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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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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0일 오후 3시 16분] 

159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유가족들은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추모대회에 대해 "유가족들이 마련한 추모 행사로 생각했는데 야당이 개최하는 정치집회 성격이 짙다"면서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러고는 29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영암교회에서 열린 추도예배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서울광장 분향소 말고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별도의 추모예배를 한 것에 대해 "이태원 사고현장이든 서울광장이든, 아니면 성북동 교회든 희생자를 추도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추모대회 불참 비판을 일축했다.

누구를 위한 '예배'였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이날 추도예배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함께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이날 추도예배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함께 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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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이태원 참사 추모예배에선 석연치 않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먼저 이날 추모예배는 일반 신도와 함께하는 예배가 아닌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 국민의힘 대표 등 정부여당 인사가 중심이 된 행사였다. 대통령실 측은 신도들과 함께 추모예배를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경호 등의 문제로 신도들이 불편해질 것을 우려해 따로 예배를 드리는 방향으로 교회 측과 협의가 됐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동선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을까. 28일 영암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10월 29일 치 영암교회 주보에는 이태원 참사 추모예배와 관련한 언급이 아예 없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추모예배 관련 메시지는 정부여당 관계자 중심인 비공개 일정 속에서 나온 것이며 사후에 언론을 통해 전해졌을 뿐이다. 대통령실은 홈페이지의 사진뉴스와 '대통령의 말과 글' 코너에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예배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추모대회 불참에 따른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급조한 예배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 실정이다. 추모 메시지를 유가족과 국민이 아닌, 국무위원 등 참모진과 집권여당 인사 앞에서만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성북구 영암교회를 예배 장소로 선정한 것은 윤 대통령의 과거 인연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을 맞아 영암교회에서 성탄예배를 드렸다. 당시 언론은 영암교회가 윤 대통령이 초등학생 시절이었던 50년 전에 다녔던 교회라고 보도했다. 

참고로, 영암교회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와 대통령 그리고 추모예배와 관련한 언급은 이 교회의 한 장로가 올린 게시글이 전부였다. 

이 장로는 추모예배 다음날인 30일 오전 7시 52분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보며 대통령으로 현장에 참여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지만 여러 의견이 많아 어린 시절 다니던 모 교회를 떠올리며 하나님께 추모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을 주신 성령의 인도하심을 생각하게 됐다"며 "예배 후 식당에서 3000원 짜리 식사를 하며 초등학교 은사님과 목사님 앞에서 즐겁고 행복한 모습으로 담소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두부조림도 추가로 더 하시며 주변의 어르신과 아이들을 잘 맞아주심도 감사하다"라고 썼다.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다 힘들고 어렵고 외로울 때 따뜻한 영암교회를 기억하고 민생을 소통 속에 잘 해결한 후 목사님의 말씀처럼 임기 후 영암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는 평화로운 대통령이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게시글은 30일 오후 3시 현재 삭제된 상태다. 

예배 전에 '화해'를 했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를 드린 뒤 교회를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를 드린 뒤 교회를 나서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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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신자인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추모예배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우선 성경에 나온 '예배'의 본질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마태복음 5장 23절-24절)

성경을 보면 예수님은 예물을 제단에 드리기 전에 형제와 다툼이 있다면 먼저 화해하고 오라고 했다. 여기서 예물을 제단에 드리는 것은 현대의 '예배'다. 만약 예배를 드리기 전에 누군가와 불화하거나 이웃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면 먼저 화해하는 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올바른 예배다. 

예수님은 왜 예배하기 전에 형제와 화해하라고 요구했을까? 예수님은 자신이 우리를 용서하고 사랑한 것처럼 우리도 이웃을 사랑하길 원한다. 그래서 성경 구절 중에는 "너희가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는 가르침도 있다. 

서울광장이든 성북동교회이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마음은 다를 것이 없다지만, 유가족을 만나 그들을 위로하는 것이 예수님이 원하는 진정한 '예배'이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이태원참사, #윤석열, #추모예배,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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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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