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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통에 차곡차곡 넣어진 배추
▲ 김장김치 예비통에 차곡차곡 넣어진 배추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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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이다. 내가 사는 따뜻한 전남 해남군에서도 김장에 돌입했다. 이미 앞선 마을 축제에서도 해남배추로 김장 담그는 것을 시연했지만 마을의 본격적인 김장은 지금부터다.

일반 김치는 손수 밭에 심어진 배추를 뽑아와 소금에 간을 하고 씻어 건져 물을 뺀 후, 갖은 양념을 넣고 간단하게 버무리면 되지만 겨울 밥상을 책임질 반찬인 김장 김치는 평소 김치와 달리 손이 많이 간다. 

하여 시골 마을에서는 품앗이를 통해 김장 담그기에 들어가는 어려움을 덜고 있는데, 우리 옆 바로 이웃집인 이장댁은 200여 포기 넘는 배추로 김장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50여 포기나 30 포기 정도를 하는 집은 괜찮다. 그런 집은 삼삼오오 적은 사람들이 모여 품앗이를 한다. 

땅끝 해남 금강 마을 사람들 모여 품앗이로 김장을 하는 모습
▲ 품앗이로 김장하는 모습 땅끝 해남 금강 마을 사람들 모여 품앗이로 김장을 하는 모습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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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내가 지내는 금강 마을의 첫 김장은 이장집에서 첫 테이프를 끊는다. 올해 김장도 어김없이 이장집에서 시작되었다.

27일, 오전 8시부터 이장집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김장 준비로 분주하다. 잘 절여진 배추를 옮기는 사람, 양념을 덜어주는 사람, 잘 버무려진 김치를 통이나 박스에 차곡차곡 담기까지 분업화된 모습들. 여기에서 오랜 김장 세월의 노하우가 엿보이기도 했다.

함께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곳     

해남군 땅끝에 위치한 송지면 금강 마을은 예부터 마을 경조사를 함께 하는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경조사 외에도 마늘심기나 배추심기 등 다른 이의 농사일에도 손발을 걷어붙이고 함께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곳이라 그런지 평소에도 일 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이장댁 김장하는 날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김치를 담는데, 김치를 담고 난 뒤, 손맛 좋기로 소문난 부녀회장이 손수 준비한 수육, 호박시루떡, 굴, 생태국 등을 준비해서 점심을 먹기 때문에 잔칫날이나 다름 없다. 이날은 남자들도 와서 무거운 것을 옮겨 주고 박스 등을 차곡차곡 쌓는 일을 해주는 날로, 김장하는 여성들의 노고를 새삼 깨닫는 날이기도 하다. 

"간이 딱 맞구먼. 입에 착착 안기네." 
"역시, 부녀회장 손 맛은 알아주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12시경 김장을 마치고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마을 사람들은 부녀회장 손맛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타지에 있는 자식이나 친지에게 보낼김치들
▲ 김장김치가 들어 있는 배추 타지에 있는 자식이나 친지에게 보낼김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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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김치가 가득 든 김치통들
▲ 김치통 김장김치가 가득 든 김치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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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마친 뒤 봉지봉지 두 포기의 김치와 호박떡을 각각 담아 품앗이 온 마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홀로 지내는 어르신에게 통김치를 전한다. 여전히 훈훈한 인심이 살아있는 마을이다. 겨우내 먹을 김치통과 자식과 친지에게 보낼 김치 박스를 보니 마치 우리 집 김장을 다 마친 듯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제 이장댁을 선두로 금강마을 사람들의 김장 풍경이 12월 초까지 이어질 것이고, 맨 마지막 우리 집 김장이 12월 중순에 끝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본격적인 겨울 속에 들앉는 동면에 들어선다. 따스한 마을 회관에 모여 다같이 하하 호호 웃는 행복한 동면에 들어서면, 북풍한설도 두렵지 않다.

태그:#김장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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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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