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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육군 부사관 A씨가 경험한 사연이 올라왔다.

부사관 A씨는 지난 8일 강원도 철원에서 괴산으로 출장을 가는 도중 여주휴게소에 들렸다. 군인 외출 출타 시 밥값 8천원을 넘기지 말라는 규정에 따라 라면에 공깃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중년의 신사분이 다가와 "부대가 어디입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6사단"이라고 대답하자 중년의 신사분은 자신도 6사단 수색대 출신이라며 부대원 30명에게 커피를 사주고 떠났다고 한다. 

A씨는 "20년 동안 군생활 하면서 이런 경우는 말로만 들었다"면서 "직접 경험하니 나이 먹고 울컥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넘쳐났다"고 했다. 이어 "이런 한 분 한 분 덕분에 제가 입은 군복이 자랑스럽다.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겠다. 감사한다"라고 덧붙였다. 

육대전에는 이와 같은 미담이 자주 올라온다. 13년차 육군 부사관 B씨는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는 도중 "반대쪽 테이블 손님이 계산을 해주고 나갔다"는 종업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B씨는 테이블을 착각하고 잘못 계산한 것 같아 신사 두 분을 따라갔다. "계산을 잘못해 주신 것 같다"고 말하자 신사분은 "군인이신 것 같아 기꺼이 계산했다"고 했다. B씨는 전투복도 입지 않았고 간부라며 정중히 사양했으나 신사분은 "간부이던 병사이던 나라를 지키느라 수고해 주시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마음을 받아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부사관 B씨는 "온라인상에서만 접했던 미담 사례를 제가 겪으니 군인 신분으로서 국가수호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더 헌신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다시 느낄 수 있다"며 "식사를 대접해 주신 이름 모를 신사 분께 감사한다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군인 존중의 끝판왕 미국... 좌석 업그레이드 혜택 받는 미군들 
 
미국 국적 항공사는 좌석의 여유가 있을 때 군인에게 업그레이드 혜택을 준다
 미국 국적 항공사는 좌석의 여유가 있을 때 군인에게 업그레이드 혜택을 준다
ⓒ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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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을 존중하는 나라의 끝판왕은 미국이다. 미국은 군인에 대한 존중이 일상화됐다. 특히 미국 국적 항공사들은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에 여유가 있을 경우 군인을 가장 먼저 업그레이드해준다. 

미군으로 한국인과 결혼한 뒤 유튜브에 일상을 올리는 <WooingEm 우잉엠> 채널에는 미국을 가면서 이코노믹으로 예약했지만 탑승할 때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드 받은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 좌석이 아니라고 했지만 승무원들이 군인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업그레드해준 것으로 그 혜택에 놀라고 기뻐한다. 

미국에서는 비행기 탑승 때도 군인은 기다리지 않고 먼저 탑승한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와 같은 곳에서 줄을 서고 있는 군인에게 먼저 주문하라는 일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오죽하면 이런 대우를 받기 위해 가짜 군복을 입고 다니다가 진짜 군인에게 혼쭐이 나는 영상이 올라올 지경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을 보면 전사자의 유해를 대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나온다. 운구차를 따라가며 존경을 표하는 그들을 보면 미국인들이 얼마나 군인을 존중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인들의 군인 존중은 계급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오래 복무한 군인일수록 파병이나 참전 군인에게 더 존경을 표하는 경우가 있다. 

대한민국은 어떤 군인을 존중합니까? 
 
해병대원과 소방이 지난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일대에서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 장병을 찾고 있다.
 해병대원과 소방이 지난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일대에서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 장병을 찾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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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도 군인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커피 한 잔, 밥 한 끼 사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기자도 30년 전 이등병 첫 휴가 때 돈이 없어 동기 5명이 식당에 가서 4인분의 고기만 주문했다가 특혜(?)를 받은 경험이 있다. 식당 사장님은 6인분 같은 4인분을 주셨고, 옆 테이블의 부부는 군대 간 아들이 생각난다며 5인분의 고기를 추가로 사줬다.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군인을 준중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는 군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누군가를 비난한다면 그 비하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스스로 받기에 그게 큰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공직에 있는 사람들과 지휘관들이다.    재난 현장에 군인 투입을 당연시하는 지휘관과 공무원들이 있다. 이들에게 군인은 그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인력소 잡부처럼 여겨진다. 군인이 투입해 얼마나 빠르게 복구를 했는지가 중요하지 병사들의 대우나 위험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군의 날을 맞아 "윤석열 정부는 제복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군인에 대한 예우와 사회적 존중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9개월 만에 해병대 일병이 수해 복구 현장에서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권 의원이 말하는 군인에 대한 예우와 사회적 존중은 어디까지일까? 일반 국민들만 군인을 존중하면 될까? 그 대상 또한 일반 병사, 부사관, 초급 간부일까 아니면 별을 달고 있는 장군들일까?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계급의 군인을 존중하는지 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육대전, #군인존중, #미군, #권성동,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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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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