도어 의류를 판매하는 파타고니아란 기업을 아는가? 파타고니아는 환경운동을 하는 환경단체를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사 홈페이지를 보면 "1985년부터 매년 매출의 1%를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되살리기 위해 활동하는 전세계 환경단체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해 왔으며(2020년 누적 지원금 1000억원 이상), 2002년에는 1% FOR THE PLANET(포 더 플래닛) 단체를 공식적으로 설립하여 매출의 1%를 환경보호 운동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기업 사회에 확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매출의 1%를 사회에 기꺼이 내어놓고 있고, 그 방식이 전세계 환경운동 단체를 지원하면서 이 지구를 지키고 되살리는 일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연 매출이 700억 원이면 그 1%인 7억 원의 돈을 환경운동에 내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사랑' 기업 파타고니아의 현장 방문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라며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쉬나드 회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를 위해서 파타고니아의 수익을 넘어 회사의 지분까지 통째로 기꺼이 기부(2022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가 향후 50년 동안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생각보다 지구를 되살리겠다는 희망을 훨씬 크게 갖고 있다면,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사용하여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파타고니아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았습니다.

지구는 거대하지만 지구가 가진 자원은 유한합니다. 인류는 지구의 한계를 확실하게 넘어섰지만, 지구는 매우 뛰어난 회복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진심을 다해 행동한다면 우리는 지구를 되살릴 수 있습니다."


이 희망의 메시지를 가지고 진정한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기업이 파타고니아다. 환경운동의 현장을 실지로 아낌없이 지원하는 '실천'을 행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기업 파타고니아를 전세계 많은 시민들이 사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그 브랜드 가치가 더욱 올라가고 있고 매년 매출이 증대하고 있다고 한다.
 
파타고니아 코리아 김리아 차장이 탁류가  흐르는 낙동강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 김리아 차장이 탁류가 흐르는 낙동강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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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파타고니아 코리아에서 국내 환경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는 일을 책임지고 있는 담당자인 김리아 차장이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보고 싶다며 대구를 방문했다.

파타고니아가 지원하는 환경단체가 대구에서는 둘인데,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는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의 지천인 금호강을 각종 개발 사업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생태조사 사업을 벌이고 있는 생명평화아시아가 그것이다. 이들을 통해서 각각의 단체의 현장인 낙동강과 금호강을 직접 찾아서 그 생생한 현장을 만나고 싶어서 방문한 것이다.

다행히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생명평화아시아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입주해 있기에 자연스레 함께 만나서 낙동강과 금호강 현장을 동행하게 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서 필자와 생명평화아시아 이명은 사무국장 그리고 파타고니아 코리아 김리아 차장이 함께 현장을 둘러본 것이다.

우선 들른 곳은 4대강사업 현장의 하나인 강정고령보였다. 강정고령보는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가장 큰 보에 해당하고 이곳에서 낙동강 8개 보를 모두 컨트롤하는 수자원공사 낙동강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보 이외에 '디아크'라는 무려 180억 원이나 들인 4대강사업 홍보관을 특이한 모양으로 지어뒀다. 이 일대에 넓은 광장을 조성해놓은 데다 이 주변에 특별한 공원이 없는 관계로 많은 시민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은 마침 주변 어린이집 아이들이 단체로 이곳을 방문해 일렬로 걷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낙동강 녹조 때문에 이런 방문은 대단히 위험하다. 녹조는 청산가리 6000배가 넘는 치명적인 독이 있고, 그 독이 에어로졸로 날리면서 공기 중에 날아 흩어질 가능성이 있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2023 낙동강 현장조사단은 지난해 녹조가 심한 낙동강에서 녹조 독이 에어로졸로 날린다는 사실을 조사결과 확인한 바 있다(관련 기사: "녹조 가득한 영주댐을 관광 자원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것" https://omn.kr/25dlj).

말하자면 낙동강에 가까이 접근한다는 것은 녹조 독이 든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위험을 안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아직 이런 위험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어 주변인들의 방문이 아직도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있다. 환경단체들, 언론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며 강 한가운데 건설돼 있는 강정고령보. 사실상 댐의 모습이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며 강 한가운데 건설돼 있는 강정고령보. 사실상 댐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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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들을 뒤로 하고 '4대강 보'가 보이는 강변으로 갔다. 강변에는 육중한 위용을 자랑하며 강정고령보가 강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놓여 있었다. 김리아 처장은 "태어나서 이렇게 큰 보는 처음이다"라면서 "내가 본 보는 경기 성남 탄천의 보가 전부였는데 4대강 보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면서 놀라움을 표한다.

강물은 탁했고, 조류 알갱이들도 아직 드문드문 목격되었다. 강물 전체가 옅은 녹색을 띠면서 10월 말인 현재에도 녹조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녹조가 크게 심하지는 않았지만, 매년 심각하게 창궐하는 녹조는 낙동강 최악의 골칫거리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대구시, 달성습지라는 보석을 버릴 것인가  

강정고령보를 둘러보고 우리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가 내려다보이는 디아크 앞 강변에 서서 또다른 개발사업 현장인 대구시의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 중 하나인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

이 사업은 이곳 디아크 앞에서부터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화려한 교량을 세워서 달성습지와 연결하고 이 교량을 기반으로 해서 주변에 공원과 주차장 등을 새로 조성해서 이 일대를 수변 레저 중심 단지로 만들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사업이다.

달성습지라는 세계적 습지 앞에 분수를 쏘고 화려한 경관 조명을 설치한 교량을 건설하고, 그 일대를 개발해서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더 철저하게 보전되어야 할 곳을 화려한 개발을 통해서 인간 중심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의 말처럼 "달성습지라는 귀한 보석을 바로 앞에 두고도 그 가치를 모른 채 싸구려 모조 관광상품을 만들어 팔겠다"는 발상과도 같은 계획이다. 현재 대구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이 사업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사업이라며 막아서고 있다.
 
물억새가 장관을 이룬 달성습지. 이런 아름다운 습지를 밀어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대구시
 물억새가 장관을 이룬 달성습지. 이런 아름다운 습지를 밀어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대구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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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억새가 장관을 이룬 곳이 달성습지 초입이다. 이곳을 밀고 이곳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이다.
 물억새가 장관을 이룬 곳이 달성습지 초입이다. 이곳을 밀고 이곳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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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그 건너편인 달성습지로 가서 그 습지의 초입도 둘러봤다. 물억새가 장관을 이룬 아름다운 습지가 펼쳐져 있다. 그 모습을 더욱 확대하려고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그 모습을 걷어내고 인공의 공원을 들이겠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낙동강 현장에서 자연스레 금호강 현장으로 넘어왔다. 달성습지를 뒤로 하고 금호강의 또 다른 중요한 현장인 금호강(대구구간) 중류에 위치한 팔현습지로 향했다.

야생동물의 집 금호강 팔현습지, 온전히 지켜지기를

팔현습지는 그야말로 현재 '핫'한 현장이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팔현습지 일대에서 기존 제방을 슈퍼제방으로 만드는 사업과 산지 절벽 앞으로 교량형 보도교를 놓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사업이 팔현습지의 생태계를 심각히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판단하에,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생명평화아시아 같은 단체들은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함께 싸우고 있다.

즉 이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현장은 매우 중요한 현장인데, 현재 이 문제의 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이하 거짓부실위)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단 3종의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이 기록돼 있지만,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자체로 실시한 생태조사에서 무려 12종이나 되는 야생동물이 목격됐다.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는 지적으로 대구지방환경청 측이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위'를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거짓부실위'에서 기존 환경영향평가가 거짓부실로 판명이 나면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거짓부실위는 무척이나 중요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강촌햇살교란 잠수교에 서서 바라본 금호강의 물고기들. 붕어가 떼로 다니는 모습이 그대로 목격된다.
 강촌햇살교란 잠수교에 서서 바라본 금호강의 물고기들. 붕어가 떼로 다니는 모습이 그대로 목격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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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손바닥만한 조개들이 강바닥에 널렸다. 강바닥 생태계가 건강한 증거다.
 어른 손바닥만한 조개들이 강바닥에 널렸다. 강바닥 생태계가 건강한 증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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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을 안고서 일행은 팔현습지 일대를 둘러봤다. 가을을 맞아 강물은 정말 깨끗했다. 얼마나 깨끗한지 잠수교인 강촌햇살교에 서면 금호강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일일이 눈으로 또렷이 조망될 정도다.

물고기도 매우 다양한 종류가 목격된다. 그중에는 멸종위기 1급 어류인 얼룩새코미꾸리까지 있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인 남생이까지 이곳에 존재한다. 물고기만 많은가? 그것도 아니다. 어른 손바닥만한 조개에서부터 재첩과 다슬기까지 있다. 즉 강바닥 생태계 또한 건강하다는 것이 이들 다양한 물고기와 저서생물들의 존재로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한때 섬유산업의 본고장이었던 대구의 하수구로 전락한 채, 죽은 강으로 머물던 금호강이 그 산업화의 아픔을 스스로 극복하고 다시 살아나 아름답고도 생태적으로 건강한 하천으로 겨우 돌아온 이 시점에, 환경부의 '삽질'과 대구시의 '삽질'을 동시에 받고 있는 기막힌 현실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날 수령 393년이나 된 왕버들숲을 뒤로 하고 돌아 나오는데 이곳 팔현습지의 또 다른 명물이자 깃대종인 수리부엉이 부부를 만났다. 그들의 집인 낮은 제봉이란 산의 절벽 사이에 위태롭게 앉아 졸고 있는 모습들이 포착된 것이다.
  
하식애 산지절벽 틈에서 졸고 있는 수리부엉이
 하식애 산지절벽 틈에서 졸고 있는 수리부엉이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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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그동안 익힌 눈썰미로 멀리서 졸고 있는 녀석들의 동태를 확인했고, 그 모습을 망원 카메라로 담을 수 있었다. 정말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들이 최근 두달 정도 보이질 않아서 조바심을 내던 차에 다시 발견돼, 이들이 돌아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덕분에 이곳 팔현습지 자체가 생기를 다시 얻은 느낌이다.

김리아 차장은 필자의 안내로, 조금 멀기는 하지만 수리부엉이가 졸고 있는 모습을 육안으로 직접 목격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최근엔 이곳에서 참매와 검독수리까지 목격돼, 팔현습지에서만 발견된 법정보호종이 14종으로 기록됐다. 정말로 이곳이 길이 보전되어야 할 이유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셈이다.

"팔현습지는 무수한 법정보호종의 존재로나 경관적으로나, 혹은 생태적으로나 국가습지로 지정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루빨리 국가습지로 지정돼 이곳이 쓸데없는 개발사업들부터 보호받고 이 아름다운 습지가 보전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금호강 공대위' 박호석 대표의 바람이다. 파타고니아 김리아 차장 또한 "야생동물들의 집 달성습자와 팔현습지가 온전히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바람을 남겼다. 그들의 바람처럼 이 아름다운 습지가 반드시 지켜질 수 있기를 열망하면서 얼마 전 현장에 설치된 팔현습지 입간판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통해 이날의 탐방을 모두 마쳤다.
 
팔현습지 입간판 앞에 선 파타고니아 김리아 차장과 생명평화아시아 손영호 이사와 이명은 사무국장
 팔현습지 입간판 앞에 선 파타고니아 김리아 차장과 생명평화아시아 손영호 이사와 이명은 사무국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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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식물의 마지막 보루이자 그들의 집인 달성습지와 팔현습지의 가치가 보다 널리 퍼져나가, 이 아름다운 습지가 내내 지켜지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파타고니아, #낙동강, #금호강, #달성습지, #팔현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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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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