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준희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
 김준희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한 방송사에 대한 과징금 결정은 과잉 심의입니다. 방심위 직원들은 법원이 바로잡아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방송국들의 콘텐츠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는 최근 "언론 검열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지난 9월 '김만배씨 인터뷰 보도'를 계기로 '가짜뉴스 심의 전담센터(아래 가짜뉴스센터)' 설립을 밀어붙였고, 11월에는 김만배 인터뷰 보도를 인용한 KBS·MBC·YTN·JTBC에 총 1억 4000만 원 과징금 의결을 강행했다.

언론 현업 단체와 학계에선 "가짜뉴스를 핑계로 비판 언론의 입을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류 위원장이 잇따라 무리수를 강행하자, 방심위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가짜뉴스센터 설립은 "월권적 업무 행태"라고 반발하면서, 평직원 150명이 지난 11월 센터의 비정상 운영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공식 출범한 제 17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는 "심의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우리의 노동 조건"이라며 방심위 정상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새롭게 취임한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은 15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간판 아래 부끄럽지 않게 일할 권리를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지부장은 "부당한 일을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대단한 투쟁처럼 회자되는 상황은 현재 한국 언론의 비정상적인 환경을 방증한다"며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는 마음에 들지 않는 방송사를 손봐주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어 무척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만배 인터뷰 보도한 방송사에 과징금? 말도 안 되는 결정"

그는 최근 방심위가 김만배씨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KBS·MBC·YTN·JTBC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말도 안되는 결정"이라며 "방심위 직원들도 이번 결정에 대해 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고, 법원에서 과징금 결정을 바로잡아주길 바라고 있다. 가짜뉴스센터에서 계속 일하게 된다면 퇴사하겠다는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가짜뉴스센터는 임시기구로 설치됐고, 올해 연말까지 운영 기한이 정해져 있다. 사측에선 센터가 안정될 때까지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연말이 지나도 센터 직원들의 원부서 복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노동청 진정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 위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가짜뉴스(허위조작 콘텐츠) 신속심의센터’ 사무실 입구.
 15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 위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가짜뉴스(허위조작 콘텐츠) 신속심의센터’ 사무실 입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아래는 1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한 김 지부장과의 일문일답.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사상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지부장을 맡게 됐다. 소감을 말한다면?
"지부장을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홀로 외롭게 싸우는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혀 그런 걱정이 없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평범한 직원들이 용기를 내고 있고, 저도 그 용기를 얻었다. 지부장이 되기 전에 방심위의 가짜뉴스센터 운영과 관련해 팀장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직원들도 목소리를 내며 나서고 있다. 제가 조합원들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그런 열기에 오히려 이끌렸다고 생각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간판 아래 부끄럽지 않게 일할 권리를 당당히 요구할 것이다."

- 방심위가 굉장히 주목받는 기관이 됐다. 직원으로서, 노조 지부장으로서 어떻게 진단하나?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가짜뉴스센터 운영에 반대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들이 한국의 언론 자유를 수호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부당한 일을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대단한 투쟁처럼 회자되는 상황은 현재 한국 언론의 비정상적인 환경을 방증한다. 방심위는 언론 자유를 규제하는 기구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요구하는 곳이다. 그런데 지금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는 마음에 들지 않는 방송사를 손봐주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어 무척 우려스럽다."

- 마음에 들지 않는 방송사를 손봐주는 것 같다고 판단하게 된 계기는?
"<뉴스타파>의 김만배 육성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MBC, KBS 등의 방송사들에 중징계를 결정했을 때다. 해당 <뉴스타파> 보도와 유사한 내용이 이미 보도됐음에도, 그걸 인용 보도했다고 말도 안 되는 결정(방심위는 올해 11월 KBS·MBC·YTN·JTBC에 총 1억 4000만 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을 했다. 주요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방심위 과징금 결정은 역사상 처음이다. 지역 지상파 보도에 대한 과징금 결정으로는 KNN 사례가 있는데, 기자가 의도적으로 인터뷰를 조작한 경우였다. 이에 비하면 <뉴스타파> 단순 인용 보도는 크게 잘못됐다고 보이지 않는데, 과징금 결정을 한 것은 터무니없는 과잉 심의, 과잉 규제다."

"과징금 부과 과잉 규제... 방심위 직원들도 큰 자괴감"

- 그래서 방송사들도 소송을 준비하는 걸로 안다.
"행정 소송을 제기하면 방심위가 100% 진다. 법원에서 과징금 결정을 취소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번 과징금 결정에 방심위 직원들도 큰 자괴감을 느끼고, 법원에서 결정이 바로잡히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방송사 중 박민 사장이 있는 KBS는 행정 소송을 포기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잘못된 결정이 그대로 남게 될 것을 우려하고 걱정하는 직원들이 많다."

- 방심위 가짜뉴스센터를 두고 직원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애초 규제할 수 없는 것을 규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가짜뉴스 개념 정의도 하지 않았다. 검찰의 <뉴스타파> 수사 이후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언급하자마자, 급작스럽게 가짜뉴스센터가 만들어졌다. 센터 이름도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였다가 나중에 '가짜뉴스[허위조작콘텐츠] 신속심의센터'로 바뀌었다. 부서 업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센터 현판식부터 했다. 두 달이 지나서야 업무 절차가 보고됐는데, 업무도 심의 안건을 검토하는 게 아니라, 단순 민원 재분류, 심의위원 의사 확인 정도에 불과하다. 온갖 요란을 떨었지만, 지금까지 센터에서 심의한 건 <뉴스타파> 기사와 해당 유튜브 영상 1건씩 2건이고, 그마저도 직접 제재 결정을 못 하고 서울시에 공을 넘겼다."

- 잘못된 결정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정치 심의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 이후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기본법에 있는 '허위사실 유포죄'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게다가 인터넷 언론은 애초 통신 심의 대상도 아니다. 통신 심의의 경우, 도박, 음란물, 마약 등 명백한 불법 정보에 대해서 주로 제재한다. 인터넷 언론은 언론중재법이 있기 때문에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해석해 왔다. 방심위 사측에서는 통신 심의 규정 중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고 보고 심의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뉴스타파> 보도는 당시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다가 1년 뒤에야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한다'며 제재하는 것인데, 사실상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 방심위 직원들이 향후 법적 처벌 등의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연히 불안감이 있다. 불안과 고충은 가짜뉴스센터 설립 때부터 시작됐다. 법과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기구를 만들면서 생긴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의 고충은 지금까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하면 안 되는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부서 간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사측에서는 업무 처리 절차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고충이 해결이 되었다 또는 될 것이라며 모호하게 답변하는 상황이다."

"직원들 불안감... 센터에서 계속 일하느니 퇴사하겠다는 분들도 있어"
 
김준희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
 김준희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노조는 향후 어떻게 대응할 건가?
"센터는 임시기구로 설치됐고, 올해 연말까지 운영 기한이 정해져 있다. 직원도 파견 형태로 연말까지다. 파견 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원 부서로 복귀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측에선 센터가 안정될 때까지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연말이 지나도 센터 운영이 계속되고, 직원들의 원부서 복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직원 중에는 계속 센터에서 일하느니 차라리 퇴사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는 분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선 노동청 진정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 최근 성명에서 가짜뉴스센터로 인해 민원 처리가 오히려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또 아니라고 반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추가적으로 설명을 한다면?
"노조가 주장한 것은 센터 운영으로 인해 선거방송 심의의 경우 불필요한 행정 절차가 추가된다는 것이다. 선거방송은 방심위가 아닌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심의하고 심의위원들도 별도로 위촉한다. 그동안 선거방송은 민원이 접수되면 바로바로 상정해서 신속하게 처리해 왔다. 그런데 '가짜뉴스'로 접수된 선거방송의 경우, 센터에서 민원을 접수하면 방심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신속심의 여부를 추가로 결정해야 한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선거방송 심의시스템이 있는데, 가짜뉴스센터 설립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행정 절차가 길어지고 기존의 신속 심의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방심위원들은 선거 보도에 대한 심의 권한이 없어 가짜뉴스센터를 통해 신속심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 앞으로 계획은? 
"지난 2018년 지부장 재임 시절, 단체협약에 추가한 조항이 있다. '위원회 조합은 심의 과정에서 내외의 어떠한 압력이나 간섭을 배제하고 위원회 존재 이유이자 조합원 중요한 노동 조건인 심의직무수행의 공정성과 독립성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조항이다. 지금 방심위는 사측에 의해 공정성과 독립성 실현이 오히려 저해되고 있다. 사측에 조항 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노조원들과도 공유해나가려 한다. 방심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태그:#김준희, #방송통, #류희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