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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원회에서 위원들이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장(KDI)의 연금 기금 운용 상황과 의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조 원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신해 의장 권한대행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 2024년 2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3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원회에서 위원들이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장(KDI)의 연금 기금 운용 상황과 의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조 원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신해 의장 권한대행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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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는 일관되게 국민연금 기금소진을 전망하여왔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저출산-고령화의 문제와 가입자의 저부담-고급여 구조에서 찾아왔다. 실제 초기에 국민연금제도를 설계할 당시,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기금이 소진되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후세대의 부담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누적 부채로 국민연금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 연금 개혁을 통해 부담을 늘리고 급여는 낮추었다. 그로 인해 현재의 생산인구 세대, 즉 경제활동을 하며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MZ세대의 경우 고급여는 이미 거의 사라졌다. 즉 적게 내고 많이 받아 가는 구조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 변화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초기 가입자들에 대한 관대한 급여 지급, 과도하게 빠른 출산율 하락 현상보다는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비로 후세대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후세대 착취론"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를 착취한다고 할 때의 현재 세대는 이미 은퇴한 세대, 은퇴하기 직전인 세대가 아니라 지금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MZ세대가 대부분이다. 즉 후세대 착취론은 "MZ세대가 내는 것에 비해 많이 받을 것이니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 40% 소득대체율-9% 보험료율의 적용을 받는 MZ세대가 여전히 고급여 혜택을 받고 있을까? 그래서 보험료를 더욱 올려야 할까? 한 번 따져보자.

고급여 주장의 근거인 소위 '수익비'

후세대 갈취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그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수익비이다. 그 주장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평균 2배 이상이고, 이것은 내는 것에 비해 받는 것이 2배가 넘으니 심각한 저부담-고급여 체계라고 한다.

국민연금 구조가 후세대에 엄청나게 부담을 줄 정도로 현세대가 약탈적으로 많이 받아 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수익비(Benefit-Cost ratio)는 이들이 가입 기간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연금급여를 얼마나 받아 가게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제시하는 것이다.1) 연금제도에 가입하는 동안 납부한 총보험료에 대해서 퇴직 이후 받게 되는 총연금액을 비교한 비율(보험료 내는 시기와 연금 받는 시기가 달라서 오는 가치 차이를 감안하기 위해 현재가치로 바꾸어 비교)로 정의된다.

수익비의 개념은 공적연금에 적용되는 개념은 아니다. 민간 연금이나 수익상품에 투자한 자, 혹은 예금 및 연금을 적립한 자가 납부액 대비 되돌아오는 수익 내지는 원금의 환수 비율을 측정하고자 하는 전적으로 사적 영역에서의 계산법이다.

국민연금은 국민 각자가 낸 돈을 몇 %의 수익 혹은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민간 보험이 아니다. 국민이 낼 여력을 감안해서 거두고 향후 적절한 생활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연금액을 결정하며 소득재분배기능을 넣는다. 수익비를 논할 수 없다. 수익비 비판에 그동안 연금행동이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마치 수익비가 공적연금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인 것으로 국민들이 오해할까봐서였다. 그런데도 자꾸 이 개념을 사용해서 국민연금을 비판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수익비를 거론하는 논자들이 근로기간 30년간 총 100만 원을 납입하고 이후 200만 원 이상받아 간다, 즉 수익비가 두 배를 넘으니 저부담-고급여라 주장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이들이 사용하는 수익비는 낸 것과 받는 것을 비교하고 있는데 납부한 보험료를 운용한 운용수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내는 것에 비해 받는 것이 많은가, 아닌가를 판단하려면 내는 것에 운용 수익까지 더해서 받는 것과 비교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수익비는 2.2가 아니라 2이하로 떨어진다.

둘째, 수익비를 계산할 때 고급여 구조인 은퇴 세대와 고급여 구조가 아닌 MZ세대를 한꺼번에 포함해서 계산하여 MZ세대의 수익비도 2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은퇴 세대가 고급여 구조인 것은 맞다. 그러나 MZ세대는 이미 고급여 구조가 해소되었기 때문에 수익비는 그것보다 크게 낮아진다.

셋째, 가령 은행에 100만 원 넣어놓고 30년 후에 200만 원을 받는 것이 과연 예금자의 약탈적 행위인가? 30년 동안 장기 적금을 들면 복리로 인해 수익이 매우 크다. 복리의 마법이라고 하는 것이다. 복리 이자율을 적용할 경우 투자 원금을 2배 늘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간편하게 계산하는 방법이 있는데, 72를 연간 이자율로 나누면 된다(72의 법칙).

예를 들어 5%의 연수익률이 발생한다면 100만 원이 200만 원이 되는 데에는 약 14.4년(=72/5)밖에 걸리지 않는다. 당연히 5% 연수익률을 30년 적용하면 200만 원보다 훨씬 커진다. 물론 처음부터 목돈을 납부하여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적립하는 것으로 규모에 따른 기간 차이가 있어 실제 2배의 수익비를 나타내려면 이보다는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되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연금 수급 역시 나누어 받게 되면서 잔여액 역시 계속 운용되므로, 큰 차이는 없다.

수익비를 사용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국민연금이 여전히 고급여인 것이 연금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오해를 야기한다. 따라서 수익비 개념을 사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여기에서는 수익비 대신에 수익률 개념을 사용해서 정말 MZ세대가 내는 것에 비해 많이 받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1992년생의 국민연금 기대 수익률

근로자 1인이 노동소득을 얻으면서 납부하기 시작한 연금 보험료는 땅에 묻어두는 것이 아니다. 실제 금융시장에 투자되어 운용된다. 그리고 운용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은 매년 누적되면서 운용수익률 만큼 복리로 불어나는 과정을 거친다.

이제 사회에 발을 들인 1992년생 '갑'을 상정해 보자.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첫 월 급여는 평균소득 월액 A값과 같다는 가정에서 이후 A값의 증가는 물가상승률에 대한 거시경제변수 가정을 따른다. 갑은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한 경우이기에 향후 값들은 모두 경제변수 가정치에 의존하게 된다. A값의 증가는 물가상승률을 적용하였다. 이는 통계청장이 매년 고시하는 연금 수급 2년 전 연도와 대비한 전년도의 전국 소비자물가변동률을 기준으로 하여 그 변동률에 해당하는 금액을 더하거나 감하여 결정하는 것에 따른 것이다.

통계청 인구 생명표에 의하면 2052년에 60세의 잔여 기대여명은 약 28년이다. 갑은 퇴직 후 5년 이후인 65세부터 연금을 수급하게 되면서 초기연금에 물가상승률을 연동하여 24년간 받는다고 하면, 갑은 생애 동안 총 2억 5862만 원을 납부하고 이후 평균 사망까지 4억 7782만 원을 받는다. 모두 현가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즉, 1992년생의 평균 수익비는 1.8 정도이다. 이는 순수하게 납부하고, 받아 간 금액만 그렇다.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나 배당, 그 외 혜택은 아무것도 없다.2) 만일 수익을 낸 것에 포함한다면 평균 수익비는 1.6 정도 될 것이다.

이제 수익비 대신에 우리에게 익숙한 수익률을 계산해보자(조심할 것은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급여 구조라는 비판 때문에 시험삼아 수익률을 계산해 보는 것임을 다시 밝힌다). 1992년생 개인들은 모두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평균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계산해 보자.

실제 가입 기간 납부한 보험료와 향후 퇴직 후 사망할 때까지 받게 될 연금급여액이 서로 균형이 되는, 사망시점에 남는 것도 모자란 것도 없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수익률은 5.83%다. 즉, 1992년생이 보험료를 납입하기 시작한 30세부터 60세까지의 기간과 반대로 이를 받아가는 65세에서 평균 사망 연령인 88세까지의 기간 동안 내는 것과 받는 것을 동일하게 만드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이것이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수익률과 개념상 동일한 수익률이다.

[그림1] 1992년생의 생애 기간 국민연금 현금 흐름 (5.83% 수익률 가정 시)
 
1992년생은 2052년 은퇴, 2057년 연금 수령. 연보험료 납입액과 5.83%의 복리에 따른 수익이 은퇴 시점까지 계속 기금으로 적립. 이후 연금개시 시점부터 연금이 지급되면서 기금은 감소. 2080년에는 전체 기간에 대한 수지 균형이 달성됨.
 1992년생은 2052년 은퇴, 2057년 연금 수령. 연보험료 납입액과 5.83%의 복리에 따른 수익이 은퇴 시점까지 계속 기금으로 적립. 이후 연금개시 시점부터 연금이 지급되면서 기금은 감소. 2080년에는 전체 기간에 대한 수지 균형이 달성됨.
ⓒ 연금행동 정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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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5.83%라는 수익률이 고급여라고 부를 만큼 높은 것일까?

실제의 기금수익률이 이보다 높으면 고급여라고 할 수 있고 이보다 낮으면 저급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는 각 연도에 태어난 인구에 대해 낸 것과 받아간 것이 의미하는 수익률(필요내부수익률)을 계산해 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초기 가입자들은 필요내부수익률이 높지만 뒷 세대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소득대체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최근 세대의 필요내부수익률이 1988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연금 운용수익률 6.27%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즉 만일 기금운용이 앞으로도 그 정도의 수익을 낸다면 이미 1970년대 생부터 납부한 보험료와 그간의 운용수익을 합한 금액이 받아 간 연금 급여보다 적어지게 된다. 즉 연금제도에 오히려 더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 2] 1962~1992년생 보험료-연금 수지 균형을 위한 필요 내부 수익률
 
출처: 원종현·박나리, 국민연금 제도 운영자의 부담비 추정 ? 가입자 수익비와의 비교, 사회복지정책 49(3), 2022.
 출처: 원종현·박나리, 국민연금 제도 운영자의 부담비 추정 ? 가입자 수익비와의 비교, 사회복지정책 49(3), 2022.
ⓒ 원종현, 박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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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현재 국민연금이 재정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제도 도입 초기 저부담-고급여 수급자들에서 발생한 부채 부문과 이 부채를 감당하여야 할 후세대가 심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는 더 이상 국민연금을 낸 것에 비해 많이 받아가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어느 한 코호트의 수익비가 지속가능하다 하여도 저출산이 지속되므로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현세대 역시 연금재정 부담을 나누어 질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최소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보상해 주어야 한다. 즉 보험료율을 높일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보험료 조정을 넘어선 다양한 재정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국고를 투입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때가 되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고령 세대의 건강상태 개선,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을 통해 향후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 상향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와 같이 낮은 저출산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어떻게 해도 난국을 해결하기 어렵다. 저출산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는 점에서 국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 투구해야 한다. 근거 없이 국민연금 고급여 구조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될 일이다.


미주
1) 신화연. 2012.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수급 부담 구조 비교." 보건복지 Issue&Focus. 제135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2.4.20. p.1.
2) 원종현·박나리, 국민연금 제도 운영자의 부담비 추정 – 가입자 수익비와의 비교, 사회복지정책 49(3), 2022.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회에서 작성했으며, 참여연대와 연금행동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국민연금,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연금특위, #연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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