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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하얀 눈이 소복히 내린 나주성당의 나무에 걸려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얀 눈이 소복히 내린 나주성당의 나무에 걸려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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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이 다가오고 있다. 계속되는 불경기 탓에 사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 번뿐인 성탄이다. 연휴도 사흘 동안 이어진다. 집에서 '방콕'하고 지내기엔 아쉬운 이유다.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성당을 찾아본다.

한때 '한국판 산타마을'로 통했던 이슬촌으로 먼저 간다. 이슬촌은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 양천리 계량마을을 가리킨다. 계수나무가 많은 마을에 어진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계량(桂良)'으로 이름 붙여졌다. 주민들이 맑고 깨끗하게 살아가자고 다짐하며, 마을 이름을 '이슬촌'으로 바꿨다. 지금은 이슬촌으로 더 알려져 있다.

이슬촌에는 70여 가구 110여 명이 살고 있다. 겉으로는 별날 것 없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마을 가운데에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노안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노안성당은 1927년에 지어졌다. 나주지역의 첫 천주교회다. 주민들은 대부분 이 성당에 다닌다.
  
나주 이슬촌 풍경. 하얀 눈이 내린 12월 22일 풍경이다.
 나주 이슬촌 풍경. 하얀 눈이 내린 12월 22일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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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런 분위기의 나주 노안성당 전경. 눈이 내린 12월 22일 풍경이다.
 고풍스런 분위기의 나주 노안성당 전경. 눈이 내린 12월 22일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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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성당은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공동체도 성당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노안성당은 옛 성당의 고풍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자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이슬촌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성당에 모여 성가를 부르고, 선물도 나눴다. 마을의 오랜 전통을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로 발전시켰다. 성당에서 신자들끼리 하던 작은 축제에서 마을주민과 외지인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는 지난 2007년부터 열었다. '한국판 산타마을'로 불린 것도 그때부터다. 축제는 코로나19 이전까지 계속 열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외지인을 부르는 축제를 멈췄다.
  
트랙터를 운전하는 산타 할아버지.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 때 모습이다.
 트랙터를 운전하는 산타 할아버지.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 때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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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주민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품을 팔아서 트리를 만들고, 조형물도 세우고, 반짝이는 조명도 설치해서 동화마을로 꾸몄죠. 트랙터가 끄는 썰매, 짚더미로 만든 미끄럼틀도 아이들이 재밌게 탔어요. 소소한 공연도 하면서 흥겨운 축제판을 펼쳤는데…. 그때 품을 판 주민들이,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일을 하기 버거워하십니다. 아쉽지만, 축제를 더 이상 계속할 수가 없게 됐어요."

김종관 마을 이장의 말이다. 김 이장은 축제 때 직접 산타할아버지 복장을 하고 트랙터를 개조한 썰매를 운전하기도 했다.

지금은 축제를 주민잔치로 대신한다. 마을주민들끼리 모여 지난 1년을 서로 위로하며 맘껏 즐기는 주민 행복잔치다. 올해는 성탄 전야인 12월 24일 노안성당 일원에서 한다. 성탄을 맞아 다시 한번 가볼만한 노안성당과 이슬촌이다.
  
'한국판 산타마을'로 통하는 나주 이슬촌 풍경. 눈이 소복히 내린 12월 22일 풍경이다.
 '한국판 산타마을'로 통하는 나주 이슬촌 풍경. 눈이 소복히 내린 12월 22일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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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성당에 청동으로 만들어진 순교자의 기도상. 청동상이 하얀 눈이불을 덮고 있다.
 나주성당에 청동으로 만들어진 순교자의 기도상. 청동상이 하얀 눈이불을 덮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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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엔 나주성당도 있다. 광주-목포간 국도변에 자리하고 있는 나주성당은 순교자 기념성당이다. 병인박해가 계속되던 1871년 윤문보 등 4명이 무학당에서 순교를 했다. 순교 터는 당시 군사훈련장이었던, 지금의 나주초등학교 자리다. 무학당의 주춧돌 10개를 옮겨 나주성당의 기념조형물 주춧돌로 썼다.

나주성당에는 무덤 모양의 순교자 기념 경당이 들어서 있다. 경당의 입구가 무게 60톤의 돌로 만들어졌다. 안은 4면이 닫힌 벽으로 돼 있다. 순교자들이 겪은 사면초가의 상황을 표현했다. 청동으로 만든 순교자의 기도상도 애틋하다.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은 모습을 표현한 피에타상도 만들어져 있다.

나주성당은 한국 까리다스 수녀회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까리다스 수녀회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1956년이다. 그해 12월 나주본당에 수녀가 처음 파견됐고, 한국인 지원자를 받기 시작했다. 수녀회의 처음 집이 옛 모습 그대로 복원돼 있다. 내부는 수녀회의 활동 상황을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나주성당의 순교자 기념 경당. 눈이 하얗게 내려앉은 12월 22일 풍경이다.
 나주성당의 순교자 기념 경당. 눈이 하얗게 내려앉은 12월 22일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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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성당에 있는 한국 까리스다 수녀회 한국본원. 내부가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나주성당에 있는 한국 까리스다 수녀회 한국본원. 내부가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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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서 가까운 광주에도 천주교 사적이 많다. 누적 관람객 1000만 명을 넘어선 영화 '서울의봄' 촬영지이기도 한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이 있다. 5·16쿠데타 직후인 1962년 대건신학대학(현 광주가톨릭대학교)으로 문을 열었다. 1998년 학교가 나주 남평으로 옮겨가고, 지금은 천주교광주대교구청과 평생교육원으로 쓰이고 있다.

키 큰 나무로 둘러싸인 가톨릭평생교육원은 언뜻 비밀의 정원처럼 보인다. 옛 서양의 붉은벽돌 건축물까지 있어 신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선뜻 발을 들여놓기 쉽지 않다. 들어가 보면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생각에 입이 쩌-억 벌어진다. 봄과 여름, 가을은 물론 겨울까지 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복잡한 도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혼인을 앞둔 예비 신랑과 신부의 결혼사진 촬용지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의 조형물. 영화 '서울의 봄' 촬영지이기도 하다.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의 조형물. 영화 '서울의 봄' 촬영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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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동성당 전경. 혼인을 앞둔 예비 부부의 결혼사진 촬영지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광주 북동성당 전경. 혼인을 앞둔 예비 부부의 결혼사진 촬영지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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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성당과 남동성당도 있다. 1938년 지어진 북동성당은 광주천주교 선교의 태 자리로 통한다. 한국농민운동사의 큰 획을 그은 함평고구마 사건과도 엮인다. 농민들이 농성 20개월 만에 보상을 받아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80년 광주학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자신을 던진, 첫 번째 희생자 김의기 열사하고도 엮이는 성당이다.

80년 5월 19일 북동성당에선 함평고구마 농민투쟁 승리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김의기는 기념식 참석을 위해 18일 광주에 내려와 계엄군의 만행을 직접 봤다. 광주가 계엄군에 의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사흘 뒤인 5월 30일, 그는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광주학살을 알리는 전단을 뿌리며 온몸을 던졌다. 김의기 열사는 경상북도 영주에서 나고, 서울 서강대에 다니고 있었다. 
 
북동성당. 광주천주교의 태 자리로 통한다.
 북동성당. 광주천주교의 태 자리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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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성당은 1949년 광주에서 두 번째로 들어선 성당이다. 80년 5월 당시 김성용 주임신부가 수습대책위원으로 참여했다. 수습대책위원들의 회의도 여기에서 열렸다. 5·18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남동성당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미사를 해마다 이어오면서 '5·18기념성당'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87년 6월항쟁을 이끈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전남본부 결성식도 남동성당에서 열렸다. 80년대를 거치면서 남동성당은 민주와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반독재 저항운동의 구심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광주 남동성당 전경. 남동성당은 80년대를 거치면서 '5·18기념성당'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광주 남동성당 전경. 남동성당은 80년대를 거치면서 '5·18기념성당'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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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나주성당, #노안성당, #광주북동성당, #광주남동성당, #나주이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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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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