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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경남지부는 29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갑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29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갑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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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이 난무하는 경남의 학교에서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은 불가능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노경석)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벌인 '2023년 경남 교사 갑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지난 16~28일 사이 교사 10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를 29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경남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교사의 갑질 실태에 대해 전면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평가된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최근 3년 이내 갑질을 직접 겪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70%에 달했다. 주변 동료 교사가 갑질을 겪었다고 응답한 비율도 전체의 73.6%"라며 "이는 10명 중 7명 이상이 최근 갑질을 직접 겪었거나, 갑질을 목격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실태조사에서 직접 겪거나 목격한 갑질 제보도 함께 받았는데, 그 결과 500건 이상이 접수됐다"라고 했다.

교사들이 겪은 갑질은 ▲언어폭력 ▲모욕과 명예훼손 ▲성희롱 ▲독단적 학교운영 ▲직무상 권한남용 ▲육아시간-병가-조퇴 승인 불허 ▲수당미지급 ▲개인 심부름 ▲술자리-노래방 참석 강요 ▲퇴근 후 사적인 업무지시 ▲업무 및 인사상 불이익 ▲차별 ▲부당한 감사 요청 ▲교권침해 축소·은폐 ▲의무가 아닌 일 강요 ▲청렴위반과 각종 비위행위 등이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들이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공익제보의 형식으로 경남교육청에 제출해 교육청의 직접 확인과 공정한 조처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누구로부터 갑질을 당했느냐"는 물음에 교사들은 관리자, 학부모(보호자), 동료교사, 직원 등의 순서로 답했다. "최근 3년 이내 주위의 선생님이 갑질피해를 당하는 것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 '있다'(73.6%)가 '없다'(26.4%)보다 훨씬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 갑질을 당한 교사의 78.5%가 '혼자 감내'한다고 답했고, '동료와 상담'(48.3%), '교육청 또는 국민신문고 등 갑질 신고'(3.3%),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요구'(1.9%), '교육청 교권 상담'(1.5%) 등의 답이 이어졌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갑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라고 풀이했다.

'혼자 감내'를 선택한 이유로 교사들은 '신고를 해도 바뀌거나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77.2%), '2차 가해 등 불이익이 두려워서'(63.9%)를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이에 전교조 경남지부는 "갑질은 학교 곳곳에서 대다수 겪거나 느끼고 있지만, 공식적인 방법에 대한 신뢰나 기대가 매우 낮아, 각자 혼자서 끙끙 앓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남교육청에서 추진하는 교사의 갑질 대응 및 정책추진의 만족도 결과와 관련해선 '불만족'(63.1%)이 '만족'(12.9%)에 비해 5배 높았다.

"교사 갑질 피해 살피는 정기적인 조사 필요"

갑질 피해 사례는 다양했다. 교사들은 "일을 적게 하고 싶으면 큰 학교 가라", "육아시간 쓰는 사람 당신밖에 없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준다, 성격 고쳐라, 커피도 한 잔씩 타야 한다", "기간제 교사 면접 시 '학교에 무슨 일 있으면 친정 엄마 오시라하고, 얼른 학교 오셔야 합니다. 학교가 무조건 우선입니다", "병가 낸 교사에게 '진짜 아픈 게 맞나요?'", "부모님 병간호로 조퇴하는 교사에게 '일찍가서 좋지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등의 발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복무결재 할 때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지 않으면 '나보고 결재만 하라는 말이냐'"등의 발언을 포함해 ▲음주 후 야간에 교무실에 와서 교원대상으로 욕설 등 행패 ▲젊은 교사들에게 자신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다른 학교로 보내버린다는 협박 ▲기간제교사는 우리 가족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교사들이 겪은 개인 심부름으로는 ▲커피·차·담배 심부름·차량 대리 운전 ▲교무실에 있는 물건 가져오라고 시키기 ▲여러 차례 관리자 자녀의 학습자료집 인쇄 ▲관리자 개인적인 자격시험에 교사 대동-시험문제 검색하게 한 후 실시 ▲출장 시(운동부 응원) 기간제 교사에게 운전 시키기 ▲원격연수 대강시킴·강의원고 대신 작성 강요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청렴과 관련해서는 ▲기간제 교사에게 선물 받은 것을 공공연히 자랑하는 교감 ▲기간제교사에게 아들 과외 지시 ▲학교 옮긴 후에도 기간제교사에게 금품요구 ▲기간제교사 면접에 개입 ▲심사위원이 아닌데도 면접에 참관-특정인사 선발하도록 지시 ▲공사업무 추진 시 특정업체 선정 강요·부당거래 의심 ▲거래처직원에게 술값 대납 요구 목격 ▲특정강사 초빙 강요 ▲검정교과서 검토위원인 관리자가 교사에게 대신 검토 요구 등이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경남도교육청를 향해 "갑질없는 경남의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정기적인 전수조사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갑질 신고 및 조사와 관련해 명확한 매뉴얼을 제작·안내하고, 신고 절차의 간편화가 필요하다. 또 가해자-피해자를 분리 조치하고, 조사자의 전문성 강화, 조사과정의 투명성 확보, 처분 수위 강화, 처분 결과의 통보 등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신고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2차 가해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제시했다.

노경석 지부장은 "교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갑질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은 불가능하며, 학교 구성원 모두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라면서 "우리는 학교에서 갑질이 사라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갑질피해, #전교조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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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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