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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민물고기 연구의 대가로 불리는 김익수 교수의 강연
 국내 민물고기 연구의 대가로 불리는 김익수 교수의 강연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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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물고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4대강사업 때문이었다. 4대강사업으로 강이 파헤쳐지고 망가지기 시작하자 가장 가혹한 피해를 당한 것이 바로 우리 민물고기들이기 때문이었다.

4대강사업이 '생태 테러'인 이유

물고기는 크게 흐르는 강에 사는 유수성 어종과 고인 물에 사는 정수성 어종으로 나뉘는데 강에는 흐르는 여울과 고여 있는 소(沼)가 있어서 유수성과 정수성의 다양한 물고기들이 함께 산다. 그런데 4대강사업은 강을 단순화시켜놓았다. 즉 정체된 호수와 같은 곳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여울을 좋아하는 유수성 어종들은 4대강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흐르는 곳인 여울을 좋아하는 종들 중에는 우리나라 고유종들이 많다. 말하자면 한국 고유종들은 주로 여울에서 사는데 4대강사업으로 이들이 살 곳이 없어졌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4대강사업은 끔찍한 '생태 테러'를 행한 사업이 되는 것이다. 흐르는 강의 모래톱 여울을 좋아하는 흰수마자 같은 물고기가 대표적이다. 낙동강이 고향인 이 작고 아름다운 물고기는 지금 낙동강에선 멸종 상태다. 4대강사업으로 이들이 살 수 없는 환경인 최소 수심 6미터의 깊은 호수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흰수마자뿐 아니라 쉬리, 여울마자, 참마자, 얼룩새코미꾸리 등등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우리 고유종들이 4대강에서 사라졌다.

특히 흰수마자와 얼룩새코미꾸리는 그 개체수도 많지 않아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고유종인데,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전 세계적 멸종이란 말과 같다. 4대강사업은 이들의 세계적인 멸종을 조장한 사업이라고 달리 표현할 수 있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4대강사업은 끔찍한 '생태 테러'인 것이다.

위기에 처한 이들에 대한 관심은 이들에 대한 공부로 이어지고 급기야 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들이 있는 하천을 누비게 된 까닭이다. 흰수마자를 알기 위해 내성천을 찾게 되고, 얼룩새코미꾸리를 찾아 금호강을 뒤지게 된 이유인 것이다.

오매불망 민물고기 대부 김익수 교수를 만나다
 
지리산 엄천강 '수달아빠'의 지리산리조트에 열린 민몰고기 대부 김익수 교수의 강연 현장
 지리산 엄천강 '수달아빠'의 지리산리조트에 열린 민몰고기 대부 김익수 교수의 강연 현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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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강연을 하고 있는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 국내 민물고기 연구자들의 대부다.
 열정적인 강연을 하고 있는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 국내 민물고기 연구자들의 대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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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얼룩새코미꾸리 때문에 24일 지리산 임천강(엄청강)을 찾았다. 바로 오매불망해오던 우리나라 민물고기 대부라 불리는 전북대 명예교수인 김익수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

이 강의는 국내에서 민물고기를 가장 사랑하는 이들 중에 단연 첫손에 꼽히는 젊은 연구자인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과 '수달아빠'라 불리는 최상두 수달의친구들 대표에 의해서 만들어진 강연이었다.

김익수 교수는 미꾸리 연구로 이름이 드높은 세계적 학자다. 미꾸리 이름에 그의 이름을 딴 학명이 존재할 정도다. 한국 고유종 물고기 기름종개의 사촌 왕종개의 학명이 바로 'Iksookimia longicorpa'로 '익수키미아'가 바로 김익수의 '익수'를 따서 붙인 이름인 것이다.

그럴 정도로 특히 미꾸리 연구의 세계적 학자로 18종의 신종을 발표했다. 그 중 하나가 얼룩새코미꾸리로, 이 아름다운 물고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종이다. 그의 강연은 참 재미있었다. 팔십이 넘은 노학자의 우리 물고기에 대한 사랑이 절절 묻어나는 그 열정적 강의는 그 자리에 참여한 이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그가 소개하는 우리 물고기 '쉬리'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자.
 
우리 고유종 물고기 쉬리에 대한 설명이 딤긴 슬러이드
 우리 고유종 물고기 쉬리에 대한 설명이 딤긴 슬러이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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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물고기다. 이곳 지리산 유림면 마천면 일대에 많이 산다. 한국 고유종으로 맑은 물에서 빨리빨리 움직인다. 그런 면에서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우리 한국민과 닮았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노랑띠와 남색과 자색띠 등의 여러 색깔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것은 마치 우리 옷인 색동옷을 입은 우리 모습과 비슷하다."

또 그는 "예전에 <쉬리>란 영화가 나왔다. 그 영화에 쉬리가 언제 나오나 하고 봤는데 정작 쉬리는 나오지 않더라. 쉬리가 암호로만 쓰인 영화였다. 정작 영화 <쉬리>엔 쉬리가 없었다"고 해 청중을 웃게 만들었다.

그의 주 전공인 미꾸리는 기름종개 이야기로부터 시작됐다. "기름종개는 하천의 중상류 모래바닥 속에서 주로 살고 낙동강과 형산강 수계의 한국 고유종"이라 소개한다. 그러면서 자세히 보면 "4개의 수평 밴드(띠)가 있는데 왕종개는 수직 밴드에 까만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라 설명한다.
 
기름종개 사촌 왕종개의 설명을 담은 슬라이드
 기름종개 사촌 왕종개의 설명을 담은 슬라이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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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7가지 밴드 타입이 있어서 왜 이렇게 다양한 형태가 있냐? 하는 호기심에서 미꾸리 연구를 시작했다" 한다.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는 처음부터 물고기 학자가 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좋은 생물교사가 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고,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선 우선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인격을 갖추어야겠다 생각하기에 이른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열 사람의 위인전을 찾아 읽게 되었다. 링컨, 도산 안창호, 슈바이처 등이 그들이고 그들을 통해 성경을 알게 돼 지금까지 신앙인으로 살아오고 있다.

서울대 60학번으로 입학한 해에 4.19가 일어났고, 그다음 해에 5.16이 일어나는 등 그는 굵직한 현대사와 함께했다. 암울했던 시대 분위기 탓에 졸업을 했지만 취업이 안돼 당시 처음 만들어진 교육대학원으로 들어가 물고기 전문가 최기철 교수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물고기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다.

"원래는 붕어와 잉어도 구분 못했다"라고 한 그다. 그런 그가 국내 민물 물고기 연구의 대부이자 세계적인 학자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어떤 일도 늦지 않다. 어떤 일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의 얼룩새코미꾸리에 대한 설명을 담은 슬라이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의 얼룩새코미꾸리에 대한 설명을 담은 슬라이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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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외에도 물고기 연구로 세계적 권위자인 루마니아 날반트 교수를 만난 일화도 참 재미나게 들려줬다. 루마니아는 당시 공산국가였고 당시 공산국가와는 서신 교환도 되지 않는 때였다.

그러던 것이 1974년부터 공산국가라도 적성국가가 아니면 학술적 목적의 서신 교환은 가능하게 돼 그때부터 날반트 교수와 연결이 되면서 그가 루마니아를 방문하고 날반트 교수가 한국에 와서 국내 많은 하천을 다니며 우리 물고기 연구를 함께한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줬다.

그의 이야기는 학문이 어떤 세계이며 학문하는 자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는 학자이기 이전에 좋은 교사가 되길 원했고, 그러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로 신앙인이 됐고, 지금 좋은 학자가 됐다.
   
그의 강연을 들으면서 좋은 교사가 되길 꿈꾼 그의 꿈은 적어도 이루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시종 진지하고 따뜻한 강의는 그가 좋은 교사임을 그대로 입증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팔십이 넘은 노구이지만 호기심 어린 아이의 감성으로 열정적 강연을 이어주었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에 3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어린이 청중도 많았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에 3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어린이 청중도 많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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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같은 태도는 그 자리에 함께한 어린이 청중에게도 그대로 전달된 것 같았다. 아이들도 그의 강연에 몰입하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도 보게 된다.

그의 강연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유

그는 "좋은 학자가 되기 위해선 좋은 선생이 있어야 하고, 좋은 동료 연구자들이 있어 서로 토론하는 과정속에서 만들어지게 되는데 운 좋게도 좋은 선생과 좋은 연구자들을 만난 것 같다"는 소박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의 강연을 들으며 정말 학문이 저렇게 재미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고, 우리 물고기들이 이렇게 아름답고도 신비한 매력이 있구나 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의 강연이 더 널리 이어지기를 바라는 이유다. 특히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그 진로를 찾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꼭 들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우리나라 고유종 물고기들의 아름다움이 더 널리 알려지고 그 물고기들을 좋아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면 그 관심이 우리 하천으로 넓혀질 것이고, 그리 되면 우리 강의 아름다움에 흠뻑 반한 이들에 의해서 우리 강 또한 지켜질 수 있겠다 싶어 더욱 반가웠다.
  
마침 이날 생일을 맞은 김익수 교수에게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이 축하 케익을 건네고 있다.
 마침 이날 생일을 맞은 김익수 교수에게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이 축하 케익을 건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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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물고기 연구자이자 우리 민물고기 대부 김익수 교수의 건강이 더 오래 허락돼 전국으로 그의 이야기가 더 널리 펴졌음 하는 바람을 끝으로 글을 맺는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김익수교수, #민물고기, #4대강사업, #얼룩새코미꾸리, #왕종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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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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