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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만난 동생에게 '하기 싫은 집안일을 즐겁게 하는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하기 싫은 일일 때는 언제든 적용 가능하다. 

"언니, 내가 어제 설거지가 너무 하기 싫은 거야. 그래서 하기 싫다, 하기 싫다, 하고 있는데 예전에 본 웹툰이 생각났어. 그 웹툰에 화장 지우기 싫을 때 '겟잇뷰티' 찍는 것처럼 하면 즐겁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거든." (참고: 카카오웹툰 <퀴퀴한 일기> 741화 겟잇뷰티 효과 편)

"그게 무슨 말이야?"

"유튜버처럼 하는 거야. 화장 지우기 싫을 때 '자, 오늘은 이 제품으로 화장을 한 번 지워볼 건데요. 과연 얼마나 잘 지워질까요?' 하는 식으로. 그래서 어제 나도 설거지를 그렇게 해 봤지. '이제 식사를 다 마치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요, 이것만 하면 오늘 집안일이 끝이라 아주 즐거운 상태입니다. 룰루랄라.' 이렇게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해보니까... 정말 하기 싫었던 일이 할 만해지더라고."

"오, 재밌는데?"
 
카카오웹툰 <퀴퀴한 일기> 741화 겟잇뷰티 효과 편 (화면캡쳐)
 카카오웹툰 <퀴퀴한 일기> 741화 겟잇뷰티 효과 편 (화면캡쳐)
ⓒ 카카오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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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만나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편집 일을 종일하고 집에 들어와 저녁을 차리고, 먹고, 그런 와중에 동생과의 대화를 잊었는데... 설거지가 너무 하기 싫어진 참에 동생의 말이 떠올랐다. 일은 항상 그렇다. 마지막 딱 하나가 정말 하기 싫다.

식사 준비를 할 때도 마지막 딱 하나, 밥 뜨는 게 힘들다. '이 밥만 누가 떠줬으면.' 할 때가 많다. '다 했다. 이제 먹기만 하면 되네.' 할 때 쓱 나타나는 게 바로 그 일이어서 그런지 맥이 탁 풀린다.

주위를 둘러보면 남편은 나보다 더 피곤한 것 같고 딸은 공부하는 것 같고, 그럼, '에잇, 그냥 내가 뜨자.' 하고 힘을 내어 밥을 뜬다. 정말 별거 아닌 일이지만 전체 식사 준비 시간 중 가장 큰 에너지가 들어간다.

설거지도 마찬가지다. 식사도 했고 청소도 했고 빨래도 했고, '드디어 내 시간이다!' 할 때 설거지가 쓰윽 고개를 내민다. '나도 있는데? 나 안 할 거야?'하고. 그럼 '으악, 하나 더 남았군.'하고 맥이 탁 풀린다.

그러나 이제 나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무거운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고, 저벅저벅 싱크대로 걸어간다.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면, 두둥, 나는야 살림 유튜버. 

순식간에 유튜버 전환, 놀랍게도 재미까지 있다
 
하기싫을 땐 이 방법을 써보시라
 하기싫을 땐 이 방법을 써보시라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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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오늘의 마지막 집안일, 설거지를 할 차례예요. 저희 식구는 딸랑 셋인데 숟가락이 열 개도 넘게 나와 있네요.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요? 제가 일하는 동안 집에 있던 사람들이 한 번도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는 거죠. 밥그릇은 몇 개인지 같이 세어 볼까요? 어머나. 우리 집 밥그릇이 다 나온 것 같아요." 

종알종알 말을 하면서 설거지를 하니, 왜인지 더 집중되고 놀랍게도 살짝 재미까지 있다. 

설거지는 항상 마지못해 하는 일이어서 주로 유튜브를 보면서 할 때가 많았다. 하다못해 라디오라도 들으면서 하지 않으면, 그 시간을 다 낭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과정을 말하면서 설거지를 하니 오롯이 그 시간에 집중하게 된다. 내가 어떤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온전히 집중한 적이 얼마나 됐던가. 

드디어, 모든 설거지가 끝났다. '끝!'을 외쳤는데 순간 생선을 구웠던 에어프라이어기가 눈에 들어왔다. 저런. 끝난 게 아니었군. 평소 같으면 확 짜증이 날 만한 상황이다. 난 다시 주섬주섬 벗었던 고무장갑을 끼며 말했다. 

"아뿔싸. 제가 방금 '끝!'이라고 외쳤나요? 설거지가 어려운 에어프라이어기를 깜박했습니다. 아하하하하. 제가 좀 성급했죠? 후후. 여러분들도 설거지를 마쳤다 싶을 때, 꼭 주위를 둘러보세요. 싱크대 안에 있는 그릇만이 전부가 아닐 때가 많으니까요!" 
 
매일 설거지가 이렇게 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 설거지가 된 상태 매일 설거지가 이렇게 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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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에어프라이어기 설거지를 하면서도 설명을 덧붙인다. 온 힘을 모아 설거지를 하니 팔에 근육이 생길 것 같다는 둥, 계획에 없던 근력 운동을 하게 되어 오히려 좋다는 둥 너스레를 떤다. 놀랍게도 웃을 일이 생긴다.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가. 누군가 지금의 나를 보고 있다는 설정인 유튜버 흉내를 내니 짜증 나는 상황이 부드럽게 변한다. 이 기세를 몰아 설거지를 마친 후에 바로 화장까지 지운다. 화장을 지울 때는 살림 유튜버에서 뷰티 유튜버로 변신!

하기 싫은 집안일, 그러나 해야 한다면, 자신이 유튜버라고 생각하고 이 방법을 써 보시길. 하기 싫었던 일이 할 만해진다. '설마'하고 의심이 생기는 자, 직접 한 번 해보시라.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유튜버, #퀴퀴한일기, #집안일, #살림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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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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