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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다 주신다고요?"

얼마 전 대학로 소극장에 연극을 보러 가서 응모한 이벤트에 내가 당첨됐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선물로 다른 공연 티켓을 열 장 넘게 준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아 되물었다. 

상담사의 말을 다시 천천히 들어보니 티켓을 그냥 준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곳은 'JOO 이벤트'라는 공연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만약 회원 가입을 하면 몇 장의 대학로 공연 티켓을 사은품으로 주는데, 내가 이벤트에 당첨되어 조금 더 많은 티켓을 준다는 것이었다. 

이 업체에 매달 몇 만 원의 구독료를 내면 대형 극장 뮤지컬 및 콘서트 티켓을 연 4회, 평균 R석 정도의 티켓을 1회당 2매씩 총 8매 제공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각종 행사를 통해 티켓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1년, 2년 계약으로 회원 가입을 할 수 있으며, 가입된 회원수도 많고, 기존 제공한 공연도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평소 뮤지컬 관람을 즐기면서 비싼 관람료가 부담스러웠는데, 계산을 해보니 거의 절반값에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생각 좀 해볼게요."

마음이 많이 끌렸으나, 다음 달에 이미 예약한 공연이 있어 바로 가입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내가 지난해 본 공연 티켓들이다.
 내가 지난해 본 공연 티켓들이다.
ⓒ 윤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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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홈페이지를 검색하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니, 이 서비스는 내가 이용하기에는 단점이 많았다.

첫째, 그동안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만족도를 좌우하는 가장 큰 부분은 어느 자리에 앉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좌석을 선택하기 전에 그 극장에 대한 리뷰를 찾아보고, 어느 쪽에 앉아야 시야 방해가 최대한 적을지를 고민한다. 즉 통상 내가 공연에 가서 앉을 자리를 매우 까다롭게 고른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좌석을 내가 선택하기보다는 운에 맡겨야 하는 구조였다.

둘째, 연 4회 제공되는 공연이 대형 극장에서 공연되는 유명한 작품이기는 하나, 내 취향이 아니거나 이미 본 공연일 수도 있다. 코로나로 침체됐던 공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올해 꽤 많은 작품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모든 공연을 모조리 다 보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을 '골라서' 잘 보고 싶다.

이것저것 따져본 뒤에 나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구독서비스, 좋기만 한가요 

나는 평소 구독서비스에 대해 회의적인 편이다. 매월 일정액을 내면 드라마, 영화 등을 무제한 볼 수 있는 OTT 서비스 '넷플릭스'를 구독한 적이 있는데, 영화와 드라마 시청에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인 바람에 결국 한 달 만에 해지했다. 

음식 배달앱에서 광고하는 구독서비스도 그렇다. 월 몇 천 원만 내면 주문할 때마다 할인을 받을 수 있어 가입해 두면 절약이 되지만, 불필요한 배달주문이 늘어나는 안 좋은 효과가 생길 것이 염려가 돼 가입하지 않았다. 구독서비스는 통상 좋다고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구독서비스는 소비자를 나쁜 습관 속으로 유혹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내 생각과는 별개로 구독서비스는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고, 최근 공연계에도 그 바람이 일고 있다고 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판매한 정기구독권 500매와 이틀 뒤 추가로 판매한 300매가 출시 당일에 매진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처음에는 이 소식을 뒤늦게 알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더 생각해 보니 나는 미리 알았어도 가입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일단 주최 측 설명처럼, 구독권은 연 3만 9600원(월 3300원)으로, 이를 통해 관람료를 최대 40% 할인받을 수 있다면 1년간 공연 하나만 봐도 이득인 게 확실하다. 하지만 이것은 세종문화회관 기획 공연에 한정된 것이었고, 난 그중에서 보고 싶은 공연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구독서비스에는 회의적이지만 할인에는 관심이 많은 나는, 티켓 판매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열심히 할인 행사를 찾아본다. 공연이 처음 시작됐을 때나 끝나갈 때, 혹은 공연에 이슈가 있을 때 할인행사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는 지난달에 본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35% 깜짝 할인 행사가 있어 한번 더 보려고 티켓을 예매했고, 2월 말부터 공연 예정인 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의 조기예매 할인이 있어 20%를 할인받아 예매했다.

가끔 대학로 소극장에 연극을 보러 가는데,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50% 할인을 이용하거나, 타임세일 하는 티켓을 1+1으로 구매해 관람하기도 한다.
 
뮤지컬 티켓 예매시 할인 기간을 이용하거나, 여러가지 할인 내역을 꼼꼼히 살펴본다
 뮤지컬 티켓 예매시 할인 기간을 이용하거나, 여러가지 할인 내역을 꼼꼼히 살펴본다
ⓒ 윤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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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나는 단순히 저렴하게 공연을 관람하는 것보다 돈을 더 지급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공연을, 최대한 좋은 자리에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소비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나는, 내 선택의 자유에 제한이 있는 구독 서비스에 가입할 의향이 아직까지는 없다. 현재의 시스템이 더 발전해 특정 극장이나 공연에만 한정된 구독서비스가 전체 공연장으로 통합되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면 고려해 보겠지만 말이다.

태그:#뮤지컬, #공연구독, #할인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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