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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당 사무처를 순방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당 사무처를 순방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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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은 했지만 해결된 건 없다.

'김건희 명품백' 사과 여부를 놓고 충돌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얘기다. 두 사람은 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둘러보고 귀경길까지 같이하면서 여권 내 불안감을 고조시켰던 결별설을 불식했다.

하지만 총선 직전 돌출된 '집안 싸움'의 원인은 여전하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해법은 물론,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을 낳은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거취 공방까지 해결된 게 전혀 없다.

한 위원장이 24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나눈 대화만 봐도 이러한 여권 상황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가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당내 주장이 나온다.
"전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
 

-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론에 동의하기 어렵나?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
 

- 김건희 여사 리스크 관련 입장은 변했나?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
 

- 김건희 여사의 사과나 입장표명이 필요할까?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려온 것에 대해서 더 말하지 않겠다."
   
즉,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의 '김경율 사퇴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진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함정 몰카이고,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맞지만 전후 과정에서 분명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진 않겠다는 뜻이다.

"대통령 총선도 어려운 판에 여사님 총선이 돼 버릴 수 있다"

해소되지 않은 쟁점은 또 다시 총선을 앞두고 점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 의원은 이날(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이 국면은 한쪽(한동훈)은 배짱이 없는 거고 한쪽(윤석열)은 실탄이 없는 것"이라고 평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더 맞서서 '김건희 리스크'를 해소할 결기를 갖추지 못했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을 제압할 당내 세 몰이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런 어설픈 봉합이 이뤄졌단 분석이었다.

그는 그러면서 "둘 다 진 게임이다. 가장 심각한 건 우리 당 문제"라며 "대통령 총선도 지금 어려운 판인데 여사님 총선이 돼 버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 위원장이 더 이상 김건희 여사의 사과 문제에 대해서 거론하지 않는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에 봉합이 가능했다고 본다"라며 "그렇게 되면 한 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잘못하면 무너질 수가 있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김 의원은 "권력자가 불공정한 일을 했다고 생각해서 국민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을 때는 납작 엎드려야 한다"라면서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김건희 여사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더 센 방법을 택하셔야 한다"라면서 "사저로 가는 거나 아니면 잠시 외국에 나가 있겠다든지 그 정도 나오면 이 국면이 뒤집어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경율 사퇴가 김건희 사과의 조건?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아래는 윤재옥 원내대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아래는 윤재옥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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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는 등 명품백 수수 관련 사과 문제를 공론화 한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당내 논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 비대위원은 전날(23일) 여러 언론과 한 전화통화에서 본인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김건희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친윤 일각에선 여전히 '김 비대위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와 김건희 여사의 사과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로 한 발씩 물러나면서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산 중·영도구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와 한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사과 필요성 여부에 대해 "본의 아니게 나쁜 의도에 말려든 것 아니냐. 그런 것에 대해서 국민한테 솔직히 말씀드리고 국민 보시기에 안 좋았다면 제가 잘못했다 말씀하시고 빨리 끝내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에 대해서는 "(마포을 출마를 한다면) 비대위원은 어느 시점에서는 사퇴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다만, "이 일에 대해서는 본인이 사과를 분명히 했고 김경율이란 사람이 우리 당에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난 뒤에는 출마를 위한 사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김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지우기 성격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 계양을 출마를 공식화 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문제에 대한 당정 간 입장 조율을 강조했다. 그는 '김건희 명품백' 사과 여부를 놓고 불거진 이번 당정 충돌에 대해 "정부(대통령실)와 당이 (해법을) 조정하는 과정 중에 있던 일로 보인다"라며 "(당정이)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만들어가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와 김건희 여사 사과를 교환하는 식으로 이번 사태의 해법을 찾는 것은 또 다른 '약속대련'이란 비판도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받느냐 마느냐 문제를 이제 사과하느냐 마느냐 문제로 축소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가 사과하는 대신에 저 사람(김경율)은 잘라라는 식으로 빗장을 걸어놓은 것"이라며 "딱 그 정도 수준에서 특검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하는 그런 약속대련"이라고 주장했다.

태그:#한동훈, #김건희여사, #김경율, #윤석열대통령, #22대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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