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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디비피아가 2013년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논문 하나를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올린 게시글 일부. 해당 글은 "수능 자극 연구 가져왔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끝까지 화이팅해야 하는 이유"라며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인식하지 못하고 논문 결과를 단편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일자 디비피아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15일 디비피아가 2013년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논문 하나를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올린 게시글 일부. 해당 글은 "수능 자극 연구 가져왔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끝까지 화이팅해야 하는 이유"라며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인식하지 못하고 논문 결과를 단편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일자 디비피아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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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6일 오후 4시 17분]  

학술논문 플랫폼 디비피아(DBpia)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날 수능 성적과 임금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언급하며 '수능을 잘 봐야 임금을 많이 받는다'는 식으로 해석해 논란이 일자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수능을 하루 앞둔 시점에 성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정당화한다는 지적과 함께 수험생의 박탈감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디비피아는 지난 15일 오후 트위터에 "수능 자극 연구 가져왔습니다"라며 지난 2013년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논문 하나를 공유했다. '수능 성적이 초기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효과'라는 제목의 해당 논문은 수능 성적이 대학 졸업 후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수능점수가 높아질수록 취업 확률은 낮아지지만, 취업한 경우에는 수능점수가 높아질수록 임금이 높아진다"는 것이 논문 저자의 주장이다.

디비피아는 이 연구를 '공부 자극' 소재로 활용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수능점수가 높아질수록 취업 후 임금이 높아진다"며 "수능 끝까지 화이팅해야 한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수능 응원이 아니고 수험생 고문 아닌가", "앞으로 KCI(논문 등재지) 이용하겠다", "수능 본 지 50년이 지나고 봐도 상처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거센 항의를 쏟아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학술공동체 기관이 학벌주의를 옹호하는 내용을 기재한 셈인데, 수험생을 응원하려는 목적으로 인용하기에는 부적절한 사례였다"고 지적했다.

디비피아를 이용하는 서울 소재 대학생 김아무개(25)씨도 "수능점수가 인생을 좌지우지한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글"이라며 "학술논문을 다룬다는 곳이 수능 이외의 다양한 기회의 창구를 고민하지 않고 오히려 학벌주의를 고착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5일 디비피아가 트위터에 올린 사과문. "오늘 오후에 올린 트윗으로 많은 분들께 불편한 기분을 느끼게 해드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수능 전날 이미 부담감이 많으신 수험생 여러분께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해당 사과문은 16일 오전 10시 기준 트위터에서 7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15일 디비피아가 트위터에 올린 사과문. "오늘 오후에 올린 트윗으로 많은 분들께 불편한 기분을 느끼게 해드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수능 전날 이미 부담감이 많으신 수험생 여러분께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해당 사과문은 16일 오전 10시 기준 트위터에서 7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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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이 커지자 디비피아는 당일 "수능 전날 부담감이 많으신 수험생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글을 삭제했다. 디비피아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는 누리미디어 마케팅팀 관계자는 16일 <오마이뉴스>의 서면 질의에 대해 "수능 시험의 중요성을 말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치르자는 의도에서 콘텐츠를 게시했으나, 저희가 수능 성적에 따른 임금 차별이 정당하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라며 "이미 수능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수능에 대한 심적 부담이 큰 수험생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 콘텐츠를 선정하고 표현한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학벌주의를 옹호하고 수능 성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해당 게시물은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콘텐츠 선정과 제작 절차를 여럿이 검토하는 프로세스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16일 논문 주저자인 최필선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디비피아는 학술 전문기업 누리미디어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학술논문 플랫폼으로, 1999년 웹 서비스를 게시한 이후 전자저널, 전자책, 웹DB를 비롯해 빅데이터 기반 논문 추천 서비스, 학술 트렌드 등을 제공하고 있다.
      
15일 디비피아가 트위터에 공유한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 논문 초록. '수능 성적이 초기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효과'라는 제목의 해당 논문은 수능 성적이 대학 졸업 후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초록을 보면 "초중등교육의 성과와 사교육의 성과가 노동시장 성과로 연결되는지 분석하는 것"이라며 연구 취지를 밝히고 있다.
 15일 디비피아가 트위터에 공유한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 논문 초록. '수능 성적이 초기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효과'라는 제목의 해당 논문은 수능 성적이 대학 졸업 후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초록을 보면 "초중등교육의 성과와 사교육의 성과가 노동시장 성과로 연결되는지 분석하는 것"이라며 연구 취지를 밝히고 있다.
ⓒ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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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도 강한 비판... "학벌주의 조장" "점수 지상주의 우려"

교육 전문가들은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수능을 잘 봐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학벌주의라는 사회적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채 논문 내용을 단편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학벌이 취업부터 임금·승진·퇴직에 이르기까지 노동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대학 서열화나 교육 불평등 등을 둘러싼 고민과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차관을 지낸 박백범 대전대 석좌교수는 "수능 고득점을 결정하는 데에는 가정 환경을 비롯해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그런데도 단순히 현상만 갖다 놓고 '공부 열심히 해라', '능력이 그거밖에 안 되니까 임금이 적은 것이다'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나 단편적인 시각"이라며 "과잉된 능력주의와 점수 지상주의가 우려된다"고 했다.

채효정 오늘의교육 편집위원장은 "논문이 어떤 의도로 쓰였든 간에 디비피아가 그 결과를 자신들에게 맞게 활용하고 유포해서 학벌 체제에 순응하라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학벌은 누구나 노력한다고 딸 수 있는 재화가 아님에도 거짓된 학벌 신화를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대학 서열에 따른 임금 격차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해소해 나가야 할 문제인데 그것을 당연하고 정당한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능력주의 신화가 양극화와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지표상으로도 명확한데 디비피아 게시글은 오히려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입시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전국에서는 2024년 수능이 치러졌다. 올해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시행된다.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3442명 감소한 50만 4588명이다.
 

태그:#디비피아, #수능, #학벌주의, #대학수학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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