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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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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안타깝다. 그렇게 소란스러우면 쳐다보기라도 할 텐데, 전혀 쳐다보지도 않았다. 정말 화가 났다."

정원철 해병대전역전국연대 집행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는 지난 2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뒤에서 '오늘은 채OO 해병의 생일입니다. 참배하고 가주십시오'라고 소리쳤고,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됐다.

정 위원장은 채 상병 생일인 1월 2일을 맞아 해병대전역전국연대 회원들과 함께 추모행사를 진행하려 대전현충원을 방문했다. 그런데 때마침 대전현충원을 방문한 한 위원장 일행을 발견했고, 참배와 방명록 기록을 마치기를 기다린 뒤 채 상병 묘소 참배를 요청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전혀 못 들은 것처럼 자신을 외면했고, 그래서 더 큰 소리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위원장에게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기대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제가 한동훈이라는 한 개인이 아닌, 정부여당의 대표에게 요청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들어 보기라도 할 수 있고, 뭐라 메시지라도 남길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자신을 철저히 외면한 한 위원장에게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정 위원장과 3일 전화로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소리 질렀는데 없는 사람 취급, 들어보기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MBC에서 3일 보도한 영상.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향해 정원철 해병대전역전국연대 집행위원장 외치고 있다.
 MBC에서 3일 보도한 영상.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향해 정원철 해병대전역전국연대 집행위원장 외치고 있다.
ⓒ MBC유튜브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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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대전현충원에는 어떻게 가게 됐나?

"이날은 지난해 7월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사망한 해병대 채 상병의 생일이다. 그의 묘비에는 2003년 1월 2일생이라고 적혀있다. 그래서 우리단체에서 채 상병 생일에 추모를 하자고 제안했고, 집행부를 중심으로 이날 오전 11시에 추모행사를 하기 위해 가게 됐다."

- 이날 참가자는 어떻게 모집했나?

"사실 우리는 가족이 아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성대하게 추모행사를 하고 싶었지만,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함께 가자고 지난 해 12월 19일에 제안했고, 약 30명 정도가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채 상병 묘소와 바로 옆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 전사자 묘소도 있다. 또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해병대에서 말도 안 되는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도 있어서 다 함께 추모할 목적으로 모이게 됐다."

- 이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대전현충원을 방문했고, 정 집행위원장이 한 위원장을 상대로 소리를 질렀다. 그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경위를 설명해 달라.

"우리는 이날 11시에 현충탑에 모여서 참배하기로 했다. 저는 집행부라서 오전 9시 50분쯤 도착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난 인파가 몰리더니 조금 후에 한 위원장이 도착했다.

한 위원장은 검은색 버스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사인도 해 주고, 사진도 찍고 그랬다. 그리고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그래서 저는 모든 공식 참배를 마친 한 위원장을 향해 소리를 지르게 된 것이다."

-당시 정확하게 뭐라고 소리 질렀나?

"'오늘은 채OO 해병의 생일입니다. 참배하고 가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처음엔 작은 소리로 요청을 드렸다. 그런데 한 위원장님이 수행원들과 경호원, 기자들에 둘러싸여서 잘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조금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랬더니 수행원 같은 분들이 저를 막 밀쳤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 영상 보시면 제가 아주 험상궂게 막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도 한 위원장은 전혀 못 듣는 사람처럼 그냥 지나갔다. 정말 화가 났다."

- 그렇게 소리를 지른 이유는 무엇인가?

"채 상병 사건에 대해 지금 국민들은 특검을 해야 한다는 데 73%가 동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여론조사 결과다. 국민적 여론이 이런 사건에 대해서 적어도 여당의 대표라는 분이 대전현충원까지 오셨으니 참배 요청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거기에서 채 상병 묘소까지는 5분도 안 걸린다. 제가 무리한 걸 요구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제가 한동훈이라는 개인에게 요청하는 게 아니지 않나. 저희들 입장에서야 특검법을 해 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각 장소마다의 예의라는 게 있기 때문에 한 위원장이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을 다 쓰고 나온 뒤에 말씀 드린 것이다."

- 한 위원장이 그 소리를 듣고도 외면했는데, 어떤 심정이었나?

"정말 안타까웠다. 참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니 제가 왜 그러는지 들어보기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니면 어떤 메시지라도 한마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는데도 마치 아무것도 안 들리는 사람처럼, 시간이 없는 사람처럼 쳐다보지도 않으셨다. 그리고는 계단을 내려가서 기념 단체사진도 찍도 지지자들과 사진도 찍고 그러셨다. 저는 그 뒤로 위경련이 왔다. 너무 힘들었다. 찬바람 속에서 그런 일을 겪다보니까 거의 그런 일이 없었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던 것 같다."

- 함께 한 분들도 계셨을 텐데.

"그날 행사 준비를 위해 저를 포함해 다섯 명 정도가 그 자리에 같이 계셨다. 그렇지만 다른 분들은 원치 않으셔서 저만 소리를 냈다. 사실 저희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저 혼자만 하게 된 것이다."

"국힘에서 이후 연락 없어... 난 평범한 사람, 채 상병 죽음 진상규명 바랄 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기 전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기 전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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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그 이후 국민의힘에서 추모의 뜻을 전하거나 당시 사정을 설명하는 연락을 못 받으셨나?

"전혀 없었다. 제가 당원이기 때문에 아마 연락처도 있을 텐데 전혀 없었다."

- 국민의힘 당원으로 알려졌는데, 언제 가입하셨나?

"지난 대선 전에 가입했다. 저는 원래 문재인 정부가 굉장히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조국 문제나 부동산 문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그런 것들을 문 정부가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반드시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선 전에 가입했다."

- 당원으로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

"경선투표는 했지만 그 뒤로 아무런 활동을 한 바 없다. 그냥 당비만 빠져 나가고 있다."

- 해병대전역전국연대는 언제 결성됐나?

"2023년 8월에 만들어졌다. 채 상병 사건 직후는 아니다. 우리는 해병대 전우회가 알아서 뭔가 역할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더라. 그래서 저희는 '저 사람들은 믿을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생각했고, 그런 모습을 보고 8월 무렵에 모여서 단체화를 하게 됐다."

-그럼 그때 처음으로 이런 단체활동을 하게 된 것인가?

"저는 해병대 전역한 이후 (해병대 전우회의) 그런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해병대 전우회 활동이나 그런 것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저희와 함께 하는 해병대전역전국연대 회원 80%는 다 그런 분들이다."

- 기사에 보면 'MZ해병'이라는 표현이 있던데, 다 젊은 분들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20대부터 90대 한 분까지 있다. 주축은 주로 30대에서 60대다."

- 지금 그날 상황을 찍은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주목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사실,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지 잘 모르겠다. 저는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 노출되고 하는 것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초상권 그런 문제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감내하는 것은 우리 후배인 채 상병 이슈가 지금 계속해서 잊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채 상병 죽음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혹시 그럼 지금이라도 한동훈 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기대가 없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가지 바로 잡고 싶은 것이 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저에게 한 수행원이 '이재명이 시켜서 왔느냐'고 했다고 돼 있는데, 그것은 오보다.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 분은 여성 지지자였다. 수행원이 아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해병대전역전국연대는 아직 결성된 지 1년도 안된 단체다. 홈페이지도 없다. 지금은 오픈카톡방이나 밴드를 통해서 가입할 수 있다. 전국에 있는 해병대 예비역분들께서 오픈 카톡이나 밴드에서 검색해 많이 가입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태그:#한동훈, #채상병, #정원철, #해병대전역전국연대, #대전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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