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1.8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1.8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청부 민원 의혹을 다루는 전체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려 했지만, 야권 추천 위원들이 반발하면서 회의가 끝내 파행됐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청부 민원의 핵심 당사자인 류 위원장이 비공개 결정을 주도한 것에 대해 '당사자' 논란을 거세게 제기했고, 이번 의혹과 관련해 류 위원장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규정했다.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 제1차 전체회의에는 류희림 위원장 가족들의 청부 민원 의혹과 관련된 안건 3건이 상정됐다. ▲ 청부 민원 의혹 제기에 대한 위원장 대응 ▲ 진상규명 방안 마련 ▲ 위원회 신뢰 회복과 사무처 안정화 방안 마련 등이었다.

청부 민원 의혹은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에 대해 방송 민원을 제기했다는 내용이다. 류 위원장이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지난해 MBC와 KBS 등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했는데, 모든 과정에 류 위원장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류희림 위원장 '비공개 논의' 주장에 야권 위원들 '당사자는 투표권 없어' 반발

이날 전체회의는 여느 때보다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됐다. 회의 시작과 동시에 류 위원장은 "회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청부 민원 의혹 3건 논의와 관련해 공개 여부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안건을 공개적으로 논의할 경우에는 우리 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관련 법과 규칙에 따라 비공개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유진 위원(야권 추천)이 "동의하지 않는다, 위원장님과 접견실에서 따로 얘기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고, 옥시찬 위원(야권 추천)도 "당사자가 왜 나서냐"고 항의했다. 이런 가운데 류 위원장과 여권 추천 위원들은 접견실로 들어갔고, 야권 추천 위원 3명은 회의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8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8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20여 분 뒤 류 위원장과 여권 추천 위원들이 다시 회의장에 입장했고, 류 위원장은 "비공개 여부를 표결로 결정하기로 했다"면서 곧바로 비공개 여부를 표결에 부쳤고, 여권 추천 위원 3명이 모두 손을 들었다. 그러자 옥시찬 위원이 "안건 처리 전에"라고 목청을 높이며, "위원장은 당사자이고 어떤 투표권도 없는데 별안간 와서 비공개를 하려 하느냐"고 강력히 항의했다.

김유진 위원도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 관련 안건(청부 심의 의혹)을 왜 비공개로 해야 하나"라면서 "위원장이 당사자인 안건은 회피를 해야 한다, 비공개 논의를 하더라도 위원장이 당사자인데 표결에 왜 참여하나"라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야권 추천)도 "이런 식으로 회의를 운영하는 위원장 의도가 뭔지는 알겠다, 그런데 무슨 권한으로 회의 현장에서 아무런 협의나 논의도 없이 비공개로 하겠다고 표결로 밀어붙이나"라면서 "논의 자체가 위원장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그러는 것 아닌가"라고 류 위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류 위원장은 "이번 사안의 본질적인 성격은 위법이나 불법을 보고 국가 민원 기관의 민원을 신청한 일반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대량으로 유출된 것이 핵심"이라며 "자체 감찰과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위법 여부가 명백하게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회의 비공개 과정에서 당사자인 본인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다시 발언권을 얻은 옥시찬 위원은 "류 위원장은 공익신고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의하면 다른 법률과 중첩될 경우, 공익신고자법을 우선 적용한다고 돼 있다"면서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이 배제되는 사안임에도 오히려 이를 무기 삼아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장이 "그만하라"고 했지만, 옥 위원이 발언을 계속하자 "정회를 하겠다"고 하고 또다시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어 여권 쪽 위원들도 퇴장했고, 끝내 복귀하지 않았다.  

야권 위원들 "개인 의혹 방어 위해 회의 파행시켜... 위원장 해촉 사유"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참여연대, 호루라기재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지인을 동원해 특정 언론사 심의 민원을 청부한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해촉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참여연대, 호루라기재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지인을 동원해 특정 언론사 심의 민원을 청부한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해촉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정회 중인 상태에서 윤성옥 위원은 "위원장이 회의를 고의 지연시키거나 방해하는 방식으로 안건을 논의하지 않을 것 같다"며 "허위 민원에 근거해 방심위의 공정한 심의를 방해했다면, 방심위 업무 방해로 중대한 범죄라고 본다, 위원장이 방심위 명예를 얼마나 훼손하고 품위를 손상시켰나"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만약 정치적 목적이 있었고,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으로 위원장 본인 혹은 특정인의 이익을 도모한 경우에 해당된다면 위원회 내규도 위반하는 것"이라며 "공익신고자 보호 의무까지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위원장 사퇴나 해촉 사유는 차고 넘친다"고 밝혔다.

김유진 위원도 "위원장 개인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서 위원회 회의를 파행시키고 여권 위원들을 동참하게 하는 게 조직의 수장으로서 할 일인가"라며 "오늘 이 사태는 류희림 위원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안건을 처리하지 않기 위해서 꼼수를 쓰다가 제동이 걸리니까 안건 처리를 회피하고 도망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정회'인 상태에 마무리됐다. 방심위 관계자는 "제1차 회의는 정회 상태로 마무리된 것"이라며 "오늘 회의는 더 이상 속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회의에 모인 기자들이 류 위원장의 기습 회의 속개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거듭 질문했지만, 이 관계자는 "오늘 회의가 속개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태그:#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심위, #청부민원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