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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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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MBC에서 일기예보를 통해서 민주당의 선거운동성 방송을 했다"라면서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한 위원장이 문제삼은 방송은 27일 MBC <뉴스데스크>의 날씨 코너입니다. 이날 기상 캐스터는 당일 미세먼지 농도가 1이었다면서 "지금 제 옆에는 키보다 더 큰 1이 있다. 오늘 서울은 1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그 MBC 일기예보에 사람 키보다도 큰 파란색 1 대신, 같은 크기의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2로 바꿔놓고 생각해 달라. 미세먼지를 핑계로 1을 넣었다고 하던데, 2를 넣을 핑계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어제보다 2도 올랐다' 이러면 넣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습니다. 
 
27일 방송된 MBC뉴스데스크의 날씨코너
 27일 방송된 MBC뉴스데스크의 날씨코너
ⓒ MBC뉴스데스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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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무리 그간 극도로 민주당 편향된 방송을 해 온 MBC지만, 이건 선을 넘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해당 보도가 노골적인 민주당 편들기 선거운동 방송이라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를 했습니다. 

MBC가 밝힌 '미세먼지 1' 이유 
 
MBC뉴스데스크는 27일 날씨방송에서 1을 강조한 이유가 2월에는 드물게 서울 대부분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이었기 때문에 부각했다고 해명했다.
 MBC뉴스데스크는 27일 날씨방송에서 1을 강조한 이유가 2월에는 드물게 서울 대부분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이었기 때문에 부각했다고 해명했다.
ⓒ MBC뉴스데스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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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29일 <뉴스데스크>에서 "미세먼지 1, 왜?"라는 제목으로 한 위원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우선 1이라는 숫자를 부각한 이유는 "27일 국립환경과학원 <에어코리아>에 강동구와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등 서울 곳곳에서 오전 시간대 초미세먼지 농도가 1 이 기록됐다"면서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2월에 초미세먼지 농도 세제곱미터 당 1 마이크로그램이 올 2월처럼 자주 관측되는 건 드문 일이라, 기획 회의에서 이를 부각해 설명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노경진 MBC 기후환경팀장은 "날씨 정보에 그날의 초미세먼지 농도 극값을 내세우는 건 종종 해왔던 일"이라며 2021년과 2023년의 사례도 언급했습니다. 
 
2021년 MBC뉴스데스크의 날씨 보도. 파란색 숫자 1이라고 표기돼 있다.?
 2021년 MBC뉴스데스크의 날씨 보도. 파란색 숫자 1이라고 표기돼 있다.?
ⓒ MBC뉴스데스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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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1을 입체감 있게 구현한 것은 "최근 MBC 뉴스데스크 날씨코너가 '언리얼엔진 5'이라는 최신형 3D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보다 생동감 있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날도 숫자 1을 입체감 있게 구현하고 기상캐스터도 이를 강조하는 움직임을 취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란색 색상에 대해서는 "색상은 환경부에서 낮은 미세먼지 농도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파란색을 입혔다. 환경부 표에 따르면 농도가 낮으면 파란색, 보통이면 녹색이다가 농도가 높아질수록 노란색, 빨간색으로 바뀐다"면서 "뉴스데스크의 기존 날씨 코너에서도 이 색상들을 적용해 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날씨에서 숫자 1이 사라진 뒤에는 27일 서울 시내의 맑은 대기질을 보여주는 CCTV 화면들을 내보내고 2월임에도 서울이 2주 이상 미세먼지 '나쁨' 단계를 보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전했다"면서 "여느 날과 같이 뉴스데스크는 2024년 2월 27일의 날씨도 과학적이고 유용한 내용으로 충실히 전달하고자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MBC "숫자 2는 다른게 연상되나?" 
 
MBC 평일 오후 2시 뉴스 스튜디오에는 숫자2가 커다랗게 떠 있다.
 MBC 평일 오후 2시 뉴스 스튜디오에는 숫자2가 커다랗게 떠 있다.
ⓒ MBC뉴스데스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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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경 앵커는 '미세먼지 1, 왜?'라는 리포트가 끝난 직후 "MBC가 평일 오후 2시에 방송하는 뉴스외전 스튜디오에는 숫자 2가 커다랗게 떠 있다"면서 "뭔가 다른 게 연상되시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1이라는 숫자, 무수히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저희의 이번 날씨 보도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성 앵커는 "하나의 뉴스를 어떤 맥락으로 해석하는가 역시 시청자의 몫이자 권리"라면서도 "다만 전혀 관련 없는 날씨 정보에 정치라는 프레임을 씌워 사실을 곡해한 이번 사례는 매우 뜻밖이고 그래서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MBC 뉴스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히려는 이런 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날씨를 다큐로 받아들이나"

일각에선 MBC가 이른바 '바이든-날리면'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보도하면서, 여당이 MBC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에 날씨 코너까지 문제 삼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관련 보도에 대해 28일 MBC에 추가로 법정 제재를 의결했습니다. 모든 언론이 보도한 내용에 대해 MBC에만 최고 수위로 징계한 후 같은 사안을 또다시 징계한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제소한 MBC 뉴스데스크의 27일 날씨방송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듯합니다.

YTN 앵커 출신인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 "(한동훈 위원장이) 이제는 날씨를 다큐로 받아들인다"면서 "사진 찍을 때 손으로 '브이'를 그리는 사람들은 모두 '2'를 외치는 국민의힘 선거운동원으로 보이십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안 부대변인은 "아무리 조급하시더라도 정치 공세의 소재는 분별하여 찾으시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MBC, #한동훈, #국민의힘, #날씨코너,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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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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