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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 20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노동조합 그 첫 번째는 두원정공지회(이하 '지회')일 것이다. 한노보연이 설립되기도 전, 지회는 한노보연 창립 회원들로 꾸려졌던 근골격계질환 공동연구단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했다.

이후에도 노동강도를 완화하고, 업무상 질환 환자를 찾아내는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고용불안은 지속되었고, 두원정공 자본은 2017년엔 파산 선고까지 했다. 구조조정 시도를 막아내고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켜온 지난 20년의 지회의 활동을, 이기만 지회장과 엄정흠 노동안전부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노동강도 완화,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활동 시작

- IMF 이후에 전국에서 근골격계 집단 요양 투쟁이 벌어질 때 근골격계 공동연구단과 사업을 시작하셨죠? 어떻게 같이 하게 되셨어요?

이기만(이하 '이') : "주변 소개를 받았어요. 그때 연구단에서 '산재 요양 내는 것만 하면 같이 안 한다, 조합원을 활동 주체로 만들고 현장 바꾸는 것까지 할 수 있겠냐?'고 묻길래 '우리가 원하는 바'라고 말했어요. 또 구조조정으로 조합원 모두를 해고하는 걸 막아내는 게 지회에서도 큰 문제였는데, 그 싸움을 해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딱 맞겠다고 봤죠.

작업 방식을 조사하고 환자를 확인하며 조사를 시작했어요. 그때 김정수, 이혜은 등 한노보연 회원들이 오셨죠. 조사 결과 80%가 환자였고,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50%, 심각한 사람은 50명 나왔어요. 집단 요양 투쟁 설명하고 같이할 수 있겠다고 한 30명을 골라냈고요. 실제 신청한 건 21명이었어요. 같이 입원하고 공단 앞에서 농성도 했어요. 전원 승인됐습니다.

그 투쟁 하면서 우리의 노동강도가 얼마나 높은지 확인하고 깜짝 놀랐어요. IMF 이후에 2~3년 간 인원이 많이 줄었어요. 매출은 금방 회복됐지만, 인원을 늘리지는 않았거든요. 잔업을 한 달에 200시간 넘게 하고 주말에 철야까지 하고요.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 조금씩 노동강도를 높이면 사람이 적응하기 때문이에요.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익숙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몸이 망가지고 있었던 거죠."

- 이런 싸움을 벌일 때 조합원도 바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 같네요. 어떤 식으로 변화를 만들어가셨어요?

이 : "그때 목표는 인력 충원이었는데 바로 해내지는 못했어요. 매출이 급감했거든요. 그래도 지속해서 산재 신청했어요. 그 해에만 100명이 산재 치료했고, 3년간 총 280명 치료했습니다. 초반에 회사는 사람 남는다고 했어요. 이렇게 아픈 사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었죠. 어쨌든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했어요. 지회에서는 전임자를 부서별로 세 명씩 추가로 냈어요. 개선위원이 라인별로 조합원과 토론하고, 현장에서 요구한 대로 라인도 바꿨어요. 3년 걸리더라고요."

- 회사의 경영은 계속 불안했고,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1순위로 두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끌고 가셨나요?
이 : "산재 요양 가는 것에 반감이 컸지만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설득했어요. 회사가 말한 것과 달리 실제로 사람이 남지 않는다는 걸 내세웠어요. 이걸 구조조정 막을 근거로 제시했죠. 조합원이 "너무 아파서 아픈 부위 잘라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노동강도가 높은데, 이런 상황을 두고 어떻게 인력이 여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또 하나, '두원정공지회가 강성으로 하니까 회사 망하더라', 이런 인식이 다른 자본이나 노동조합에서도 퍼져 있었어요."

엄정흠(이하 '엄') : "그렇지만 노동조합 없었으면 다 해고됐을 거예요. 노조가 그걸 차단하려 했던 거고 지금까지 막아온 건데 말이죠."

이 : "20년 가까이 많은 사업을 한노보연이랑 같이 해왔는데요. 의학적 문제, 현장 바꾸는 문제,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토론했어요. 끊임없이 결합하면서, 한노보연이 전체 그림을 보거나 아이디어를 제시해주고 하면서 지회의 힘이 되어줬습니다."

 
오랜 세월 조합원 고용 안정과 건강을 위해 활동해온 두원정공지회 이기만 지회장(오른쪽)과 엄정흠 노동안전부장(왼쪽
 오랜 세월 조합원 고용 안정과 건강을 위해 활동해온 두원정공지회 이기만 지회장(오른쪽)과 엄정흠 노동안전부장(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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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을 위한 주간연속2교대제

- 2013년부터는 주야 맞교대제를 주간연속2교대제로 변경하셨는데요. 이때 내걸었던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 현실화는 어느 정도 이행됐습니까?

이 : "맞교대가 건강을 어떻게 망치는지 알리려 했어요. 현대자동차에서 연구한 사례도 있었고요. 연구소랑 토론하면서 계속 준비했죠. 조합원들이, 특히 특근 많이 하던 부서에서 격렬하게 반대했어요. 한노보연에서 정말 큰 힘을 줬죠. 월급제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20시간 잔업에 대한 급여를, 잔업을 안 해도 고정 O.T.처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어요. 노동시간은 8시간으로 하고 점심시간을 유급화했어요. 실제 근무는 7시간 하게 된 거죠. 거의 '3무 원칙'을 이룬 것이에요. 주간연속2교대제도 핵심은 고용 안정이었어요. 방법은 노동시간 단축밖에 없었죠. 한노보연 교육받아가면서 계속 추진했습니다."

엄 : "야간 근무하고 퇴근하면 새벽 4시 30분이었거든요. 잔업하면 6시 반이나 8시에 퇴근하고요. 가족들이 자고 있으니까 방해안 하려고 거실에서 잘 때도 있었어요. 맞벌이하는 집은 얼굴 보기도 어려웠죠."

조합원 삶의 변화 끌어낸 두원정공지회, 한노보연

- 회사가 2017년에 파산했죠. 조합원 수도 많이 줄었고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조합원들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 "예전에는 조합원들이 정년퇴직 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많이 들었어요. 노동안전사업 이후에는 그런 일이 확실히 없어졌어요. 조합원 자신,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고 삶이 확연히 달라지더라고요. 오십견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걸 깨닫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회사가 최우선이었는데 주간연속 2교대제 하면서 그것도 달라지고, 가족과 관계가 회복되는 경험도 하고요. 예전엔 목표가 다들 돈 버는 것이었어요. 노동자로서 자기 정체성 못 지키는 것 보면서 실망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노동자답게 사는 것을 꿈꾸게 되고,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는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한노보연은 지회가 버틸 수있는 힘이었어요. 한노보연이 있어서 자본 이익 우선인 체제를 돌파할 수있는 힘을 지킬 수 있었어요.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요. 지회에 한노보연은 정말 소중한 존재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발행하는 잡지 <일터> 10, 11월 합본호에도 실립니다.


태그:#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두원정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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