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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서 책을 낼 예정인 류해온(경기도 파주) 군.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서 책을 낼 예정인 류해온(경기도 파주) 군.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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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의 희망을 주제로 한 인터뷰 책을 만들려고 한다. 책을 만드는 목적은 저같은 청소년들이 미얀마의 군부독재의 비극과 한국에서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류해온(19)군이 한 말이다. 그는 미얀마(버마) 민주화 '봄혁명'의 희망을 품고 사는 미얀마인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그만두고 '학교 밖'에서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교과서 속을 세상을 벗어나 더 넓은 공부를 하기 위해 자퇴했다고 한 그는 여행과 독서, 아르바이트, 봉사를 하며 지낸다. 자퇴 후 1년 반 정도 유럽과 일본을 찾아 주로 미술관을 둘러봤고, 제주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여러 미술관·박물관도 살폈으며, 인문학·예술 강의 촬영과 편집 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러다가 지금은 미얀마에 꽂혀 있다. 우연한 기회에 어머니 친구의 소개로 미얀마민주화투쟁다큐영화상영모임에서 봉사활동을 한 그는 그 일을 계기로 미얀마의 현실과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류군은 "우리나라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에 맞선 민주화 투쟁의 피로 성장한 나라라는 것을 보고 배웠기에 관심이 더 간 듯하다"라며 "그래서 저처럼 미얀마인들의 역사와 참상을 잘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인터뷰 책을 쓰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미얀마인들 만나며 배우는 게 더 많았다"

2021년 2월 미얀마에서 군부쿠데타가 발생했고, 아직까지 군부가 집권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국내에서는 소수민족 군대와 시민방위대(PDF)가 곳곳에서 쿠데타군부와 전투를 벌여 피란민이 생겨나고, 승려를 비롯한 시민들이 시위·파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 있는 여러 미얀마 관련 단체들은 한때 '미얀마 민주화 집회'를 벌이기도 했고, 요즘은 '피란민 돕기 거리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미얀마연대, 경남미얀마교민회, 김해미얀마공동체, 미얀미민주항쟁연대 부산네트워크 등이 있고, 서울과 경기, 인천 등지에도 많다.
 
류해온군은 이들 가운데 조모아 한국미얀마연대 대표, 네옴 경남미얀마교민회 회장, 아웅묘우 경남미얀마교민회 부회장을 포함해 8명을 인터뷰했다. 파주에 사는 미얀마 출신의 결혼 이민자를 비롯해, 인천·부평과 서울에 살며 공부하는 유학생이거나 활동가들도 포함됐다.
 
미얀마인들을 만나면서 류군은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했다. 그는 "지난 11월부터 만났고 인터뷰를 모두 마쳤다. 녹취록을 푸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내년 1월경에 마무리하고 책을 낼 예정이다"라며 "다들 한국말도 잘하고 정말 치열하게 사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쿠데타 이후 고국에 사는 가족과 지인들이 군부로부터 탄압을 받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어떤 분은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의 신상을 알아내서 가족을 괴롭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얀마 상황을 담은 영화(<더 웨이> 등)를 보기도 했다고 한 그는 "영화 상영을 한다고 해서 가서 봤는데, 처음에는 뜨겁고 무거울 줄 알았다. 그런데 가서 보니 다들 웃으면서 활기에 차 있었다. 오히려 제가 밝은 에너지를 받고 왔던 것 같다. 기금 마련을 위한 옷(티셔츠) 판매도 했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했던 예상과 달라 좀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것이 미얀마에 대한 내 관심을 열어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동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요즘 그가 책을 직접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요즘 간혹 뭐하냐고 묻는 친구나 친척들이 있다. 미얀마 관련 책을 내려고 인터뷰를 하고 다닌다고 하니까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더라. 그런데 딱 그 정도만 관심이고 더 많이 물어보지는 않더라. 다들 미얀마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도 해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류해온군은 미얀마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미얀마의 봄혁명'은 언제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질문에 조모아 대표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답변을 했다. '내일'이라고. 그 말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희망적인 말로 들렸다. 어느 시점에 초점을 맞춰가기 보다 당장 내일이라도 봄혁명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그만큼 간절하게 바란다는 마음으로 느껴졌다. 인터뷰를 하고 책을 내는 게 당장 내일 다가올 미얀마 봄혁명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부평역 앞 미얀마 피란민 돕기 모금운동(맨 오른쪽이 조모아 대표).
 부평역 앞 미얀마 피란민 돕기 모금운동(맨 오른쪽이 조모아 대표).
ⓒ 한국미얀마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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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얀마, #류해온, #군부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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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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