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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정남면 백리에 위치한 느티나무 
 화성시 정남면 백리에 위치한 느티나무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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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만의 경기 화성시는 화성시만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발전하고 계승해 나가야 할까? 수원시의 행궁동이나 성곽을 부러워하지 말고 뭔가 화성시의 강점을 찾아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많이들 수원시와 비교를 하니 조금 자극적으로 수원시와 비교를 해보려 한다. 수원읍이 수원시로 독립할 때 버리고 간 것 중에서 무언가를 찾아내 보면 어떨까? 허허벌판이었던 동탄에 수원시가 내보낸 반도체 공장을 짓고 쑥쑥 자라난 사례처럼 문화에서도 그렇게 해볼 만한 것이 없을까.

화성문화원에서 근무할 당시인 2018년은 개인적으로 참 뜻 깊은 해였다. 한국문화원연합회에서 실시한 공모사업에 지원한 사업이 채택되어 '화성시 마을신앙'을 전수 조사했었기 때문이다.

화성시의 향토 문화를 사랑하는 향토문화연구소 회원들과 관련전공의 학자들이 함께 문헌을 조사하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조사한 결과 화성시 전역에 127개의 마을신앙 유산을 확인했고 23개가 지속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흔히들 난개발된 농촌으로 생각하는 화성시의 서부지역 농촌에는 여전히 옛 조상들이 모셨던 서낭당과 우물 당집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화성시민들이 보존하려 노력하여 남아있는 것이 아니니 어찌보면 이는 화성시가 거저 얻은 행운일 수 있다. 

2016년 처음 인연을 맺고 화성시민으로서 살았던 8년간의 세월 동안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2022년 10월 24일이 떠오른다. 그날은 정남면 백리의 당제사가 있던 날이다. 보호수로 지정된 백리의 느티나무에 금줄을 메고 제사를 준비했다가 제사가 시작되는 자정까지 모닥불 앞에서 옛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난히 밤의 별은 밝았고 타올라 가는 소지의 불씨는 신비로웠다. 서봉산을 터전으로 삼은 거창 신씨의 집성촌인 백리에서는 매년 음력 9월 30일에 당제사를 지냈었다. 2022년 당시 몇 년간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제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던 제사를 화성시가 문화원을 통해 지원하여 부활했던 것이다. 

화성의 문화, 어떻게 이어가나
 
화성시 정남면 당리에 위치한 당집 
 화성시 정남면 당리에 위치한 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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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원은 바로 옆 마을인 계향리에도 닿았다. 인근의 마을인데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이 백리는 집성촌의 조상에게 지내는 당제라면 계향리의 당제는 바리산에 많이 출몰하던 호랑이를 산신으로 모시고 있다.

그것뿐인가. 우정읍에는 현대에도 쓰는 단어 "단골"의 어원인 "당골무당"이 주관하는 도당굿의 전통이 살아있으며 화성시의 바다에서는 임경업 장군을 신으로 모시는 황해도굿이 행해지고 있다. 마을의 역사에 따라 날짜도 의미도 섬기는 신도 다르고 각각의 특징에 따라 멋진 보호수가 함께하기도 하고 멋진 산이 함께하기도 하며 거인 여신의 흔적이 함께하는 곳도 있는 등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스토리들의 연속이며 보고다.

인구 100만을 호령하는 화성시지만 서부지역의 농촌들은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화성문화원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제대로 된 기록이나 연구 없이 사라진 무형 유산들에 아쉬움 이었다. 기지시에서 줄다리기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선정되는 시기에 화성시는 원리와 보통리의 줄다리기가 개발로 사라졌고 현재 기안동에서 행해지는 줄다리기도 위태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문화유산으로서의 지원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너무 까다로운 관점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들이 이어왔던 전통축제로서의 가치를 보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예산집행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와 화성지역 농촌의 고령화는 서로 맞물리며 화성지역의 마을신앙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함께 했던 정남면 백리 마을회관에서 들은 말을 독자들에게 전해드리고 싶다. 

"시에서 우리 마을의 제사를 소중하게 생각해서 돈까지 지원을 해줬는데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화성시민들 얼굴을 어떻게 볼 것이냐."

이런 분들이 살아계실 때 그 문화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 화성시의 농촌은 그저 난개발이 진행된 허무한 공간으로 남게 될 것이다. 화성시의 개성 넘치는 당제와 마을 민속들을 살리기 위해 문화원과 문화재단이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 화성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은 몇 개나 살아남았을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해보겠다는 마을 열 곳만 묶어내어 보존하고 마케팅하면 화성시는 다양한 이야기와 흥이 넘치는 매월 축제가 함께하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축제로 파생된 다양한 문화들이 잼버리에 지쳐 화성을 찾은 청소년들에게 자랑스럽게 선보였던 경기도 무형문화유산 65호 '팔탄민요'처럼 멋진 결과물로 발전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비교하기 좋아하는 수원시에서는 꿈도 못 꾸는 일일뿐더러 행사에서 인사하기 좋아하시는 정치인 분들도 매월 자신들을 격하게 환영하는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자리를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김명수 전 화성문화원 연구원 
 김명수 전 화성문화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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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화성, #100만화성시, #127개의마을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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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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