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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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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3선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한 후,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23억 원 차익 보고서를 공개하며 특검 수용을 재차 촉구한 데 대하여 "옛날 문재인 정권에서 나온 문서"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그때 왜 (기소를) 안 했나"라며 "쌍특검은 모두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이고, 국민도 알 것"이라며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국내 언론 다수는 '김건희 모녀 23억 차익' 검찰 의견서 작성 시점은 2022년 12월, 윤 대통령 취임 후이며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이었다는 기초적인 정보를 언급하지 않은 채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말을 있는 그대로 인용 보도했다. 

16일 아침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저희가 (1월 11일 저녁 8시) 보도에 분명히 이 의견서를 검찰이 제출한 게 2022년 12월 30일이라고 날짜를 박았고, 그 시기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었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의 말에 별다른 설명이나 검증 없이 보도한 언론들 입장에서는 부끄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따옴표가 팩트체크를 대신한다?

해당 언론들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말을 따옴표를 붙여 보도했으니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언론사 스스로 잘못된 사실을 전한 책임에 대해서 눈을 감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내던졌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뉴스타파>가 지난 11일 저녁 8시 '주간 뉴스타파'를 통해 "김건희 모녀 도이치로 23억 벌었다"고 폭로했을 때 이를 인용해 보도한 언론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등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타 언론사의 단독, 또는 특종 보도를 따라가지 않는 게 관례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권력 비판이 아닌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앞다투어 보도하는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15일 오전 벌어진 경찰의 방심위 압수수색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언론 다수는 '경찰, 민원인 정보 유출 혐의 방심위 압수수색'이라는 제목을 달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의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방심위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과연 적절한 공권력 행사인지, 왜 현재 시점에 이루어졌는지, 언론단체는 어떤 입장인지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그런 언론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경향신문>은 15일 경찰의 방심위 압수수색 소식을 전한 후, "민원 사주 의혹 신고자 탄압을 멈추라"는 언론 및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같이 보도했다. <한겨레신문>도 15일 '청부 민원'보다 '제보자 색출'을 우선한 방심위 압수수색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YTN과 <노컷뉴스> 등은 16일 '언론 장악 저지 공동행동'의 관련 기자회견 소식을 전했고, <오마이뉴스>는 16일, 해촉을 앞둔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관련 기사 : "청부민원 덮으려 경찰 부른 류희림... 방심위 검열기구로 만들어").

언론의 왜곡된 정파성, 이대로 좋은가

최근 <불편한 언론: 정파적 언론 생태계의 현실과 해법>이라는 책을 펴낸 심석태 세명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는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정파적 언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언론이 정파성만 만나면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보도를 아무렇지 않게 내보내고, 내 편의 큰 잘못은 눈감아주고 상대편의 티끌은 침소봉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지금 한국에서 정파성은 모든 언론 윤리 규범을 무력화시키는 블랙홀이라고 볼 수 있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편을 들어주는 언론은 어느 쪽이든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정론지(正論紙)'라면, 아니 언론이라면 최소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하지 않을까. 

태그:#뉴스타파, #정파적언론, #따옴표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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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겁게 공부하며, 대학에 안 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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