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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11월 29일~30일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꾸며 활동하고 있는 경북 봉화와 충남 대전, 충북 괴산의 마을을 방문하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 자립을 위한 활동과 의미, 그리고 지역의 고민들을 총 5회에 걸쳐 독자에게 전합니다.[편집자말]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품은 경북 봉화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봉화군은 인구 3만 명이 안 되는 20개 기초지자체 중 한 곳이다. 지난 11월 30일 녹색전환연구소는 봉화의 에너지 전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방문했다. 농촌 소멸위기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열쇠는 무엇일까?
 
봉화군 화천리 군민 분양형 태양광 발전소
 봉화군 화천리 군민 분양형 태양광 발전소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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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청에 들어서자 청사 뒤편 절개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월 말 기준 봉화군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모두 1340개소로 설비용량은 170MW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99MW)이 최근 5년 사이에 구축됐다.

봉화군은 지난 민선 7기의 지방선거 공약으로 제시된 태양광 사업을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하였다. 군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마을 주민들의 참여 덕분에 봉화 곳곳에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돼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햇빛의 도움으로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적덕2리
 
 봉화군 적덕2리 마을 신기섭 이장과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진
  봉화군 적덕2리 마을 신기섭 이장과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진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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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 ZERO(넷 제로) 적덕2리 마을 경상북도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시범마을', 적덕 2리 경로당에 걸린 간판이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신 신기섭 이장님은 곧바로 주민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건물 옥상으로 안내해주셨다.

"제가 (이렇게 애플리케이션으로) 볼 수 있어요. 매일 (전기) 얼마가 생산되는 가를. 전일, 금일, 계속 이렇게 매일 누적이 되는 상태입니다."
 
봉화군 적덕2리 신기섭 이장이 주민발전소의 발전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봉화군 적덕2리 신기섭 이장이 주민발전소의 발전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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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가구, 200명이 살고 있는 적덕2리 마을은 봉화군 봉화읍에 자리하고 있다. 시골로 치면 꽤 큰 마을이다. 이 중에 62가구에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는데, 빈집과 근린주택, 건축물 대장이 없는 집을 제외하면 사실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가구 모두 설치했다.

경로당 건물과 옆 창고 옥상에 설치된 주민태양광 설비는 50kW 규모로, 일일 발전량이 요즘은 70kWh이지만 여름에는 150~160kWh 정도 나온다고 한다. 월 평균 전력 판매액은 90~140만 원에 이른다. 공사비 9500만 원 중 7000만 원은 지자체 지원을 받았고, 나머지는 농협 대출을 받아 매달 100만 원씩 갚아나가고 있다. 내년 6월 대출을 갚은 후에는 마을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들과 논의를 거쳐 마을의 기금, 청소년 장학금, 행사 및 운영비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단합하여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이장님은 쑥스러워 하시며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귀촌한 외지인이었음에도 마을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 이장으로 선출되었고 마을 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주민들과 소통을 거쳐 태양광 사업까지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년 전에는 주민들이 함께 마을 건너편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해 산림청으로부터 산불 예방 우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적덕2리 마을은 지난해 6월 경상북도에서 주관하는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시범마을'에 선정돼 1억8천만 원 상당의 지원비를 받았다. 지원비는 노후 창호 교체, 마을 가로등 설치, 태양광 미설치 가구 추가 설치 등에 사용됐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삶의 질을 높이고, 마을 활성화로 이어진 것이다.

민관 협력은 이렇게, 봉화군민 녹색에너지 협동조합

"처음에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찾아가 많이 배웠는데, 저희들도 이제는 이렇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봉화군민 녹색에너지 협동조합 김공부 전무이사가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녹색전환연구소에 설명하고 있다.
 봉화군민 녹색에너지 협동조합 김공부 전무이사가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녹색전환연구소에 설명하고 있다.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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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민 녹색에너지 협동조합(이하 '녹색에너지 협동조합') 김공부 전무이사는 녹색에너지 협동조합의 설립 배경과 현황, 주요 사업 설명을 시작했다.

태양광 사업 초기에는 외부 자본이 지역에 들어와 돈을 벌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봉화의 햇빛과 바람은 봉화 군민들의 것이다"는 모토로 2020년 6월 18일 녹색에너지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외부인이 아닌 군민으로 조합을 구성하기 위해 참여대상은 가입일 기준 1년 이상 봉화군에 주소를 둔 자로 제한을 뒀다. 현재 가입 조합원 수만 470명으로, 출자금은 14억 원에 달한다. 송전선로 부족 문제로, 지금은 추가로 조합원 투자를 받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수익배분은 연간 5%대로, 향후 10%대까지 늘려갈 예정이다.

현재 5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금봉리에 위치한 농산물산지유통센터의 사과저장시설 지붕에 설치한 543kW급 태양광 발전소가 첫 사례다. 춘양 체육공원의 게이트볼 지붕에 설치한 200kW급 발전소도 있다. 사업추진 예정지는 6곳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주차장과 건물 옥상 등 봉화군이 소유하고 있는 유휴부지와 주차장, 건물 옥상을 임차하고, 발전 수익을 군민들에게 나눠주자는 취지로 출발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외부 자본이 아닌 군민으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의 경우, 임차료를 더 저렴하게 낼 수 있도록 '봉화군 공유재산 관리 조례' 개정을 요청했고, 의회와 관이 도와줬다고 한다. 김 전무이사는 군민들만 모여서 한 것이 아니라 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사업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봉화군은 농업 비중이 높고, 시설이 아닌 노지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주민들이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더 잘 알고 있다고 한다. 탄소배출로 지구가 '비닐하우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민들도 재생에너지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봉화군민 녹색에너지 협동조합은 더 이상추가 조합원을 모집하지 못하고 있다. 계통연계 문제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은 봉화군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 군내 송전선로 부족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재생에너지 출력제한과 접속대기 문제가 봉화에서도 발생하고 있었다. 봉화군은 생산전기를 자가사용으로 상계처리할 수 있는 소규모 설비만 설치하고 있고, 2028년 변전소가 준공돼야 신규 발전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의 재생에너지 생산 역량과 의지가 제도적 한계로 멈춰 있는 것이다.

아쉬운 '분양형' 사업, 주민 '주도형'으로 나아가야
 
봉화군 화천리 군민 분양형 태양광 발전소의 전경
 봉화군 화천리 군민 분양형 태양광 발전소의 전경
ⓒ 안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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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리에 위치한 군민 분양형 태양광 발전소를 보기 위해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니, 지금까지 봉화군에서 본 태양광 시설 중에 가장 규모가 큰 발전소가 눈앞에 펼쳐졌다. 발전사업 시행사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전체 설비용량은 5.4MW으로, 100kW 23개소는 군민에게 분양 중이라고 한다.

화천리 군민 분양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당초 계획은 산지까지 사업 부지로 포함시키는 30MW 규모였으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산지는 대부분 생태자연도 2등급지이며, 식생보전Ⅲ, Ⅳ등급지가 약 68%로 생태기능적인 측면에서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생태지역으로 분류되어 동식물 서식처 및 생태축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제척되었다.

"금번 계획으로 개발시 산림지역의 동·식물서식처 및 생태축 훼손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되는 바, 사업지구 남·북서측 산지를 제척하고 평탄한 지형을 대상으로 사업 시행하여야 함."

산림을 훼손하고 태양광을 설치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 규모가 줄었다.

태양광 발전소의 분양가는 100kW에 약 1.9억 원으로, 사업설명 당시 주민들에게 설명한 발전수익은 월 평균 200만 원이다. 분양 방식은 추첨으로 진행됐는데, 인근 산 그림자의 영향으로 발전소 위치에 따라 발전량에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봉화군민들이 태양 에너지를 수확하는 방법

봉화군이 지원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크게 ▲군민 분양형 ▲협동조합형 ▲융·복합형 ▲마을단위' 네 가지로 구분된다. '군민 분양형' 사업은 발전사업자가 태양광 발전 준공 물량의 60%를 봉화군민에게 분양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협동조합형'은 군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설립해 유휴 국·공유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2020년 6월에 설립된 봉화군민 녹색에너지 협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470명으로, 출자금은 약 14억 원에 달한다.

'융·복합형' 사업은 2종 이상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설치를 국비 50%, 지방비 30%, 자부담 20%로 지원한다. 현재 국비 지원이 절반 가량 삭감돼 군에서 삭감분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을단위' 사업은 마을이 자체적으로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100kW 미만 태양광 발전사업을 신청하면, 군에서 설치비용의 90%는 융자로, 10%는 보조로 지원을 해준다. 현재 군내 2개 마을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각 마을 이장의 주도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발전 수익을 마을 공동기금으로만 사용하도록 정관을 만들어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군민 분양형' 사업은 에너지전환의 속도와 규모 측면에서 이점이 있을 수 있으나, 농지 축소, 산지 훼손 등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주변 마을 주민들과는 무관하게 어느정도 자산을 보유한 군민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수용성을 낮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독일은 2012년 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재생에너지 생산전력은 망접속과 매입, 송·배전에서 우선권을 갖도록 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재생에너지 송·배전망 우선접속에 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태다. 재생에너지 전력망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해당지역과 인근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봉화군의 적덕2리 마을과 녹색에너지 협동조합 이야기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특별히 헌신한 사람들과 주도적으로 참여한 주민들이 어떻게 지역 에너지전환과 공동체 활성화를 이루어냈는지 보여준다. 또한, 녹색에너지 협동조합이 봉화군의 지원을 받아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 사례는 지역의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관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지역 소멸위기·기후위기를 막는 동시에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해답은 주민 주도의 노력과 특별히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전성하는 녹색전환연연구소 연구원입니다.


태그:#에너지자립마을, #경북봉화군, #에너지협동조합, #주민주도태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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