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소영 의왕·과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월 29일 오후 경기 의왕시 경수대로에 위치한 캠프 앞에서 버스 탄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소영 의왕·과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월 29일 오후 경기 의왕시 경수대로에 위치한 캠프 앞에서 버스 탄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왕·과천)은 21대 총선 당시 '기후위기'에 대응할 전문가로 영입됐다. 자연히 첫 의정활동의 주된 정체성은 기후·환경·탈석탄·에너지 등이었다. '종이 없는 국정감사' 등을 제안했던 일도 크게 회자됐다.

4년이 흐른 현재, 재선 의원에 도전하는 그의 정체성은 '기후위기'만이 아니다. 여당 의원일 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무리한 대정부질문에 맞서면서 주목을 받았다(관련 기사 : 통합당 헤집은 초선의원 https://omn.kr/1oer5 ). 21대 후반기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할 땐 윤석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문제를 집요하게 캐면서 '원희룡 일타강사'란 별칭도 얻었다.  

22대 총선을 12일 앞둔 3월 29일, <오마이뉴스>는 의왕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이소영 의원에게서 두 가지 모습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선거운동 기간 "국민 눈치는 눈곱만큼도 보지 않"는 윤석열 정부에 분노하는 이들의 마음과 공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출근길 인사를 하는데 한 여성이 '2년 동안 매일 뺨 맞는 기분이었다. 이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모멸적이었다'고 하더라"며 이들을 위해 정권심판론의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에 발을 디뎠던 첫 번째 이유였던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도 놓지 않았다. 이 의원이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날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매우 나쁨"이었다. 이 때문에 이 의원 측은 "선거운동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예정됐던 의왕시 내손동 거리유세 일정을 인덕원역 인사로 바꾸는 등 실내 선거운동을 벌였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이런 '현실'이 곧 기후위기에 대한 정치권의 초당적인 논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오늘도 이렇게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나. 이제는 '석탄화력발전을 없애면 안 된다'는 얘기를 감히 못한다. '빨리 탈석탄 하자'는 얘기가 오히려 (유권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문제는 속도와 대처 방법이다. 국회 안에서 좀 더 초당적인 논의의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가 재도전하는 의왕·과천은 쉽지 않은 곳이다. 당에서 분류할 때 경기도 60개 선거구 중 가장 어려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데다 12년째 초선 의원만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을 다루려고만 21대 후반기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철도 문제나 과천 3기 신도시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도 했다는 것. 

특히 "주민들도 '이번에는 재선 의원이 나와서 지역 정치도 좀더 안정화하고 중요한 정책과 현안도 연속성 있게 끌고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면서 재선의원이 된다면 힘 있게 의왕·과천의 발전과 기후정치의 도약을 끌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떠난 동료들, 남은 이소영... "정치는 좋은 수단"
 
이소영 의왕·과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9일 오후 경기 의왕시 경수대로에 위치한 캠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소영 의왕·과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9일 오후 경기 의왕시 경수대로에 위치한 캠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일할 줄 아는 젊은 정치인이 되겠다'는 각오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간 의정활동을 돌이켜볼 때 가장 뿌듯한 점과 아쉬운 점을 하나씩 꼽는다면.

"2년 동안 여당 의원으로 일하면서 '꼭 하고 싶다'고 꼽았던 것들을 거의 이뤘다. 그린뉴딜 국정과제화, 2050년 탄소중립선언 국가목표 설정 및 감축목표 강화,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기후위기대응기금 마련, 공적금융기관들의 동남아 석탄화력발전소 건립 중단 등. 기후문제에 더욱 잘 해보기 위해 정치를 택했지만 좋은 선택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목표를 부분적으로나마 달성하면서 '정치는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정말 좋은 수단이구나'란 효능감을 많이 느꼈다.

그런데 국회는 한편으로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정작 필요하고 중요한 정책들은 법이 잘 통과되지 않는 공간이더라. 예를 들면 이용우 의원(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상법개정안의 경우 재벌대기업들의 세습 등을 방지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업 지배구조 해법인데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아마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안들이 진지한 토론 없이 정쟁에 가려져 사장될 시점이라 여러 생각이 든다."

- 21대 현역 중 단 4명뿐인 30대 여성이자 유일한 지역구 의원이다. 그런데 22대 국회도 '더 늙고, 더 남성에 편중된' 구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에 국한해서 얘기하자면, 서로 증오하고 양극화 되다 보니 다양성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한 논의가 실종됐다. 우리는 윤석열 정권 심판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 내부도, 지지자들도 다양성보다는 선명성을 더 중요한 가치로 보고 있는 게 아닐까. 국민의힘도 윤석열 정권에 이득이 되는 국회 구조를 만드는 데에 골몰하느라 '어떻게 하면 다양한, 좋은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오게 할 것인가'란 고민이 사라졌다."

- 본인도 '선명성'을 강조하는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 정치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상당수가 초선이었고, 대부분 '현실 정치의 벽을 느꼈다'고 토로하지 않았나.

"모든 일이 좋을 때, 나쁠 때가 있다. 좋은 때는 보통 잠깐이고, 힘들고 험난한 과정이 훨씬 길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자그마한 효능감을 느끼면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저는 첫 임기에서 그걸 느꼈다. 몇몇 동료들과 달리 한 번 더 도전해서 온전한 임기를 해보고 싶은 이유다."

"현장이 가장 과학적... '진짜 혼내줘야 한다'는 분위기"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3월 29일 오후 경기 의왕시 부곡시장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최기식 의왕·과천 후보(왼쪽)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사법연수원 동기 최기식 지원유세 나선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3월 29일 오후 경기 의왕시 부곡시장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최기식 의왕·과천 후보(왼쪽)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재선 도전을 알린 출마선언문에서 "이번 총선의 과제는 분명하다. 대한민국을 검사왕국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사회 전 분야를 망가뜨린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검사왕국'이 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면 무엇일까.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조·중·동조차 사설로 '이거야말로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맹폭했다. 검사로 요직을 채우는 것도 문제인데, 그마저도 가까운 사람을 돌려썼다. 굉장히 친한 형님을 권익위원장으로 뒀다가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날아갈 것 같으니 임명하지 않았나. 김홍일 위원장 인사청문위원이었는데, 스스로 '방송통신 문외한'임을 부인 안 하더라. 이 정권은 국민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다. 국가를 운영하는 데에 아무런 기준도 없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경쟁상대인 최기식 후보 지원유세를 와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을 '범죄자 집단'으로 표현하며 '그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게 둘 수 없다'고 하더라.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얘기하던데, 단 하나의 질문만 던져보자. '윤 대통령과 정권이 국민의 공복처럼 행동하고 있나?' 그들이야말로 국민 눈치는 눈곱만큼도 보지 않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부 아닌가? 그렇게 많은 비판을 받는데도 온 나라 요직을 검사로 채워놓고, 국민은 민생이 파탄나서 완전히 절규하는데 아무 대책은 없고 아직도 잘난 척하고, 야당 욕만 하고. 그 와중에 국민이 비판하는 사람을 호주대사에 임명했다가 총선 며칠 앞두고 결국 사임시켰다. 

국민들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완벽한 대안이어서, 지고지순한 선(善)이어서 지지하는 게 아니라 저 오만한 정부여당을 심판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거다."

- 유세현장에서도 비슷한 민심을 체감하는가.

"출근길 인사를 하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서 '꼭 이겨주세요'라면서 '2년 동안 매일 뺨 맞는 기분이었다. 이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모멸적이었다'고 하더라. '4월 10일이 빨리 오면 좋겠다. 꼭 투표하겠다'는 얘기도 많다. 재외국민 첫날 투표율도 4년 전보다 3배 높지 않았나. 저는 현장의 느낌이 가장 과학적인 것 같다. 투표율도 2020년보다 높으리라 예상한다. 지난 총선은 민주당 후보 입장에선 너무 좋은 선거였다. 그런데 그때보다 지지도가 훨씬 높다고 느낀다. 다만 민주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진짜 윤석열 정권을 혼내줘야 한다'는 분위기다."

"스티커 붙이듯 '탄소중립'... 민주당도 미진"
 
이소영 의왕·과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9일 오후 경기 의왕시 경수대로에 위치한 캠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소영 의왕·과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9일 오후 경기 의왕시 경수대로에 위치한 캠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정치 입문의 목적이었던 '기후위기 대응'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최근 이 사안을 주제로 출연한 MBC '백분토론'에서 또 다른 패널,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기후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달리 말하면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 뜻으로 들리더라.

"4년 동안 정말...(관자놀이에 손을 대며) 자괴감이 들었던 순간은, 여야 할 것 없이 어디 예쁜 스티커를 붙이듯 '탄소중립'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나.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이며 대한민국 사회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기후라는 단어를 온갖 데다 붙이고 있다. 

그런데 정부 행태를 보면 일회용품 규제는 갑자기 소상공인 핑계로 철폐하면서 관련 업체와 R&D를 한순간에 날려버린다. 2050년 탄소중립을 하려면, 그때 쓸 건물을 지금 짓는데 제로에너지 주택 의무화도 연기하고 노후 건물의 그린리모델링 이자지원 예산은 완전 삭감했다. 

민주당도 많이 미진했다. 기후의제는 결국 에너지 문제인데 에너지는 남녀노소나 부자, 서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사용하는 필수재다. 예컨대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거나 사용규제가 생기면 서민도 타격받는다. 이럴 때 지혜롭게 설득하고 설명하면서 돌파해야 했는데... 진심과 의욕은 있었지만 기후와 다른 가치가 충돌할 때 기후를 우선순위에 넣지 못했다."

- 지역구인 의왕·과천에선 3기 신도시, 인동선과 월판선, 위과선, GTX-C등 개발·교통 문제가 중요한 상황이다. 흔히 기후위기 대응은 개발과 상충된다고들 생각하는데, 본인의 소신과 지역 현안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을 생각인가.

"철도는 가장 이상적인 녹색교통이다. 철도노선 신설·확충은 제 가치관과 정책관에 너무나 부합한다. 지금보다 훨씬 더 철도를 편리하고 저렴하게 해서 항공과 자가용으로 이뤄지는 수송을 철도로 전환하면 온실가스를 많이 줄일 수 있다. 개발도 그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개발은 해야죠. 

저희 지역에는 주민들이 몇십 년째 거주하는데도 도시가스가 안 들어가고, 도로도 제대로 정비 안 된 곳이 있다. 그런 마을을 지금 상태로 방치하는 게 맞나, 도로를 정비하고 도시가스를 까는 게 맞나. 저는 후자가 맞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 얘기처럼 너무 무분별하게, 원칙이나 기준없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데에는 반대하지만 적절히 개발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다."

12년째 초선만 나온 의왕·과천 "도약의 골든타임 만들 것"

- 여러모로 지역에서 할 일이 많아 보인다. 그런데 경기도는 전반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만 의왕·과천은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2020년 총선 때는 5.4%p차로 힘겹게 이겼고, 대선은 4.4%p, 지방선거(도지사)는 0.8%p로 아슬아슬하게 패배했다. 

"아마 경기도 60개 선거구 중에서 당에서 분류하기로도 민주당에 가장 어려운 지역 중 하나일 거다. 절대로 재선을 자신할 수 없다.

다만 스스로 4년 동안 지역현안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제가 원래 에너지 쪽에서 온 사람이라 전반기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활동했는데 후반기에는 국토교통위로 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을 다루려고 간 게 아니라, 우리 지역에 너무 오래된 철도 관련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철도 문제는 거의 다 해결했고, 과천 3기 신도시와 지식정보타운 현안도 많은 부분 진전을 이뤘다. 주민들께서 그런 부분을 평가해주시리라 믿는다.

특히 저희 지역은 12년째 초선만 반복됐다. 주민들도 '이번에는 재선 의원이 나와서 지역 정치도 좀더 안정화하고 중요한 정책과 현안도 연속성 있게 끌고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 윤석열 정권 심판의 민심도 존재하지만, 지역마다 지역의 고유한 총선 의제와 화두가 있다. '의왕·과천이 12년 동안 놓쳤던 도약의 골든타임을 (이소영을) 재선 만들어서 해결해보자'는 게 우리 지역 민심 아닐까."
 

태그:#이소영, #의왕과천, #민주당, #2024총선
댓글3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