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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옥도에 사는 송정찬 어르신. 어르신은 평생 맨손으로 낙지를 잡아 왔다.
 신안 옥도에 사는 송정찬 어르신. 어르신은 평생 맨손으로 낙지를 잡아 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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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잡을 때는, 한 물때에 100마리는 거뜬히 잡았소. 그때는 갯벌이 단단해서 걸어 다니기에 좋았고. 지금과는 많이 달랐지. 옥도낙지는 맛있고 품질 좋다고 소문도 자자했어. 언젠가 서울 노량진시장에 갔는디, 낙지 파는 아주머니가 '옥도낙지'라고 자랑하더만."

신안 옥도에 사는 송정찬(78) 어르신의 말이다. 송 어르신은 그동안 맨손으로 낙지를 잡아 왔다. 옥도에서 맨손으로 낙지를 잡는 '마지막 어민'이다. 지금은 그때만큼 낙지가 잡히지 않는다.

"절반도 안 잡혀요. 왜 그러겄어? 워낙 많이 잡아대니까 그러지. 갯벌도 예전 같지 않아요. 뻘이 물러져서, 지금은 발이 푹푹 빠져. 갯벌 사이에 물길이 생겨서 건너기도 어렵고. 바다도 변했어."

송 어르신이 잠시 회상에 젖는다.
  
신안 옥도 앞 갯벌. 차진 갯벌에 낙지가 많이 산다. 갯벌이 '낙지은행'인 셈이다.
 신안 옥도 앞 갯벌. 차진 갯벌에 낙지가 많이 산다. 갯벌이 '낙지은행'인 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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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의 신안 옥도 앞바다 풍경. 갯벌과 바닷물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해질 무렵의 신안 옥도 앞바다 풍경. 갯벌과 바닷물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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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옥도에서 나고 자랐다. 맨손 낙지잡이는 어렸을 때부터 했다. 갯벌에 팔을 쑤셔 넣고 낙지를 잡는 '팔 낙지잡이'였다.

"눈에 보여요. 갯벌 위를 살살 다니다가, 구멍에 물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면 낙지가 어디만큼 들어 있는지 금방 감이 와. 낙지 구멍도 수십 가지여서, 자꾸 다녀봐야 알지."

송 어르신은 낙지잡이를 "어른들 꽁무니 따라다니면서" 배웠다고 했다. 멀리 기도(箕島)까지 낙지를 잡으러 다닌 적도 있단다. 기도는 옥도의 북서쪽에 있는 작은 섬이다. 행정구역상 옥도는 신안군 하의면에 속하고, 기도는 신의면에 속한다.

그땐 섬마을 사람들 대부분 낙지잡이에 나섰다. 갯벌도 좋고, 낙지도 많이 잡혔다. 섬을 돌아다니면서 낙지를 사는 전문 수집상들도 드나들었다. 판로는 주로 목포였다. 목포 선창에 있는 수산업체가 주요 거래처였다.
  
회상에 잠긴 송정찬 어르신. 지금은 예전만큼 낙지가 잡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회상에 잠긴 송정찬 어르신. 지금은 예전만큼 낙지가 잡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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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어르신은 이제 낙지를 잡지 않는다. 한번 나가면 지금도 20~30마리는 거뜬히 잡을 것 같은데,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건강을 챙기면서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나만 부지런하면, 먹고사는 데는 지장 없는 곳이 섬이에요. 갯벌에서 나는 것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요. 섬에 사는 사람의 특권이라면 특권이지. 마음 편하게 삽니다. 자식들한테도, 남한테 욕먹을 일 하지 말고,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라고 하죠.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없어요. 더불어 살아야지. 내가 좀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살면 큰 문제 없이 살아요."

송 어르신의 소박한 일상이다.

어르신이 살고 있는 작은 섬 옥도에서 현재 전라남도가 추진하는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어르신은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 마음을 한데로 모으는 것 아니겠소? 그래야 사업도 잘 될 것이고. 사라져가는 문화를 되살리고, 폐교를 고쳐서 숙박시설로 만드는 건 그 다음 문제죠. 부디 사업이 잘 돼서, 섬 공동체가 복원되고 주민들도 많이 늘면 좋겠습니다."

송 어르신의 바람이다.
  
하늘에서 본 신안 옥도 전경. 섬 주변으로 갯벌이 드러나 보인다.
 하늘에서 본 신안 옥도 전경. 섬 주변으로 갯벌이 드러나 보인다.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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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옥도 갯벌. 갯벌이 좋기로 소문난 신안에서도 특히 차진 갯벌로 알려져 있다.
 신안 옥도 갯벌. 갯벌이 좋기로 소문난 신안에서도 특히 차진 갯벌로 알려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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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옥도는 지난 2021년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대상으로 선정됐다. 옥도에는 2022년부터 5년 동안 모두 50억 원이 투입돼 섬의 특성을 살린 생태문화 관광자원화와 마을경관 개선, 주민 역량 강화, 주민소득 사업 등이 추진된다.

옥도는 작은 섬이다. 주민은 50여 가구 100여 명이 산다. 면적은 72.7㏊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리적 위치가 흥미롭다.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장산도, 하의도, 도초도, 비금도를 줄로 연결하면 다이아몬드 모양이 된다. 이른바 '다이아몬드 제도'로 불린다. 다이아몬드의 한가운데에 옥도가 자리하고 있다. 사통팔달의 위치다. 한때 '팔구포(八口浦)'로 불린 이유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넓고 깨끗한 갯벌이 옥도의 자랑이다. 일제강점기 일본해군 기지와 목욕탕,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기상관측소 등 근대역사 문화자원도 지니고 있다. 당숲 등을 통해 섬 고유의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작약정원도 조성되고 있다. 신안군이 다이아몬드 제도의 가운데 자리한 아름다운 옥도를 '바다 위의 꽃 정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4만 평 부지에 작약과 모란을 심고 산책로와 휴게소를 조성하고 있다. 색깔 마케팅의 하나로 섬마을 집의 지붕도 붉은 색으로 채색하고 있다.

태그:#신안옥도, #옥도갯벌, #송정찬, #가고싶은섬, #신안의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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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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