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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로 송치된 정유정씨(23). 정씨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로 송치된 정유정씨(23). 정씨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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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0대 여성을 살인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문,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24일 오전 부산지법 351호 법정. 형사6부 김태업 부장판사는 이날 법정이 다룰 여러 사안 가운데 정씨 사건을 가장 먼저 선고했다. 약 30여 분 넘게 피고인의 범행 과정, 진술, 양형 기준 등을 설명한 김 판사는 "우리 법제상 사형 이외에 가장 무거운 형벌이 필요하다"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계획적이고 치밀한 범행으로 봤다. 정씨가 대상을 물색하며 모든 조건에 맞는 피해자를 찾았고, 잔인하게 살해한 뒤 유기할 계획까지 미리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이 결과) 막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던 20대 젊은 청년이었던 피해자가 비참하게 살해돼 꽃다운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정씨에 대한 법정 최고형을 촉구해왔다. 지난 결심에서 사형을 구형한 검사는 "교화의 가능성이 없어 사회에서 영원한 격리가 필요하다"라고 요구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탄원서를 통해 법정에 나오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피고인을 마주하기 고통스럽다. 이런 끔찍한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재판부에 호소했다.

반면 정씨와 변호인은 선처를 요청했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심신미약 상태를 앞세웠다. 정씨는 재판 과정에서 10여 장의 반성문을 냈다. 지난 최후진술에서도 정씨는 "유족께 죄송하다. 새사람으로 살아갈 기회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를 받는 정유정씨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를 받는 정유정씨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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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씨가 환각이나 상세불명의 우울 등을 말했지만, 사건을 살펴보면 매우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모습을 보였단 것이다. 정신과 진단도 사건 이후에 이루어져 재판부는 심신미약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김 판사는 정씨의 범행이 가져온 결과도 강하게 질책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타인과 원한이 없더라도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든 범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을 뿐만 아니라 모방 범죄의 가능성을 만들고, 일상생활을 불안감에 휩싸이게 만들었다"고 봤다.

또한 범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면서도 이번 사건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거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의 성장 환경이 아무런 거부감없이 범행을 저지를 정도로 비정상적인 성격을 형성하게 하는 등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책임을 개인에게만 물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나온 정씨는 이날 재판부가 판결을 선고하는 동안 한참동안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들지 않았다. 김태업 판사의 무기징역 주문 이후에도 그의 표정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정씨 변호인도 침묵했다. 1심 판결과 항소 여부에 대한 입장을 놓고 언론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변호인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법정을 떠났다.

정씨는 지난 5월 26일 부산 금정구에 사는 20대 피해자 A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지난 6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과외 앱을 활용해 상대를 물색했고, A씨에게 중학교 딸의 영어 강사를 구한다고 속여 접근해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이 재판부에 낸 공소장에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 등이 포함됐다.

정씨는 이에 앞서 10대와 20대 등 2명의 살인을 예비한 혐의도 받는다. A씨를 살해하기 전부터 이미 범행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9월 살인예비 혐의를 더해 정씨를 송치했고, 검찰은 이를 추가로 수사 중이다.

태그:#정유정, #부산지법, #1심선고,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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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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