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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하얗게 흰 눈으로 뒤덮인 군산의 모습을 보고 예쁘다고만 하기에는 걱정이 앞선다. 눈이 오고 곳곳이 얼어붙어 차들이 미끄러지고 있다. 출근길 도로는 즐비하게 늘어선 차들로 주차장이 되어 버렸고, 10분이면 족히 오갈 곳도 한 시간이 넘어 두 시간 가까이가 돼서야 도착했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저녁 퇴근길 걱정이 앞서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만은 아닐 것이라며 생각을 털어냈다.
 
폭설로 집안에서만 지내는 답답함을 해소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눈길을 헤치고 나오신 어르신들이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산책하는 장면
▲ 눈길에 건강을 지키려고 나서는 산책길 폭설로 집안에서만 지내는 답답함을 해소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눈길을 헤치고 나오신 어르신들이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산책하는 장면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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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나는 자리에 돌아와 폭설에 무사히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되는 분들에게 간단히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눈이 많이 오고 길이 미끄러우니 따뜻한 실내에서 식사 잘 챙겨드시고 약도 잊지 말고 시간 맞춰서 복용하실 것을 다짐하고 당부했다. 그래도 잊어버리는 분이 있겠지만 지금 이순간이라도 생각나서 아침에 못 드신 약을 드실 것이기에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해서 설명했다.

밤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 일어나 겨우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며 비틀거리며 넘어지려는 몸을 겨우 지팡이에 의지한 채 넘어지지 않고 화장실에 도착했더랬다. 그런데 화장실 안에 발을 내딛는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날씨가 춥고 길이 미끄러워 병원에 가는 것조차 무섭다고 했다. 집에 있는 파스를 붙이고 있다 보면 나을 것이라며 걱정 말라고 했다. 다행히 오전에 요양보호사가 와서 식사도 챙겨주었고, 약도 잘 먹었다며 오히려 안심시켜 주려 애쓰셨다. 

"늙은이까지 챙겨주느라 전화를 다 주고 고마워. 이렇게 전화해줘서 고마워. 나는 아무도 없어. 혼자 있으면 아파도 아무도 몰라. 나까정 챙겨주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아. 정말 고마워. "
 

전화해 준 게 고맙다며 인사를 거듭했다. 혼자 살다 보니 아파도 병원에 데려갈 사람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마음 알아주는 사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넘어져서 거동이 불편하니 2층에서 내려가는 것도 힘들어 밖에 나가는 게 두렵다고 했다. 

"나을 때까지 집에만 있어야지. 어디 나가면 넘어질까 무섭고 2층에서 계단 내려가기도 힘들어서 못 나가."

추운 겨울바람보다 매서운 혼자라는 고독감이 어르신의 마음속을 더욱 시리고 외롭게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라며 챙겨주는 양아들은 찾아오지 말라며 갖다 주는 것마다 모두 버린다고 했다.

그러니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드시고 필요한 것 사라 해도 무언가 좋은 것, 맛있는 것이 생기면 또 바리바리 싸들고 아들네로 향할 것이다. 오지 말라고 문전박대를 해도 필요 없다며 가져가라 해도 가고 또 갈 것이다.

산 밑에 슬레이트지붕 단출한 집에 혼자 살고 있는 어르신은 이 눈속에 집은 무사한지 걱정이 앞섰다. 비가 많이 내린 후 어느 여름날 방문했을 때 상담을 마친 후 방에서 나와 인사를 하고 뒤돌아 나오던 나의 눈에 띈 발 많은 새까맣고 기다란 생물체에 놀란 기억이 생생하다. 그 바람에 문턱에 머리를 '쿵' 하고 찧고 아픈 줄도 모른 채 줄행랑을 쳤었지.

어르신은 발이 묶여 어디에도 나갈 수 없어서 집에서만 지내고 있다며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웃음 섞인 목소리를 말씀하셨다. 다행히도 요양보호사가 다녀가서 밥 먹을 것도 있고 사람 구경도 한다며 다행이라 했다. 전화를 하면 할수록 마음은 무겁고 코끝은 찡해왔다.

3일째 연속으로 쏟아지던 눈은 정말 무섭게 내려왔다. 쌓이고 또 쌓이며 병원에 약 타러 가야 하는, 혹은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어르신들의 발목을 잡아놓았다. 오늘까지만 내리고 내일은 쨍하고 햇볕이 들어와 얼었던 곳곳이 모두 녹아내리기를 희망한다. 겨울 한파만큼이나 얼어붙은 어르신의 외로운 마음도 슬슬 녹아내기를 소원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SNS에 기재할 수 있습니다.


태그:#독거노인, #노인돌봄, #사회복지, #독거노인돌봄, #치매환자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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