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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을 보내고 설 연휴 전 아들과 함께 섬진강가 장선리 들녘에 찾아온 귀한 손님들의 밥상을 챙겨줬습니다.

2005년 12월 아이들의 발걸음이 끊겨 폐교된 곡성동초등학교 자리에 터를 잡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화학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를 살포하지 않은 채 생태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섬진강가 들녘에 3년 전부터 시끌벅적한 기러기 가족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오리같이 생겼지만 몸집도 키도 훨씬 큰 기러기 무리가 찾아온 것이 신기하고 반가워 날마다 들녘을 조용히 살피며 안부를 챙기고 있지요.
 
지난해 2월 섬진강가 곡성 장선리 앞 들녘에서 먹이를 먹던 기러기들이 미실란 '밥카페반하다' 앞 친환경 생태농업을 지향하는 유기농 들녘까지 먹이를 찾아왔다.
▲ 섬진강가 곡성 미실란 앞 들녘에 지난해 2월에 찾아 온 기러기 가족 지난해 2월 섬진강가 곡성 장선리 앞 들녘에서 먹이를 먹던 기러기들이 미실란 '밥카페반하다' 앞 친환경 생태농업을 지향하는 유기농 들녘까지 먹이를 찾아왔다.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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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 유학 시절 박사학위 논문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물원 71종의 동물들의 똥에서 유용한 장내 미생물을 연구하면서 동물들의 식습관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둘째 아들 출산을 위해 잠시 한국에 귀국한 시기에 야생동물의 특성을 조사하는 '야생동물 소모임' 단체를 알게 되면서 한국의 산과 강, 들녘을 함께 누비며 야생동물의 똥을 채집했습니다.

그리고 그 똥에서 유용한 장내 미생물을 분리하는 연구논문을 세계 최초로 쓰면서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하며 행복한 연구를 진행했지요. 박사 논문을 마무리한 시기엔 새만금 개발이 화두가 되어 '새만금 시민생태 조사단'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갯벌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조사를 하던 중 야생조류들의 식습관도 살폈었는데 그중 기러기들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겨울 철새인 기러기는 어디서 힘을 얻어 4000km를 날아가는지 궁금했었거든요.

기러기들의 서식지를 살펴보니 기러기가 먹고 있는 논에 떨어진 낟알들은 자연 속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한 발아현미였습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며 장거리 비행을 거뜬히 해내는 기러기의 주식이 쌀의 영양을 가득 품은 발아현미라는 것을 깨닫고 생태농업과 면역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기 둘째 아들의 아토피가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할 정도로 심각해 고민이 컸기에 미생물 연구만 파고들었던 방식에서 벗어나 장내 미생물을 지킬 수 있는 식습관에 대한 고민으로 연구를 더 확장해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 미생물학자였던 제가 발아현미 쌀과 친환경 생태농업에 빠져 농업회사법인을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초창기 두 아들과 함께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정기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하며 나는 저서생물팀으로 갯벌의 변화와 미생물의 관계를 조사하며 갯벌은 물론 주변 논과 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똥을 채집하여 미생물을 조사했었다.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초창기 활동 모습  초창기 두 아들과 함께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정기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하며 나는 저서생물팀으로 갯벌의 변화와 미생물의 관계를 조사하며 갯벌은 물론 주변 논과 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똥을 채집하여 미생물을 조사했었다.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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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개체 수의 기러기 가족이 찾아왔습니다. 농촌에서도 비닐하우스나 축사로 변하는 곳이 많다 보니 들녘을 지키고 있는 공간으로 더 많이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그루터기가 있는 논 이곳저곳을 살피니 기러기 가족 수에 비해 먹을 쌀 낟알들이 턱없이 부족해 보이더군요. 먼 비행을 앞둔 기러기들이 든든히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아 아들과 함께 저온저장고에 품종 연구를 하고 남겨 둔 나락과 발아현미 연구용으로 따로 챙겨뒀던 포대를 수레에 가득 싣고 들녘에 나가 골고루 뿌려주었습니다.
  
추수시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떨어지는 벼 낟알 수가 부족하고 일부 논이 맘이 바쁘신 농부들이 트렉터로 논갈이를 해 버렸다.  기러기 개체수에 비해 먹이가 부족해지고 있어 아들과 함께 나락과 발아현미쌀, 현미쌀을 논에 뿌려 줬다.
▲ 기러기 밥상(현미쌀, 발아현미쌀)을 챙겨주고 있는 아들 재혁이 추수시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떨어지는 벼 낟알 수가 부족하고 일부 논이 맘이 바쁘신 농부들이 트렉터로 논갈이를 해 버렸다. 기러기 개체수에 비해 먹이가 부족해지고 있어 아들과 함께 나락과 발아현미쌀, 현미쌀을 논에 뿌려 줬다.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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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 톨도 자연의 생명들과 나눠 먹으며 함께 들녘을 기름지게 하는 것이 진정한 유기 재배 생태농업임을 알기에 오늘의 작은 실천이 더욱 뜻깊습니다. 기러기들은 우리가 선물한 발아현미 쌀을 마음껏 먹고 건강한 유기질 똥을 들녘 거름으로 선물하고선 왔던 곳으로 돌아가겠지요. 그리고 다음 겨울에 또다시 식구 늘려서 안전하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이곳 섬진강가 장선 들녘으로 다시 찾아올 겁니다.
  
기러기가 겨울에 여기저기 다니며 들녘에서 벼(쌀)을 먹고 건강한 유기질 비료인 똥을 논으로 돌려줬습니다.
▲ 기러기가 겨울에 벼 낟알(쌀)을 먹고 논에 싼 똥 기러기가 겨울에 여기저기 다니며 들녘에서 벼(쌀)을 먹고 건강한 유기질 비료인 똥을 논으로 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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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 기러기들을 챙기다 보니 기러기들의 마음이 궁금해 '생태책방 들녘의마음'에서 팀 버케드의 <새의 감각>이라는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 새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각의 세계를 이해하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이제 곧 봄이 오면 기러기들은 들녘에서 떠나겠지만, 다시 또 만날 겨울을 기다리며 건강하게 들녘을 지키리라 다짐해 봅니다.
  
▲ 기러기 먹이인 나락, 현미쌀, 발아현미쌀을 챙겨 줬다 지난해에는 나 홀로 수레에 기러기 먹이를 챙겨주러 들력으로 향했다. 이번해에는 곧 대학을 졸업하고 미실란을 함께 이끌어갈 아들과 함께 기러기 밥상을 챙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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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이 찾아옵니다. 농촌 지역 곳곳에서는 조상님들의 지혜가 가득한 대보름 행사를 이어가고 있으니 가족들과 함께 대보름 행사도 참여해 보시고, 맛있는 오곡 찰밥도 챙기며 건강한 한 해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 기러기 힘차게 날다 미실란이 있는 섬진강가 곡성 장선리 넓은 들녘 위로 힘차게 날아 오르고 또 다음날 찾아 온 기러기 가족들의 비상을 보며 함께 나눠먹고 살아갈 수 있는 건강 생태공간 들녘을 잘 지켜가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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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실란 생태책방 들녘의마음과 개인 블러그 그리고 페북에 함께 공유합니다.


태그:#쌀이야기, #똥이야기, #발아현미이야기, #기러기먹이주기, #미실란발아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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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학시절 오마이 뉴스를 만나 언론의 참맛을 느끼고 인연을 맺었습니다. 학위를 마치고 섬진강가 곡성 폐교를 활용하여 친환경 생태농업을 지향하며 발아현미와 우리쌀의 가치를 알리며 e더불어 밥집(밥카페 반하다)과 동네책방(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을 열고 농촌희망지기 역할을 하고 싶어 오마이 뉴스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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