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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부에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부에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김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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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바닷새들 목구멍에 플라스틱 조각이 들어가고,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히고, 비닐봉지가 고래의 배를 채우고 있다. 바로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전국의 환경·여성·청년단체와 환경연구원, 소비자, 소상공인, 시민 등이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완화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 287개 단체로 구성된 '일회용품 사용규제 철회 규탄 전국행동(아래 전국행동)'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회용품 감축을 규제가 아닌 권고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은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말과 같다"며 "환경부는 명백히 담당부처로서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7일 환경부는 1년 전 규제 방침을 뒤집으며 매장 내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 규제를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종이컵은 사용 제한 대상에서 제외됐고 플라스틱 빨대는 사용 제한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됐다. 비닐봉지 또한 과태료 부과가 아닌 '대체제 사용 생활문화 정착 노력' 대상으로 바뀌었다. 

환경정책 후퇴라는 지적에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1년간의 계도기간에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소상공인 등) 사회 한쪽 부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의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작다"고 해명했다.

이날 전국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환경부는 소상공인의 부담 경감을 앞세웠지만, 정부 정책과 규제 시행에 발맞춰 준비해 온 소상공인은 외려 혼란에 빠지게 됐다"며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은 정부를 믿었다가 도산 위기에 내몰렸고, 제도 안착은 요원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에 가입했으며 국제사회는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고 플라스틱 오염을 멈추기 위한 국제협약을 논의하고 있다"며 ▲ 일회용품 사용규제 원안 시행 ▲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촉구했다.

"국제사회 역행... 죽어가는 생명에 빚진 마음"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 철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 철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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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석한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연안에) 좌초된 멸종위기 해양동물 5종(상괭이·참돌고래·남방큰돌고래·긴수염고래·붉은바다거북)의 모든 개체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며 "매일 이렇게 죽어가는 생명들이 있다는 것에 빚진 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몰려드는 쓰레기 속에서도 절망에 휩싸이지 않으려 노력하고, 불편을 감수하며 일회용품을 거부하는 시민들이 있음에도 환경부는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 아닌 죽이는 길을 택했다"며 "이는 생명을 아끼고 생활 속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시민들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승인, 제주 제2공항 사업 승인, 일회용품 보증금제 전국 시행 취소 등 올해 환경부의 이력은 '배신의 이력'이다. '환경파괴부'라는 오명은 이미 우스갯소리가 됐다"며 "반환경적 행보를 멈추고 원안대로 일회용품 규제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2017년부터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 카페를 운영한 길현희 제로웨이스트 카페 얼스어스 대표는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 포장이 어렵다'고 말씀 드리며 손님들에게 너무나 죄송했지만, 세상에 이런 카페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작은 가게가 수년간 매출을 포기하며 노력했음에도 바뀌지 않던 사람들의 인식은 정부 기조가 바뀐 다음 날부터 변화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어렵게 돌아온 일회용품 규제가 또다시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이유로 두 발이 묶이고 있다"며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환경 정책이 후퇴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이연주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우리는 텀블러와 장바구니에 적응해 가고 있었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며 "(그런데 환경부는) 왜 길거리에서 컵 쓰레기를 줍는 청년들의 마음을 외면하나. 진정 불편한 것은 시민들을 쓰레기산으로 몰아넣는 환경부의 안일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도 "정부가 국민의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실천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종이빨대 가격이 비싸 소상공인의 부담을 얘기하지만, 커피 한 잔 가격에서 빨대가 차지하는 비용은 1%도 되지 않는다. 왜 정부만 거꾸로 달려가는지 모를 일"이라고 질책했다.

이날 서울뿐만 아니라 환경부(세종), 경기도의회(수원), 인천시청, 경주시청, 영산강유역환경청(광주), 김해보건소, 동대구역, 목포역, 안동시청, 전북지방환경청(전주), 전남도청 동부지역본부 청사(순천), 창원시청, 천안터미널, 제주도의회 앞에서도 동시다발로 환경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들은 범국민 서명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태그:#환경부, #일회용품규제, #규제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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